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윤여창]수리산을 생명과 평화가 넘치는 산으로

안양똑딱이 2016. 6. 30. 14:37
[윤여창]수리산을 생명과 평화가 넘치는 산으로

[2005/07/14 푸른희망군포21 실천협 사무국장]


 

얼마 전 내가 일하는 군포의제21에서 환경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군포의 수리산을 보전하자며 ‘(가칭) 수리산 생명 평화 연대’라는 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우리 군포 시민이면 누구나 군포의 가치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수리산을 보전하고 가꿔 생명과 평화가 넘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대의에는 동의하는데 쉽지는 않겠다는 말들이 많이 나온다. 하기는 기구를 구성한다는 것은 나름대로 어려운 점이 있다. 그리고 그냥 대책위원회 구성하듯이 급박하고 긴급하게 할 일도 아니며 더욱이 시민사회만이 아니라 군포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가 동의할 수 있는 구성이 되어야 하고 나아가서 수리산의 장기계획까지 함께 논의하기 위해 행정단위도 참여해야 한다고 보면 구성을 서두를 일은 아니다.
수리산을 보전하는 문제는 단순히 우리 군포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즉 수도권 집중이라는 중차대한 문제와 관련 있다는 점이다. 최근 수도권의 한 시민단체 연대체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수도권 각 지자체가 목표로 하는 인구 수치를 모아보니 29,415천명으로 전국의 59%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보다 통계청이 작성한 인구추이는 조금 적은데 전국의 52% 수준인 26,133천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앞으로 모든 국민이 수도권에서만 아이를 낳고 전남 도민을 모두 이주 시키고 강원, 충남, 충북 도민들 중 대다수를 이주 시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가관도 아니다. 하긴 뭐 현재도 전국 인구의 48%가 수도권에 몰려 살기 때문에 조금만 더 몰려 살면 된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인구 숫자가 이 정도 되면 정책이고 뭐고 볼 게 있겠는가? 아무리 뛰어난 정책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주택, 도로, 수도, 에너지, 교육 등 각종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물며 환경문제야…. 더욱 문제라고 지적되는 것은 경기도 인구 문제다. 수도 서울과 인천은 앞으로 크게 인구가 늘어날 전망이 없다. 즉 앞으로 인구가 늘어난다면 모두 경기도에서 늘어난다고 보아야 하고 그렇다면 향후의 환경문제를 비롯한 각종 문제의 핵심에는 경기도가 있다는 말이 된다.
우리 군포는 어떤가? 우리 군포는 인구 36만명이 도시계획에서의 인구목표다. 도시인구가 곧 30만명이 된다고 보면 앞으로 6만명이 더 늘어야 한다. 다른 도시에 비해서 많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6만명이 어디에 들어와서 살 것인가? 즉 6만명을 수용하더라도 더 이상 수리산을 개발하는 방식으로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좀 다른 얘기인 것 같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협치(協治)의 시대라고들 한다. 기존 행정단위의 계획과 결정이 중요하던 시대는 가고 이제는 시민들과 함께 계획을 결정하고 집행하며 평가한다는 것이 협치의 골자다. 갑자기 협치라는 말을 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수리산을 보전하고 개발하는 것, 나아가서 우리 군포를 개발하고 보전하는 것도 다름 아닌 협치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최근 복합화물터미널 문제, 신기 삼성마을 택지개발 문제, 수원~광명 간 고속도로 문제를 비롯한 각종 개발문제로 인해 우리 군포가 얼마나 멍들었는가? 우리 시민들의 건전한 주장이 때론 지역이기주의로 매도당하기까지 했지 않은가? 이런 문제들의 가장 깊숙한 근저에는 시민들과 함께 상의할 줄 모르는 건설교통부의 독선적 행정 행위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향후 우리 군포의 수리산을 보전하고 개발하는 일은 단순히 멋진 계획서 하나 달랑 내서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함께 상의하고 계획을 결정하고 집행하려는 자세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런 배경에서 민관이 함께 생명 및 생물 공간 조사 (토지이용현황도, 현존식생현황도, 불투수 토양포장현황도, 비오톱 유형도, 비오톱 유형평가도, 비오톱 평가도 등)를 통한 중장기 수리산 보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즉 수리산과 관련해서 장기계획이 부재했다는 사실을 통감하고 계획을 세우자는 말이다. 또 수리산 및 하천유역 생활역사를 발굴해야 한다. 유역개발 이전 생물종을 추적 조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 시의 곤충인 은판나비는 예전에는 산림욕장 부근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수리사 계곡에나 있다. 그런데 산림욕장 입구에 은판나비 모양 화장실을 세운 것은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물이용·자연이용 생활역사 발굴, 자연사·마을별 거주역사, 군포지역 생활역사 박물관 마련을 위한 자료수집의 중요성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수리산 및 군포지역 문화자원을 개발해야 한다. 전통역사 복원에 기반한 문화자원 개발, 수리산 및 자연환경을 부각시키는 문화자원 개발, 공동체 및 공동체 활동에 근거한 자원개발 등이 할 일이라고 판단된다. 예를 들면 수리산에 참나무가 많아서인지 숯고개가 있었고 아마 숯고개에는 숯가마 터가 있었고 숯고개에서 안양 장터까지 숯을 실어다 팔았던 길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군포판 실크로드가 아닌가?
수리산은 단순히 도시 뒤에 있는 동산이 아니다. 우리 군포의 상징이며 얼굴이다. 또 삶 그 자체다. 이제 민관이 함께 수리산의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군포에서 법적으로 진행되는 각종 기본계획에 수리산 비전을 반영해야 한다. 또 이를 근거로 최근 중앙정부의 개발 계획과 같은 일에 객관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가칭) 수리산 생명평화 연대는 그러한 관점에서 구성되어야 하며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2005-07-14 15:5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