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영부]재래시장 살맛나는 문화공간으로…

안양똑딱이 2016. 6. 30. 14:38
[김영부]재래시장 살맛나는 문화공간으로…

[2005/07/20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안양지부 사무국장]


 

재래시장 하면 시골 할머니의 품처럼 아늑한 고향의 따뜻함과 구수한 인정이 떠오른다. 재래시장이 위기에 몰리면서 국가적 현안이 되었다. 수 천 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세상살이에 힘겨울 때 재래시장을 찾으면 기운이 솟는다’는 많은 사람들의 말 속에 답이 있다고 본다.

재래시장은 도시민에게 ‘더불어 지켜야 할 마음의 고향 같은’ 각별한 곳이다. 무한경쟁의 각박한 물질만능 사회에서 그나마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한줄기 빛이요, 넘치는 활력과 따뜻한 인정을 느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삶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재래시장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이 시대의 중요한 문화유산을 잃는 것이다.

문화유산이란 게 다른 게 아니다. 한 시대 민초들의 마음을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중요무형문화재로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판소리를 예로 보자. 사대부 양반들에게 천대당하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유산이 되었다. 이것을 보면 문화라는 말에 대해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경기도가 세계인을 상대로 ‘경기방문의 해’ 홍보를 하면서 ‘가장 한국적(경기도적)인 것의 세계화’를 겨냥하여 제작한 CF홍보를 보면 재래시장이 나온다. 탁월한 기획이라고 본다.

안양은 사통팔달의 지리적 여건 속에서 인근지역에 비해 재래시장 문화가 활발하다. 그러나 서민경제의 견인차로서 안양사회의 근대화와 맥락을 같이한 생활문화의 중심지라는 위상은 사라지고 급격히 침체되어 위기에 있다. 재래시장이 사라진다면 그 훈훈한 인정과 따뜻한 사람냄새를 어디에서 느낄 수 있겠는가? 백화점이나 대형할인마트에서 제 아무리 비싼 값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다. 이 것이 재래시장의 위기가 상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보는 부분이다.

안양민예총은 ‘재래시장 활성화의 문화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전국 최초로 2003년부터 안양중앙시장에서 ‘장터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상인들의 호응과 시민들의 반응은 대단히 뜨거웠다. 좁은 시장 안에서 흥겨운 축제를 열고, 시장의 오랜 역사와 얘기꺼리·화제를 찾아 장터신문을 만들었다. 시장 풍경과 상인들의 모습을 담은 장터사진전, 정월대보름에 펼친 풍물 길놀이와 지신밟기, 재래시장의 전통적 이미지와 어울리는 마당극 축제를 펼쳤다.

시끌벅적한 장터에서 열린 축제는 넓다란 광장에서 펼쳐지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연희자나 관객이나 서로가 하나되어 자연스럽고 살맛나는 축제가 되어 가는 것을 경험하였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문화적 접근은 대단히 유효하다고 본다. 이러한 시도들은 현재의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이 단순한 시설지원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서 적극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양시는 2002년부터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면서 재래시장을 지원하고 있지만, 진정성이 없는 형식적 행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참에 민간차원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정부에서 시행하는 「재래시장육성을위한특별조치」의 후속책으로 <안양시 재래시장 활성화 특별조례 제정>등 정책적 지원에 적극적인 관심을 쏟기를 바란다.

2005-07-21 03:2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