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이종만]안양천에서 벌이는 색다른 잔치

안양똑딱이 2016. 6. 21. 16:23
[이종만]안양천에서 벌이는 색다른 잔치

[2004/09/10]경기환경운동연합 대표·안양대 명예교수

예전 맑고 푸르러 사람들이 ‘멱 감고 놀던’ 안양천이 장장 20여년 동안 까맣게 죽어 있었던 모습은, 안양시를 비롯한 하천 주변의 많은 시민들에게는 한탄을 넘어 가슴에 맺힌 일종의 한(恨) 같은 것이었다.

그동안 숱한 시민들과 시민단체들마다 천변이며 냇물 속까지 뒤지며 열심히, 그리고 끈기 있게 쓰레기를 줍고 오물을 치우기도 했다.

안양시 담당공무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오폐수 방류업체며 공장들을 샅샅이 뒤지며 단속을 해 보기도 했다.

또 안양천을 안고 있는 안양, 군포 등 경기도의 7개시와 금천, 구로 등 서울의 7개구가 연대한 14개의 지자체들이 연합해서 안양천을 살려 보고자 갖가지로 애를 썼고, 하천 주변의 시민단체들이 연대를 구성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인근의 군부대가 동원되기도 했다.

약 5년 전 발족해서 활동해 온 ‘안양천살리기 자문회의’, ‘안양천 수질개선대책협의회’, ‘안양천살리기 민간단체네트워크’ 등은 그간의 안양천 생태복원을 위한 노력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본다.

그 가운데서도 안양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사업을 벌여온 오·우수 분리를 위한 대대적인 하수관거공사, 제2 하수종말처리장건설, 학의천을 중심으로 한 자연형 하천조성 등은 안양천이 다시 살아나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토록 염원하던 안양천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붕어, 버들치가 돌아오고 참게가 수없이 기어 올라오고 덩달아 해오라기도 천변 이곳저곳에서 눈에 띤다. 이미 지난겨울에는 안양과 광명 경계지역쯤에 철새들이 대거 몰려오기 시작했다.

천변에 산뜻하게 조성한 자전거도로에는 아침저녁 청소년들의 자전거 행렬과 수많은 시민들이 활기있게 걷는 모습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멋진 풍경이다. 학의천에서는 지난여름 물장구치고 노는 어린이들이 보이기도 했다. “안양천 만세!” 마냥 소리치고 싶어진다.

그런데 안양천은 흔히 보통 하천들이 그렇듯이, 어떤 지역에서는 모습이 달라 보인다.

특히 안양시 연현마을 앞에서는 사뭇 달라 보인다. 석수전철역 뒤편에 위치한 연현마을에는 하천이 동네에 아주 가깝게, 말하자면 바로 마을 코앞에 바짝 다가와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니까 냇물은 철철 넘쳐흐르고, 하천의 풀과 물고기와 철새들이 흡사 집안 마당까지 들어와 살아 있는 느낌을 준다.

바로 이곳 연현마을을 중심으로 젊은 예술가들이 대거 몰려와 큰 잔치를 벌이려고 지금 맹렬하게 작업 중이다. 안양천의 생태복원을 뛰어넘어 그곳에 예술가들이 독창적인 솜씨를 보태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많은 청소년들과 시민들 또한 함께 손잡고 그 잔치에 참여해서 독창적인 작품을 해내고자하는 결의에 차 있는 모습이다.

연현마을 천변은 물론이고 안양대교, (구)삼덕제지, 그리고 석수시장 내의 화랑(Stone&Water)에서 미술·음악·연극·영상과 디지털퍼포먼스, 정원가꾸기 등의 작품들이 나오고, 청소년들의 찰흙공작과 자전거달리기도 진행될 예정이다. 행사의 정식 명칭은 ‘2004 안양천 예술프로젝트’이며, 9월 18일부터 한달간 진행될 예정이다.

물과 흙과 풀과 물고기, 그리고 철새들로 가득한 안양천이라는 대자연 속에 인간들의 다양한 결과물을 섞어 넣어, 자연과 인간이 한데 어울려보자는 시도라고 여긴다. 그것은 바로 오늘 날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을 향한 행진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2004-09-12 01:4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