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문원식]안양제1경 ‘망해암 일몰’

안양똑딱이 2016. 6. 21. 16:38
[문원식]안양제1경 ‘망해암 일몰’

[2004/10/30]안양학연구소 소장.성결대 교수
비산1동 대림대학 앞에서 부터 비산사회복지관에 이르는 지역은 예부터 인적이 뜸하고 숲이 우거졌다 하여 ‘수프루지’라 불리던 마을이다. 이 마을 뒷길을 따라 관악산을 오르다 보면 표고 약 290m 지점, 동안구와 만안구를 가장 잘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유서깊은 고찰 ‘망해암’이 있다.

망해암이라는 사찰명은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암자에서 나온 것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년에 15일 정도의 맑은 날에는 멀리 서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망해암은 신라시대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됐다고 ‘망해암 사적비’에서 전하고 있다. 또한 조선 영조시대 신경준에 의해 작성된 ‘가람고’에도 기록이 있으며, 조선 태종·순조·철종 때의 중수기록이나, 경내의 유물 중 가장 오래된 용화전에 봉안된 석조미륵불상의 조성시기가 고려 초기로 추정되는 점 등으로 미뤄 망해암은 최소 천년 이상된 고찰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망해암은 오래된 역사에 걸맞게 20세기에 들어와서만 두 차례나 화재로 전소됐었다. 특히 한국전쟁 중인 1952년 이 절에 주둔하고 있던 인민군 때문에 안양을 회복한 미군의 포격을 받아 전부 불타버린 것이 가장 최근의 재난이다.

6·25 이후 복원된 망해암은 오랜 역사에 비해 미륵불을 모신 용화전과 삼성각, 종각 그리고 작은 요사채를 거느리고 있는 아담한 사찰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안양시는 아름다우면서 안양을 상징할 수 있는 경관을 발굴·육성해 문화관광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안양8경 선정작업에 들어갔으며, 작년 4월 시민들의 공모를 바탕으로 ‘관악산 망해암일몰’을 안양8경의 제1경으로 선정한 바 있다.

백두대간의 서해쪽 마지막 영봉인 수리산의 모습은 그 동북간인 관악산에서 가장 뚜렷하게 조망할 수 있는데, 독수리가 날개를 펼치고 비상하는 듯한 수리산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관악산을 등산하면서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안양8경선정위원회가 ‘관악산 망해암일몰’을 안양제1경으로 선정한 것은 관악산 망해암에서 바라보는 수리산 자락의 화려하고 장엄한 낙조가 안양을 대표하는 절경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동안과 만안의 접경지대 전망대에 위치한 망해암은 박달동에서 인덕원에 이르는 안양시의 전모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위치이기도 하다.

이러한 위치상의 이점은 가장 빼어난 안 양시의 야경도 제공해 주는데, 어둠 속에서 한 등 한 등 피어나는 안양시의 야경은 낮과는 다른, 안양시민들의 삶의 또 다른 모습인 것 이다.

‘관악산 망해암일몰’이 안양제1경에 선정된 것에서 보듯이 우리 일상 속에서 새롭고 아름다운 우리의 모습을 찾아 정리하고 알리는 작업은 우리의 문화적 자산을 보존하고 늘리는 소중한 작업인 것이다.

모처럼 마련된 안양8경 선정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을 제대로 알고 가꾸어 지역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는 물론이거니와, 자라나는 후손들이나 안양을 찾는 방문객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안양의 모습 을 알릴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길 빌어마지 않는다.

2004-10-30 15:2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