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보따리/기억

[임희택]안양 박달동 근명중학교와 대성초자 공장(2023.06.17)

안양똑딱이 2023. 7. 9. 20:50

내가 아주 어릴 때 근명중학교는 박달동 벌 산밑에 있었단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어릴 때라 본 기억이 없지만 건물 가운데 떡하니 시계 붙었던 자국만 남아 있었다.
그 학교 운동장 길 쪽으로 대성초자라는 마호병 공장이 있었는데 외사촌 형이 거길 다녔었다.
마호병 만들고 남는 유리물로 애들 놀이하는 다마 ㅡ 구슬도 만들었는데 하루는 구슬을 준다기에 공장 구경 삼아 갔었다.
아저씨들은 난닝구바람으로 기다란 파이프에 유리녹은 물을 묻혀 이리 저리 몸을 비틀며 불어서 마호병을 만들고 있는데 날도 덥고 유리 녹이는 용광로도 덥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지도록 온 힘을 다해 파이프를 부는 아저씨들도 덥고...
더운 열기 속에 애들 미끄럼틀을 작게 만든 것 같은 틀에 유리물을 조금씩 떨어뜨리면 그게 때구르르 굴러서 밑에 바쳐놓은 그릇으로 떨어지면 유리 구슬이 되었다.
외사촌형은 중간중간 왕다마도 만들어 주며 의미있게 눈웃음을 웃어 주기도 하였다.
그 언덕 아래 한길을 건너면 내 큰집이 있었는데 하루는 마당에서 놀고 있는데 외사촌형이 후다닥 뛰어 내려와서 불이났다고 외쳤다.
얼핏 듣기로 산소용접기가 잘못되어 터져서 한사람이 다쳤다고... 해서 어른들이 우루루 몰려갔고 애들은 오지 마라 해서 먼치에서 불이 올라오나 보다가 그나마 큰 불이 아닌지 불길이 치솟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
그 대성초자 자리며 근명중 자리에 안양지식센터인가가 들어 온다고 해서 상전벽해의 모습이 되가고 있다.
최근까지 허름한 모습으로 남아있더니 완전히 바뀔 모양이다.
그렇게 또 고향의 모습은 사라지고 있다.
 

글쓴이 임희택(맑은한울)님은

안양시 박달동 범고개에서 태어난 1963년생 안양토박이로 안서초, 안양동중(신성중), 신성고, 한양대(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안양시민권리찾기운동본부 대표 등 시민운동가로 활동하고 맑은한울 별칭의 논객으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며 사회복지사로, 맑고 밝고 온누리를 추구하는 자칭 진정한 보수주의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