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27 만안문화의거리추진위]
우리는 최근에 만안구 벽산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과정에 대하여 심각하게 염려합니다.
만안구 벽산로는 중앙교회, 중앙성당, 중앙시장, 중앙로 등 나열된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안양의 전통적 중심지로서 대단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안양의 개신교와 천주교 신앙의 중심지인 75년 역사의 ‘안양중앙교회’와 50년 전통의 ‘천주교 중앙성당’, 69년도에 설립된 전국 최초의 근로자 회관으로서 노동자․서민의 권익보호에 앞장 서 온 ‘안양전진상복지관’이 있습니다.
또한 40년 넘게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전통재래시장인 ‘안양중앙시장’과 싼값으로 넉넉한 인심과 기분을 낼 수 있는 ‘곱창골목’, 안양의 명물에서 이제는 잊혀진 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항아리 골목’ 등이 밀집된 역사와 전통의 향기가 깃든 거리입니다
“기존 4미터 이상의 인도를 2미터 남짓으로 축소 - 차도를 보다 넓게 확장하고, 20년 넘게 벽산로에서 둥지를 틀어 온 ‘75개 노점상의 철거 및 이전’을 강제하겠다”는 안양시의 이른바 <벽산로 정비계획>은 많은 문제를 파생시켰습니다.
안양시가 지난 4월에 발표한 <벽산로 정비계획>이 계기가 되어 「만안구 문화의 거리 조성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만안구라는 도시가 지닌 귀중한 가치, 즉 ‘생활공동체 문화’를 꽃 피우고, 국민주권으로서 문화정책의 평등적 기본이념인 ‘문화향수권 확보’라는 두 가지 사명으로 출발한 자발적 시민참여운동입니다.
그러나 순수한 시민사회의 뜻을 모은 「만안구 문화의 거리 조성 운동」을 안양시와 만안구가 비웃기라도 하듯이 조롱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지난 10월 25일 벽산로에 있는 능곡로 노점상들에게 만안구청장 명의로 보낸 공문의 내용은 시민사회의 순수한 운동을 훼손하고 부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지한 계획과 발상으로 「만안구 문화의 거리 조성 운동」의 원인제공을 한 당사자들이 자기반성은 하지 않고, 또한 시민사회의 거듭된 대화 요청에 대해서 외면하고 방관하고 있다가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과 문화행사를 할 수 있도록 쾌적한 거리를 조성한다”는 기회주의적인 괴상한 논리를 만들어 내서 사실상 <능곡로 노점상 강제 철거>에 「만안구 문화의 거리 조성 운동」을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대단히 잘못된 발상입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인도를 축소하고 도로를 넓히겠다”는 부분만을 빼 놓은채 예정대로 <벽산로 정비계획>을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26만 만안구 주민의 문화적 소통공간을 ‘더불어 만들어 가자’는 취지의 <만안구 문화의 거리 운동>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지난 10월 8일 장인식 만안구청장은 <벽산로 정비사업에 따른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당황하였습니다.
상급기관 안양시에서는 <만안구 문화의 거리 추진위원회>가 접수 시킨 답변 공문에 대해 “<안양시문화의거리육성위원회>에 상정하여 심의하겠다”고 하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하급기관인 만안구청이 건설과 명의로 “벽산로 정비계획을 시행하겠다”고 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모순된 행정이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만안구 문화의 거리 추진위원회>대표자들에게 간담회 하루 전에 부랴부랴 직접 공문을 돌리며 참석을 통보한 것입니다.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절차상 문제도 당혹스러웠지만, <문화의 거리 추진위원회>대표자들을 상대로 ‘문화’에 대한 얘기는 없고 ‘도로정비’만을 얘기하는 무지함은 너무나 안타까왔습니다. 또한 간담회에서 보여준 만안구청장의 ‘문화의 거리와 지중화 사업 관련’ 노골적인 거짓말과 ‘능곡로 노점상들에 대한 철거방침을 통보한’ 고압적인 태도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날 간담회의 핵심 사항은 벽산로 지중화 사업이었습니다.
우리는 지중화사업을 반대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문화의 거리라는 큰 그림을 그린다음에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지중화 사업은 길가 전봇대의 전선을 땅 속으로 파 묻는 공사로 년초에 계획을 잡았던 안양시와 만안구청 간의 합의가 되지 않아 한전과의 안정적인 계약 시점을 놓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예정된 시나리오를 짜 놓은 채 요식행위로서 간담회를 개최한 것입니다.
이날 만안구청장은 천주교 중앙성당 신부님께 “성단 봉헌식 이전에 보기 좋게 지중화 사업을 마치려고 자재까지 구매해 놓았다” 거나 “시장님께서 만안구 문화의 거리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추진 중이다”는 등의 사실과는 전혀 다른 발언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역사와 전통의 중심지에서 문화소외지역으로 전락한 만안구의 현실을 염려합니다. 도시의 생성과정에서 자연스레 형성된 전통은 그 자체로 문화이자 소중한 역사이며, 이는 지방자치시대에 중요한 경쟁력을 갖는 요인이 됩니다.
거듭 말하지만 지난 4월 안양시에서 발표한 <벽산로 정비계획>은 이러한 소중한 가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이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는 종교계․문화계․지역주민․재래시장 상인 등과 차례의 토론회와 공청회를 개최하였고, 그 결과 ‘벽산로를 사람․생명․평화․문화가 살아있는 「문화의 거리」로 만들자’는데 뜻이 모아졌습니다.
우리는 최대한의 예의를 지키며, 절차를 밟아 ‘시민의 입장에서 고민해 주실 것’과 ‘만안구라는 도시 전반을 놓고서 장기적인 안목과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 주실 것’을 9월 13일 자로 안양시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는 전통의 도시인 만안구에 대한 배려와 안목 없이 ‘정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안양시에 대하여 ‘사람 중심’의 종합적 계획을 촉구한 것입니다.
또한 자연스러운 시민밀집 지역이자 생활문화의 중심지로서 ‘도로정비’ 차원이 아닌, ‘역사와 문화, 재래시장 활성화 등 넓은 시각에서 종합적인 계획을 제시하여 시민사회와 함께 만들어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안양시는 9월 30일 자로 “<안양시문화의거리조성조례>제 11조에 규정 의해 “<안양시문화의거리육성위원회(위원장 신중대 시장)>에 상정하여 심의하겠다”는 짤막한 답변을 보내 왔으며, 이후로 현재까지 어떠한 일정이나 내용의 추가 답변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능곡로 노점상을 철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안구 문화의 거리 조성운동>을 이용하는 것은 비열한 작태입니다.
우리는 다시는 이와 같은 상식 이하의 사태가 발생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만일 이러한 뜻이 되풀이 될 경우 <만안구 문화의 거리 조성운동>을 우롱하고, 이 운동의 참여자들의 인격을 무시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을 경고합니다.
안양시가 진정 그 지명의 아름다운 뜻대로 ‘극락정토의 세계’, ‘오로지 즐거움만 가득한 자유로운 이상향’이 되기를 바랍니다.
만안구 문화의 거리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 김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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