더푼물 고개를 엔진을 끈 채 달려 내려와 범고개 주막거리에 뽀얗게 먼지를 일으키며 지무시가 지나가자 문산댁은 하얀 신작로에 물 한대야를 힘차게 끼얹었다. 촤르륵... 한길 건너 문산옥 맞은 편에 까마득히 솟은 미류나무 중턱 어딘가에서 매미가 맴맴 울어댔다. 아직 해가 중천에 뜨기도 전부터 술꾼들 둘이 문산옥 가게 바닥에 파묻힌 항아리 뚜껑을 침을 꼴깍 삼키며 넘겨다 보았다. 문산댁이 항아리 뚜껑을 열자 시큼한 막걸리 향기가 물씬 풍겨 나왔다. 술꿀들은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침을 한 번 삼키며 "형수, 거 시원하게 한대접씩 주세요." 한다. 이제 겨우 아침상을 물리고 설겆이를 마친 문산댁은 이른 시간에 술을 청하는 술꾼들은 타박하지도 않고 사람 좋아보이는 눈웃음으로 누런 양은 대접에 가득 담아 한잔씩 건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