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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연]안양 반한(反韓) 이슬람단체 적발 언론보도 관련

안양똑딱이 2016. 6. 21. 16:31
[이금연]안양 반한(反韓) 이슬람단체 적발 언론보도 관련

[2004/10/22 안양시민신문]안양전진상복지관 관장


 

누가 무엇을 위해 ‘다와툴’을 ‘반한단체’로 만들었는가?

안양이슬람사원 ‘다와툴’ 외국인노동자들 ‘선교·친목단체’
고용허가제·이라크파병·테러방지법 등 위한 인권침해사건

최근 각종 언론매체에서 “불법체류자 반한(反韓) 이슬람단체 적발, 일망타진은 실패, 3명 강제추방, 2명은 잠적”이란 제목으로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를 반한단체로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는 국정감사에서 법무부가 제출한 보고서를 근거로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언론에 흘린 것으로, 서울신문(10월14일자)의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불법체류자는 이제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불법체류자의 테러지원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이날 밤 9시 MBC뉴스가 이를 연계 보도하자, 많은 시민들이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테러리스트가 된 것 같은 불안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특히 그 단체가 안양 이슬람사원에 근거지를 뒀었다는 사실에 안양시민들은 더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가 도대체 어떤 반한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그저 불법취업 알선과 모금한 1억원을 방글라데시의 한 정당에 송금했다는 것뿐이었다.

불안을 야기힌 제목과 달리 내용이 빈약하기 짝이 없는 이 사건이 지난 10월15일자 ‘안양시민신문’에도 단신 게재됐기에, 그대로 지나칠 수 없어 무거운 마음으로 선량한 이주노동자들의 눈빛을 떠올리며 몇 자 적는다.

이미 ‘반한(反韓) 이슬람단체’로 규정돼 버린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는 안양5동의 이슬람사원에서 모슬렘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주로 이슬람을 알리는데 주목적이 있는 ‘선교단체’겸 ‘친목단체’다. 회원 가운데 다수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며, 다음으로 파키스탄과 일부 회교국가에서 온 소수의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이들 모두가 불법체류자들이 아니며, 이들이 돈을 모은 것도 다름아닌 모스크(사원) 건물을 구입하기 위한 것이었다. 모스크는 노동자들에게 기도하고 예배를 드리기 위한 장소이자 피난처이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삶의 중심지였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거나 산재를 당해 일을 할 수 없게 되거나, 혹은 사업장 이동 등으로 거처가 없어 졌을 때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반드시 쉼터가 필요하다. 모스크는 그들에게 쉼터였다.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만든 모스크였기에 자부심 또한 강했으며, 이맘(종교지도자)의 생활비도 회원들이 책임졌다. 이맘은 종교활동 외에(언론은 이맘을 핵심요원으로 표현했다) 노동자들의 시중을 들어줬으며, 그 가운데 하나가 본국에 송금하는 일이었다. 또 일자리가 없는 노동자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것도 그의 역할이었다. 기도하고 음식을 나누며 이국에서의 고단한 삶을 서로 위로하던 자리, 정보를 교환하던 그 곳과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반한단체’가 돼 버렸다. 지금 모스크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그런데 ‘다와툴’이 어떻게 해서 갑자기 ‘반한단체’가 됐으며, 누구에 의해서 ‘반한단체’로 만들어 졌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근거는 법무부가 지난 4월 발표한 ‘불법체류자의 반한활동에 대한 종합대책’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반한활동 불법체류자의 범위에서 국가보안법과 형법, 출입국관리법의 조항을 적용 ①한국 체제를 부정하거나 한국인에 대한 적대감으로 한국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자 ②테러를 하거나 음모한자 또는 협박한자 ③국가정책에 반대하는 집회·시위를 선동·주도 적극 참가하는자 ④정치적 주장을 하면서 정부시책을 비판·오도하며 이를 선전·주동하는자 등으로 범위를 정했다. 이것은 그동안 일하도록 허용해 놓고서는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니 그 법안 밖에 있는 모든 노동자들을 외면하겠다는 불관용적인 정책의 전형이며, 정부 스스로 나서서 외국인 혐오증을 유발케 하는 편견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고용허가제에 대한 내용은 논외로 하더라도 우선 이 내용을 보건대, 혹시 대책을 세워 놓고 표적단속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다와툴’의 임원들이 불법취업을 알선하고, 한국인들에게 협박·공갈을 했다면, 이주노동자들 간에 폭력행위가 있었다면, 공권력이 좋아하는 말대로 ‘적발’해 그에 맞는 법을 적용 ‘처벌’하면 그뿐이다. 송금? 어떤 목적으로 했는지 밝히면 그뿐이다. 또한 ‘다와툴’ 회원들의 어떤 행위가 반한활동으로 규정돼야만 했으며, 이맘을 강제 추방했는지, 정부가 명백하게 밝히지 못한다면 이 또한 국가기관에 의한 집단적 인권침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집회에 참가한 것이 또 무슨 죄인가? 집회에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뿐만 아니라, 강제추방을 반대하고 노동비자를 요구하는 수많은 다국적 집회가 있었다.

믿을만한 근거도 없이 불쑥 ‘반한단체’ 운운하며 불안감을 조장한 정부와 국회의원 그리고 언론은 스스로 반성해야 함을 촉구하며 공동의 고민거리를 만들어 본다.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를 반한단체로 지목한 뒷배경에는, 고용허가제를 중심으로 이주노동자 노동시장을 통제하고 싶은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강제추방의 당위성을 만들려고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니었나? 또한 이라크 파병, 테러방지법제정 등의 근거마련을 위해서 이주노동자들을 희생시킨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이 정말 믿고 싶지 않은 것, 즉 모슬렘사원을 폐쇄시키기 위한 의도였는지? 관계된 이들 모두에게 묻는다.

명확한 답변이 없다면,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많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경향신문 사설(10월15일자)과 같이 ‘마녀사냥’을 당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다음은 누구일까? 파키스탄노동자들인가? 반한활동에 대한 범주까지 정해놓고 이주노동자들을 몰아붙이는 이 정부의 비도덕성과 이미 수십만명의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는데도, ‘노동시장 잠식’ 운운하며 국가 안보를 빗대고 있는 야당의원에게도 동시에 준엄하게 경고하고 싶다.

아시아의 수많은 이슬람 국가에서 온 노동자들은 일하는 기계도 아니고 테러리스트도 아닌, 맑은 영혼을 가진, 동등한 존엄성을 가진 인격체이다. 안양지역의 모슬렘 이주노동자들이 안심하고 모스크에 갈 수 있기를 바라며, 힘 없는 자들에게 난폭하게 권력을 휘두르는 분들에게는 그 높은데서 내려와 ‘모슬렘과 친구되기’를 노력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2004-10-22 19:1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