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박찬응]안양천엔 철새들만 날아드는 것이 아니다

안양똑딱이 2016. 6. 21. 16:25
[박찬응]안양천엔 철새들만 날아드는 것이 아니다

[2004/09/22 안양천프로젝트운영위원장]


 

안양천엔 철새들만 날아드는 것이 아니다.
          
9월은 유달리 대형미술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부산비엔날레,금강자연비엔날레등의 굵직한 행사들을 차치하고라도 크고 작은 지역미술행사들이 이어지고 있다.그중 필자가 관계하고 있는 2004안양천프로젝트의 개막식을 본 지면을 통해 소개하면서 몇가지 아쉬움을 표명하고자 한다.

이 어줍지 않은 글의 진위를 파악한 누군가에 의해서 반박의 글이 이어지길 기대하며 또한 이를 통해 안양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진지한 담론이 형성되기를 또한 기대한다.

2004년 9월18일 새벽 두시, 밤새 내리는 빗소리가 더욱 거칠어지며 가로등의 불빛에 거세게 넘실거리는 안양천변에서 천변에 설치된 작품들의 안위를 최종 점검했다. 3년을 기다려온 안양천프로젝트의 개막식에 맞추어 내리는 가을비를 '축복의 빗줄기' 라 자위하며 아침이면 맑게 개겠지하고 잠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여전히 빗줄기는 그칠줄 모르고 밤새 불어난 물로 천변에 설치한 종이배 한척이 떠내려가는 수난이 있었다.

오후3시-비가 오던 눈이 오던 연현마을 안양천생태공원에서 있을  개막식을 강행하기 위해 준비 팀의 손길이 분주해질 무렵 빗줄기가 조금 약해지더니 개막시간이 다가오자  돌연 출연한 햇살에 안양천변의 모인 사람들의 가슴이 활짝 열렸다.이 또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십수 명의 외국인 퍼포머(공연자)들과 마중 나온 주민들이  안양천의 맑은 햇살을 즐기고 있다. 낮 모르는 사람들끼리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며 서로 간에 눈인사를 나눈다. 연현마을 주민들은 자신이 싹틔운 화분들을 가지고 하나둘 무지개 다리를 건너 오고, 연현중학교학생들에 의해1주일 전에 제작된 ‘유용한 효소 흙 조형물’이 안양천에 던져지는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다채로운 향연이 펼쳐졌다. 특별히 초대하지도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안양천에 찾아와 자발적으로 공연을 펼치는 몇몇 외국작가들을 보며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일까? 이들에게 자발적으로 공연을 행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오후 6시-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삼덕제지 공장 하늘위로 작은 모형비행기가 날고 파괴된 건축물 더미위에서  안양 윈드오케스트라 앙상블 관현악단의 연주가 시작됐다. 창공을 나는 비행기에서 수신된 영상이 전시장 벽면에 비추어지고 한순간 하늘과,땅과 사람과, 음악과 영상이 하나로 연결되는 진풍경이 연출 되었다. 공식 초대된 영국과 프랑스 작가의 퍼포먼스가 시작되기도 전에  네덜란드에서 온 세 명의 여성 퍼포머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로 올라가 관중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실오라기 하나 거치지 않은 몸으로 무너진 폐허위에서 거친 웃음소리와 폭죽으로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해 낸다. 종이창고 안팎으로는 20여명의 작가들이 여름 내내 땀방울과 싸우며 만들어낸 다큐멘터리영상과 사진과 설치작품들이 열기를 내뿜고 있었고 공장 한쪽 바닥에선 안양의 작가 김석용의 안마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안마를 받기위해 줄을 서는 외국인들과 차를 마시며 열띤 토론을 벌이는 사이 삼덕제지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밤늦은 시간까지 많은 사람들은 떠나지 못했고 돌발적인 퍼포먼스는 끝없이 이어졌다. 이렇게 2004안양천프로젝트의 개막식의 밤이 흘러갔다.
              그렇게 오후부터 밤늦도록 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 끝내 안양시장과 시의회의장과 시의원들 중 단한명도 개막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무엇으로 이해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꼭 참석하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못내 서운한건 무엇 때문일까? 안양천프로젝트에 건 나만의 기대가 너무 큰 탓일까? 모든 걸 홍보부족으로 돌리고 주최 측의 준비부족으로 돌리기엔 무언가 석연치 않다.600명이 모인다는 ‘안양시 축구 후원행사’에 안양시공무원들과 안양시의회의원 전원이 참석한 것이라면  축구보다 못한 문화예술의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문화예술인으로써 약간의 자괴감마저 드는 건 나의 쫀쫀함 때문일까? 일일이 전화해서 초대하고  오픈식장에서 테이프를 커팅하고 의전행사를 공지하지 않는 한 안양시의원들의 발걸음을 잡아 두기 어렵다는 걸  이미 오래전에 알았다. 그래도 혹시나 했던 건 안양천에 대한 시의원들의 사랑이 남 다를 것 이라는 일말의 기대 때문이었다. 어렵사리 바뀐 의원들의 주소록을 얻어 빠른우편으로 초대장을 부치고 지역의 모든 신문과 정보지의 협찬을 받아 광고하고   없는 살림에 술과 음식을 준비하는 등  분주했던 준비과정이  조금 허망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모든 전시 행사 때 마다 시의원들을 향해 구애 할 순 없어도 시의원들이 꼭 참석할 필요성이 있는 몇몇 행사들에  초대장을 발송해 보지만 번번이 짝사랑에 그치고 말았다. 난 이 지면을 빌어 정말로 시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으로 안양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고…….
                 이글을 쓰고 있는 동안  일본공공예술프로젝트 벤치마킹을 다녀온 두 명의 안양시의회의원들이 운영위사무실을  방문했다.일본 방문길에 얻은 여러가지 이야기와  안양천프로젝트가 내걸은 모토와 안양천과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대한 견해를 주고 받으며  이번 주 토요일에 안양천프로젝트 투어를  제안 받았다. 희망과 절망은 언제나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다니는 걸까? 개막식에 대한 서운함이 조금은 가시기 시작 했다.개막식에 나타나 얼굴 내비치는 형식적인 행위보다 훨씬 값진 결과라 생각하니 나의 쫀쫀함이 부끄럽기도 했다. 우리는 안양천 프로젝트를 통하여 완결된 작품을 보여 주려는 게 아니다.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공예술에 대해 비전을 찾아 시민의 대표기구인 시의회가 앞장서서 안양천의 문화예술을 꽃피우는 그런 기대를 저버릴 수 없고 안양천프로젝트는 이제 막 문을 열었다.시의원들의 참여를 기대해본다. 모든 인류의 문화가 하천 변에서 꽃피웠듯이 안양의 문화예술은 안양천 변에서 꽃 필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랜 기간 현장에서 땀 흘린 작가들과 스텝들과 참여시민들의 노고에 힘이 되도록 열화와 같은 관람을 기대한다.또한  애정 어린 비판을 기대한다.직접 관람이 어려운 분들은 www.흘러라.kr 에 방문해서 작품들을 만날 수 도 있다. 참여해서 느끼고 느껴서 대화하고 다시 참여하는 안양의 문화담론 꽃피우기를 기대하며 www.흘러라.kr 에 소개된 예술 감독의 발제문 중 의미 있는 몇 구절을 소개하며 어줍지 않은 문화강론을 마친다.
              
[우리가 지역주의 미술운동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사고의 전환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수평적 사고에 대한 요청이다. 그것은 서울과 뉴욕과 파리와 베를린이 수직적인 구조에서 비교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수평적인 차이를 구별해 내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더 나아가서는 서울과 안양과 인천이 같은 형태로 지역적 차이를 명확하게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수평적 사고는 수직적 경쟁과 순위적 사고에 대해 대항한다. 우리 학교 교육이 절대평가보다는 상대평가를 선호하고 학업성과보다는 내가 누구보다 우위에 있는지에 관심을 두는 상황에 놓여있는데, 이러한 교육적 현실이 사회적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에도 여전히 일반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04-09-22 13: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