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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3]안양2동에 살았던 1세대 마라토너 남승룡선수

안양똑딱이 2024. 2. 13. 16:09

남승룡선수

 

1936년 베를린올림픽 당시 마라톤에서 투혼의 질주로 동메달을 목에 건 육상 영웅 남승룡 선수. 손기정 선수와 함께 대한민국 1세대 마라토너로 2023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되었다.

안양 출신의 고 변원신 어르신과 원로이신 임정조 선생님 전언에 의하면 남승룡은 학생시절 안양2동에 살았다고 한다.

1936년에 열린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하여 일제 식민치하의 우리 민족에게 큰 희망과 기쁨을 준 손기정 선수르는 다들 알지만 손기정 선수와 함께 출전하여 3위에 입상한 남승용 선수(19122001)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았다.

1912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달리기에 재능을 보였던 남승용 선수는 서울(안양?)로 올라와 서울협성실업학교와 양정고등보통학교를 다니다 일본의 아사부[麻布] 상업학교를 거쳐 메이지[明治]대학에 진학했다. 남승용 선수는, 193210월 경성운동장에서 열린 전조선육상경기대회 5,000m1m 부문에서 우승한 다음, 그 해 전()일본 마라톤 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했고, 1933년에 개최된 극동선수권대회와 1934년 일본건국기념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며, 그 해 열린 조일 대항경기 5,000m에서 다시 우승을 거두었고, 1935년 메이지대학 2학년 때 참가한 일본건국기념 마라톤 대회에서는 경기 도중 자동차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면서도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남승용 선수는, 19365월 올림픽 대회 파견 마라톤 선수 최종 선발전에서 1위를 하여 올림픽 대표선수로 선발되었다. 선발전에서 2등을 한 손기정 선수와 함께 베를린 올림픽 대회에 참가하여, 손기정은 2시간 1919초의 기록으로 1, 남승용은 그보다 1224초 늦은 기록으로 3위를 차지했다. 그의 동메달 획득은 막판 스퍼트로 30명 정도의 선수들을 앞지른 결과였다는 점에서 놀라운 것이었다. 본래 남승룡은 후반에 전력 스퍼트하는 스타일이었고, 만약 조금만 빨리 역주하기 시작했다면 손기정과 함께 금-은메달 석권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당시 금메달을 차지한 손기정을 평생 부러워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메달의 색 때문이 아닌, 월계수로 일장기를 가릴 수 있어서."라고 회고했다. 당시 시상대 사진을 잘 보면 손기정이 월계수로 일장기를 가리는 가운데, 남승룡은 어떻게든 바지를 명치까지 끌어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일장기를 가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베를릭옴림픽 남승룡선수(앞줄)

 

8,15해방 후 19474월에 개최된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손기정이 감독을 맡고 서른 여섯살의 남승용이 코치 겸 선수로서 서윤복과 함께 출전했는데, 서윤복이 우승할 때 남승용은 2시간 4010초의 기록으로 10위를 차지했다.

남승용 선수는 손기정 선수와 함께 일본의 식민지배에 신음하던 동포들에게 마라톤을 통해 한없는 긍지와 희망을 안겨 주었습니다만, 올림픽 우승을 차지한 손기정 선수가 평생 영광과 명예의 빛 속에 있을 때 3위에 머문 남승용 선수는 언제나 그 뒷전에 가려져 있었다.

손기정 서윤복 선수에 결코 뒤지지 않는 뛰어난 실력이 있었으면서도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일등지상주의의 어두운 그늘속에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속 시원히 1등을 하지 못했다하여 올림픽 3등의 남승용 선수에게 비운의 마라토너라는 어울리지 않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남승룡은 은퇴후 19471월부터 19639월까지 대한육상경기연맹 이사를 지냈고, 1953년부터 1961년까지 전남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70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으며,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는 '경기력 향상 연구 연금'을 받았다. 2001220일 향년 88세를 일기로 숙환으로 별세했다. 시신은 화장되어 경기도 용인시 용인공원묘지 봉안당에 안치되었다. 그리고 평생의 동갑내기 친구이자 동료였던 손기정도 이듬해 11월에 향년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남승룡 선수의 출생지인 순천시에는 남 선수의 이름을 딴 남승룡로가 있으며, 남 선수의 스포츠 정신을 기리는 "남승룡 마라톤 대회"가 매년 열리고 있다.

한편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선정위원회(위원장 김승철)는 지난 2023년 남승룡선수를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하면서 대한민국을 빛낸 육상인으로서 어려운 시대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올림픽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거는 등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준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은 추천위원, 체육단체, 출입기자, 대한체육회 원로회의기구를 대상으로 후보자 접수와 심사를 진행한 뒤 최종 후보자 4명을 추리는 방식으로 선정 작업을 진행한다. 이후 업적 평가와 국민 지지도 조사 결과를 참고해 스포츠영웅 선정위원회가 최종 선정한다.

지난 2011년 제정돼 김성집(역도), 손기정(육상) 등 두 명의 초대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후 2013서윤복(육상) 2014년 장창선(레슬링민관식(스포츠행정), 2015년 김운용(스포츠행정박신자(농구양정모(레슬링), 2016년 김연아(피겨스케이팅), 2017년 차범근(축구), 2018년 김일(레슬링김진호(양궁), 2019년 엄홍길(산악인), 2020년 조오련(수영), 2021년 김홍빈(산악인), 2022년 이봉주(육상)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손기정(중앙), 님승룡(왼쪽)
베를린올림픽, 남승선수(앞줄)
백범김구 선생과 함께한 남승룡(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