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보따리/기억

[임희택]시멘트담장 판넬만들기, 거푸집과 폐유(2021.09.10)

안양똑딱이 2023. 7. 9. 20:33

어릴 때 집에서 시멘트 제품을 만들어 납품을 했는데
내 아버지는 팔기는 잘 파는데 수금을 잘 못하셨다.
게다가 새벽부터 한두잔 하신 것이 점심 무렵이면 인사불성 되기 일쑤.
덕분에 가끔은 내가 담장을 만들곤 하였다.
먼저 자리를 잡고 그 위에 쇠로 만든 거푸집을 조립한다.
모래를 체로 걸러 시멘트를 섞은 뒤에 물을 넣고 몰탈을 만든다.
한 뼘 가량 거푸집에 몰탈을 넣고 쇠 막대기로 잘 다진 후에 철사를 몇가닥씩 넣는다.
철사가 고르게 잘 들어가야 잘 깨지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몰탈 넣고 다지고 철사 넣고 또 몰탈 넣고 또 다지고 평평하게 하면 일단 끝.
하루가 지나면 굳는데 거푸집을 제거하고 물을 뿌려 이삼일 더 양생한다.
완전히 굳으면 한 쪽에 쌓아 놓고 판다.
만드는 과정은 이랬다.
거푸집이 잘 빠지게 하려면 기름칠을 해야 하는데 주로 폐유를 썼다.
지금 박달동 수석이라는 공장이 옛날에는 동아유리라고 했는데 범고개 솔밭자리 돌아서 가면 동아유리 뒷편 식당 쪽이었다.
울타리 밖에까지 도랑이 이어졌고 울타리에 붙은 움푹 파인 곳에 물이 한차례 고이는데 그 곳에 공장에서 흘러나온 폐유도 함께 있었다.
버킷과 작은 바가지를 들고 가서 물에 둥둥 뜬 기름을 떠다가 담장 만드는 거푸집에 발라 사용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식당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고 인사를 했는데 그 분이 집에 얘기를 했는지 다시는 가지 말라 해서 더 이상 기름을 구하러 가지 않았다.
그 때 그 식당 아주머니는 친구의 모친이셨다.
중 2무렵의 일이다.
 

글쓴이 임희택(맑은한울)님은

안양시 박달동 범고개에서 태어난 1963년생 안양토박이로 안서초, 안양동중(신성중), 신성고, 한양대(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안양시민권리찾기운동본부 대표 등 시민운동가로 활동하고 맑은한울 별칭의 논객으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며 사회복지사로, 맑고 밝고 온누리를 추구하는 자칭 진정한 보수주의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