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박찬응]2004 안양천 프로잭트를 마감하며

안양똑딱이 2016. 6. 21. 16:34
[박찬응]2004 안양천 프로잭트를 마감하며

[2004/10/24 시민연대]안양천프로젝트 운영위원장


 

다시 모든 예술은 경계를 향해 흐르고 모든 경계엔 꽃이 핀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발행책자 원고)

서언
이땅 어느 곳을 가든 작고 큰 하천들이 흐르고 있습니다. 모든 하천을 경계로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생기고 도시가 생기고 산업화되는 사이에 생명의 젓줄이었던 하천이 망가지고 자연생태계가 파괴되어왔습니다.

‘자연을 닮은 아파트’ ‘자연형 하천’이란 말이 대세를 이루는 현실에서 진정한 자연의 복원을 기대하기란 요원한 일입니다. ‘스스로 그러하다’가 자연을 지칭하는 말이라면 ‘자연형 하천’이란 말이 얼마나 위선적인가? 하천을 하천답게, 도시를 도시답게, 문화를 문화답게 복원하기위한 ‘안양천프로잭트’라는 작은 예술실험이 3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9월18일부터 10월17일까지 다섯 개의 site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누가?
안양천살리기네트워크'가 주최하고 보충대리공간 'STONE&WATER'가 기획 주관하여 안양천프로잭트 운영위원회를 결성하였으며 예술감독 선정이 이루어지고 추천과 공모방식을 통해 국내외 작가 80여 명이 초대되었습니다. flower(식물)-land(흙)-object(물체)-wall(벽)을 테마로 하는 ‘flow(흐르다)라는 컨셉이 도출되었으며 수차례에 걸쳐 현장답사와 현장세미나가 실시되었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안양천살리기네트워크는 안양천 유역 21개 민간단체가 모여 구성된 단체로서 1999년 설립 이후 다양한 환경사업, 환경모니터링, 캠페인을 전개해 왔으며 이번에 문화예술을 통해 안양천의 소중함을 알린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는 2002년 ‘생활 속의 예술-리빙퍼니쳐전, 재건축의 재건축전, 재래시장과 예술시장의 네트워크-’새로운 희망전’ ’상상속의 도서관‘등 생활 속에 예술을 침투시키는 다양한 예술실험을 진행해 왔습니다.

무엇을?
이번 2004 안양천프로젝트의 주제인 "F. L. O. W (흐르다)"는 Flower(식물), Land(대지), Object(오브제), Wall(벽)을 의미하는 것으로 하천-도시-예술의 상생을 위해 생명의 젖줄-하천 살리기, 생활의 근간-도시 살리기, 미래의 자산-예술 살리기를 지향합니다.

본 프로잭트 운영위원회는 ‘안양천에 자연과 예술이 어떠한 형태로 공생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일단 첫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에 대한, 예술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되기를 기대하며 이번 프로젝트가 안양천 살리기 운동에 큰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며 출발했습니다.

어떻게 ? 언제?
2002년부터 3차에 걸쳐 기획서가 만들어지고 수정되고 개정되면서 흘러왔습니다. 2004년 문예진흥기금2000만원이 지원되면서 종자돈을 마련했고 안양천프로잭트의 시작을 알리게 되었다. 이후 경기문화재단과 기업체와 개인들의 다양한 십시일반의 지원과 작가들의 적극적 참여와 상상력의 발현으로 9월18일부터 10월19일까지 32일간의 행사를 성과 있게 마감했습니다.

왜?
본프로잭트를 준비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바는 여타의 미술행사에서 보이듯 야외조형물축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점 이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위해 끊임없는 세미나와 현장답사가 진행되며 우려했던바가 해소되었습니다. 프로잭트라는 말이 의미하듯 ‘결과’보다 ‘과정’에 ‘보여주기’보다 ‘참여하기’에 ‘두드러지기’보다 ‘침투하기’에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예술 감독의 다음 말이 전체 프로잭트의 성격을 말해주었고 결과도 그렇게 나타났다고 봅니다.

안양천프로젝트는 예술의 물줄기를 기운차게 흐르게 하는 예술 실험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제각기 자기 지평의 도주선을 차고나와 새로운 경계를 향해 흘러갈 것이다. 안양천은 한강으로 흘러가지만, 예술가들의 상상력은 안양천을 따라 도시의 일상 속으로 흘러들어 간다. 뿌리깊이 박혀있는 역사의 돌덩이도 감싸고 돌고, 영상과 디지털, 새로운 미디어도 예술의 물줄기를 경쾌하게 노래하게 한다. 안양천 살리기 네트워크가 시민운동으로서 자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안양천프로젝트에 함께 하는 작가들은 우리의 일상 환경의 문화적 상상력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몇 가지 차별적이고 실험적인 특징들
그 첫째는 생태미술과 문화생태 다큐멘터리의 장이었습니다. 3차례의 현장세미나와 현장답사를 통해 안양천의 생태를 파악하고 이창홍(em연구소소장)씨를 초대하여 미생물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였습니다.

이후 학생100명과 em흙조형물을 만들어 안양천에 던져 안양천바닥의 오염원을 해체시키거나(이상호) 안양천변의 한 평의 땅을 선정하고 그에 대한 생태적환경과 지질과 오염원을 조사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현미경을 통해 미생물을 관찰하게 하거나(운현옥) 마을 주민들에게 꽃씨를 나누어주고 싹을 틔우는 과정을 주민과 함께 하는 ‘예뿐이프로잭트’ (안현숙)와 짚으로 만든 인형을 물속에 넣어 얼린 후 안양천에 되돌리는 ‘다시 물속으로’라는 제목의 행위예술(김명신,홍석화)또한 그 대표적인 예의 생태미술입니다.

또한 개막식을 관람하던 다수의 외국 퍼포머들이 자발적인 행위예술이 펼쳐졌는데 이 또한 안양천의 문화생태미술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외에 지속적인 현장답사를 통해 안양천의 생활문화와 생태계를 영상 다큐멘타리로 제작한 추민해, 김창겸의 영상과 강홍구, 노순택의 사진작업등도 큰 테두리속의 생태 다큐멘터리 범주에 들것입니다.

두 번째로 공공미술의 실험과 영역확장의 장이었습니다.
안양천프로잭트가 진행되는 곳곳에 안양천을 상징하는 도마뱀형상의 안내판(유다희·전유라)이 세워져 관객을 유도하며 안내판과 간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안양시과 광명시 경계를 잇는 작은 철다리(세월교)에 무지개색옷을 입히거나(정기현) 물을 정화하는 수중조각을 설치하거나(박용국) 천변 시멘트 호안블럭을 뚫고 자라는 나무에 화분을 그려 넣어 지나가는 행인들의 얼굴에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벽작업 (이인경외)또한 매우 신선한 공공미술입니다.

안양천의 지류인 수암천변에 삼덕제지라는 종이공장이 있습니다. 이 공장은 1946년 이후 현재까지 종이를 생산해내며 흘린 종이 찌꺼지가 안양천의 주오염원으로 작용한바 있습니다. 이후 2003년 지방으로 이전되면서 시민공원부지로 헌납되어 언론으로부터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2004년에 이부지의 건물들이 한 고철업자에 의해 파괴되면서 험상 굿은 몰골로 안양시내 중심가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남아있는 종이 창고하나 만이라도 보존되기를 바라는 안양천프로잭트 운영위원회는 안양시와 힘겨운 협상 속에서 삼덕 제지 공장터를 전시공간으로 무상 임대한 후 안양촌에서 실연하지 못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 상영하고 공장의 잔해들을 이용한 다채로운 공공예술실험들이 펼쳐졌습니다.
부서지고 무너진 공장 건물의 콘크리트 덩어리와 벽돌조각 등 폐허로 변한 공장 터에서 다양한 행위예술과 다채로운 공연들이 줄을 이었고 관람차온 다양한 외국 행위예술가들의 지발적인 퍼포먼스가 행해 졌습니다.

삼덕제지 공장 터에서는 무너진 공장 폐허 속에 김수진의 ‘침대가 있는 방‘(김수진)이 있고 공장 상징물인 굴뚝에는 인물 조상들이 세워지고(신정필) ‘Gattung’(하석원) ‘정원으로 가는 길’(김영길) ‘산성비지역’(양정길)의 공장잔해를 이용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또한 안양시민들과 끝임 없는 대화를 시도하여 얻어진 결과들을 전시하는 ‘안양천사람들’(권성운,김태덕) 선물-친구되기(김경남)의 작업들도 공공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한 참여프로그램의 장이었습니다.
행사준비과정부터 10여개의 기업체가 동참하고 수백명의 시민과 1백여명의 학생들과 십여명의 전문가와 20여 사회단체들이 여타의 방법으로 참여하며 프로잭트를 완성해 갔습니다.

특히 주최 측인 안양천살리기네트워트가 주관한 ‘자전거와 고무보트를 이용한 안양천 탐사’는 1여년의 준비과정과 32일간의 대장정속에서 빛나는 시민들의 참여 프로잭트입니다.

폐막식이 있는 10월17일에는 의왕시,군포시,안양시,광명시,금천구,구로구,양천구 등의 민간단체 회원 200여명이 안양천프로잭트 메인 행사장인 연현마을까지 와서 보무보트 5대를 안양천에 띄워 한강까지 탐사하는 대규모 프로잭트가 펼쳐졌습니다.

또한 전시기간 내내 관객들에게 직접 만든 차를 대접하고 안마를 해주며 대화를 시도하고 현장에서 주운 폐품들로 즉흥작품들을 제작하며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 지역작가 김석용의 안마 포퍼먼스는 단연 인기를 독차지 하였습니다.

또한 매주 토요일, 일요일 장소를 옮겨가며 본 프로잭트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 작가에게서 예술가로써의 삶과 열정을 배우게 됩니다. 이외에도 다수의 작가들의 작품과 에피소드들이 있으나 지면관계상 줄입니다.

그 이후……. 우리는 이제 막 그 첫발을 안양천에 내딛었습니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 사후 평가를 통한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고 상설적인 운영회의의 개최와 예산확보를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통하여 3년 후에 더 좋은 프로잭트를 선보이게 될 것이다. 지속적인 안양천 프로잭트를 위해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하며 글을 마칩니다. -끝-

(주) 각 프로잭트에 대한 설명과 작품들은 www.흘러라.kr에 정리되어 있으며 이후‘결과 보고서’와 도록이 단행본으로 출판되어 판매 될 것입니다.

supplement space Stone & Water 관장 /안양천프로잭트 운영위원장 박 찬 응

2004-10-24 02:4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