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박경숙]쉼터와 여성운동

안양똑딱이 2016. 6. 21. 16:28
[박경숙]쉼터와 여성운동

[2004/10/08]안양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장

 

● 여성쉼터는 또 하나의 여성운동

안양여성의전화는 2004년 9월 가정폭력 피해여성 가족공동체(장기쉼터) ‘돋움터’를 개소했다. 현재 여성부 산하의 가정폭력쉼터는 위기 개입을 중심으로 한 단기쉼터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여성의전화는 자립을 목적으로 한 장기쉼터(최장 2년)여서, 아직 제도화 돼 있지 않은 영역이나 그 필요성에 의해 시범적인 성격으로 개소하게 됐다.

가정폭력 근절을 제도화시키기 위한 여성계의 운동이 지난 98년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결실을 맺었고,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온 여성들이 보호받고, 가정폭력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또 하나의 사회적 안전망이 될 수 있었다. ‘돋움터’와 같은 중간집(쉼터와 사회를 연결시키는)은 지난 97년 한국여성의전화가 설립했다가 2002년 운영난으로 폐쇄됐었다.

중간집 ‘돋움터’는 ▲자립지원을 위한 여성주의 장기쉼터 ▲여성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쉼터 ▲새로운 가족 공동체의 실현 ▲가족치유의 필요성을 가지고 설립됐다.


● 여성운동 제도화의 문제점

최근 여성쉼터, 상담소 등과 같이 여성운동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여성계에서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것은 순수성과 운동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쉼터나 상담소가 미래지향적으로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설립취지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

복지혜택만을 제공하기 위해 쉼터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피해여성을 대상화시켜 복지의존성을 높여줄 위험이 있다. 여성 스스로가 문제의 중심을 잡도록 하고 스스로의 삶에서 주체적이 되는 것이 곧 제대로 된 자립인 것이다. 여성쉼터나 상담소는 여성폭력을 추방하고, 피해여성이 또 하나의 여성폭력 추방가가 되도록 한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쉼터나 상담소가 운영돼야 하며, 피해여성이 주체가 돼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고 가정폭력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당여성을 지지, 지원, 독려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바로 쉼터와 상담소의 역할을 충분히 이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여기에서 지자체의 역할의 중요성이 제기된다. 쉼터나 상담소를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지자체 또한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근절되도록 하는 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겉으로 보여지는 것보다는 내용적인 면에서 본연의 설립취지에 맞춰 운영될 수 있도록 해당기관을 독려하고, 지도해야 한다.


● 여성폭력추방 정책화 ‘쉼터 살리기’

여성운동의 또 하나의 형태로서의 쉼터를 살리기 위해서는 각각의 근거법이 제정될 수 있었던 철학적 기반을 되새겨 봐야 한다. 쉼터는 여성폭력 추방사업의 또 하나의 장이 돼야 한다. 피해자에게 단순한 정보제공이 아니라 여성주의 시각을 갖도록 하는 것은 ‘복지병’을 피하게 해주며 문제해결에 건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단계적 상담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하며, 그러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상담원의 존재가 쉼터의 필수 조건이라 하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자체가 상담소와 시설을 지원할 때 여성운동이 지역에서 건강하게 자리 잡을 수 있고 피해자도 좀 더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04-10-08 15:5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