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이명훈]안양천에 망을 던지다(2004 안양천프로젝트)

안양똑딱이 2016. 6. 21. 16:24
[이명훈]안양천에 망을 던지다(2004 안양천프로젝트)

[2004/09/12 시각지9월호]안양천프로젝트 기획팀장


 

왜 안양천인가

경기도 안양(安養). 그곳에 안양천이 흐른다. 경기도 의왕시 고천동에서 시작하여 경기도 남서부 지역 및 서울시의 구로구, 영등포구 등의 도심 지역을 관류하여 한강으로 유입된다. 그 길이가 32.2 ㎞이다. 안양천은 하천의 대부분이 시가지를 통과하기 때문에 제방축조 및 고수부지 조성 등에 의하여 인공화 된 도심하천이다.

안양천의 명칭 유래는 1400년경에 대천(大川)으로 불렀으며, 조선후기부터는 대천 또는 기탄(岐灘)으로 호칭되다 근세-일제 때부터 안양천으로 불리고 있다. 1910년경의 안양천의 모습은 상당히 굴곡이 있는 사행하천이었으나 토지이용증대, 도시개발에 따른 하천정비로 현재의 직선 하천모습으로 변하였으며 특히 1977년 7월 8일 발생한 안양천 대홍수로 인하여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되어 1978년 안양천 수계 하천정비 기본 계획을 수립하여 정비함에 따라 현재의 하천모습을 이루었다 한다. 70년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산업시설의 증가와 인구집중으로 인한 폐수와 생활하수의 급격한 증가로 자정능력의 한계를 넘게 되었고 생명이 도저히 살수 없는 죽음의 하천으로 그 악명을 떨쳤다.

안양천의 수질은 가양하수처리장과 안양하수처리장의 건설에 따라서 상당히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한강의 여타 지천인 탄천 및 중랑천에 비해서 나쁜 편이고, 친수공간(물과 친해 질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이용 및 건전한 하천생태계로서의 회복과는 거리가 먼 실정이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급기야 안양천을 살리기 위한 시민환경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거대한 협의체를 조직하게 만들었다. 그 조직체가 바로 1999년에 설립된 안양천 살리기 네트워크이다. 안양천 살리기 네트워크는 환경과 공해연구회,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 등 안양천 유역의 21개 민간단체가 모여 구성된 단체로서, 설립이후 2년 간의 활동을 통해 보다 견실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하여 2001년도부터 안양시, 군포시, 의왕시, 광명시 등의 지방의제 추진기구를 참관단체로 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양천 살리기 운동은 여러 가지 환경개선 사업과 지속적인 환경 모니터링과 캠페인으로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이루어 내고 있다. 안양천의 수질은 해마다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양천에 철새, 버들치들이 돌아오고 얼마 전에는 참게가 발견되는 등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어 많은 이들이 감격하고 있다. 특히 안양천에서 미역을 감고 놀았던 중년세대들에는 이루 말 할 수 없는 ‘기적’과도 같은 기쁨을 가져다 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안양천의 건천화(하천이 물이 없어서 말라 가는 현상)는 안양천 환경의 난제로 남아있으며, 더군다나 시민들의 친수공간화를 위한 숙제들이 남겨져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안양천에 매년 수억의 예산을 들여 다양한 친수공간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자전거 길을 닦고 콘크리트 제방을 걷어내 자연형 하천에 가까운 시설들을 설치하고 있다. ‘개발독재’의 근대화로 철저하게 파괴된 안양천. 그 독재의 피해가 얼마나 큰 상처로 남아있는 지, 그 상처의 치유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우려야 하는지 비로소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환경운동과 더불어

시민의식이 높아지고 관에서도 문화나 복지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더불어 생각해야 하는 문제. 바로 문화와 예술에 대한 요청이다. 정치적인 이슈와 갈등 속에 예술은 위치해야 한다. 정치의 선전도구와 이벤트로서의 예술이 아닌 예술은 스스로 정치화되어 사회의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갈등들을 다양한 관점으로 예술가들이 나서 중재해 줄 것을 우리 사회는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는 요구들에 대해서 예술은 단호하게 거절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예술이 바로 예술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투쟁한 모더니즘 예술의 성숙한 면모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화된 모더니즘 예술이 각 지역의 특수한 현장이슈들 속에서 존재할 수 있는 근거는 세계화로 향하는 원심력과 내부 핵심으로 향하는 구심력의 에너지들을 발견하는 것으로 우리 예술이 지나치게 구심력을 잃고 있음을 자성할 문제이다.

안양천 프로젝트의 과제는 여기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양천에서 잃어버린 구심력의 에너지, 물은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만이 아니다. 흐르는 물 속에서 소용돌이와 역류를 우리는 발견해야 하고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들의 운동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오는 9월 18일부터 약 한달 간 안양천과 석수시장에 위치한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관장 박찬응) 내부, 안양시내에 위치한 삼덕제지 폐 공장의 창고 등의 장소들에서 약 60여 개의 작업, 개별적인 프로젝트들이 펼쳐지는 2004 안양천 프로젝트는 지역미술 운동의 중요한 사례를 남기고자 한다.

안양천의 비전

“안양천프로젝트는 예술의 물줄기를 기운차게 흐르게 하는 예술 실험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제각기 자기 지평의 도주선을 차고 나와 새로운 경계를 향해 흘러갈 것이다. 안양천은 한강으로 흘러가지만, 예술가들의 상상력은 안양천을 따라 도시의 일상 속으로 흘러들어 간다.” (백기영 예술감독)

백기영 예술감독은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컨셉을 ‘흐르다’의 ‘flow'로 잡고 이것을 Flower(식물), Land (대지), Object(오브제), Wall (벽) 네 개의 카테고리들을 제시했다. 명사적 개념보다 진행형의 동사를 앞세움으로써 안양천 프로젝트가 안양천 살리기 운동과 더불어 안양천에 문화예술이 함께 하는 지속적인 프로젝트로서 그 비전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술과 예술의 네트워크, 예술과 사회의 네트워크, 사회와 사회의 네트워크...우리는 촘촘한 그물 망을 안양천에 던져 무수한 쓰레기들을 건진다는 생각으로 한 올 한 올의 그물을 조직하고 있는 셈이다. 안양천에 자연과 예술이 어떠한 형태로 공생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지만, 일단 첫 회의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에 대한, 예술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되기를 기대해 본다. 개발독재의 패러다임이 사라지는 것처럼.... ■ (2004.9.12)

2004-09-18 22:5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