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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응]재래시장, 예술가들과 33일간의 낯선 동거

안양똑딱이 2016. 6. 30. 14:33
[박찬응]재래시장, 예술가들과 33일간의 낯선 동거

[2005/06/14 스톤앤워터 홈피]관장
석수시장프로젝트 6월 15일 폐막

지난 5월 15일부터 안양 석수 2동에 위치한 석수시장은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색다른 시장이었다. 시장 빔 점포 9개 공간이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지고 시장 구석구석에 미술작품들이 숨박꼭질 하듯 숨어있었다. 무엇이 예술작품이고 생활품이고 상품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심지어 시장 공중화장실에도 짓궂은 아이들 장난 같은 작품들이 있어 순간 방문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청소는 기본이고 버려진 쓰레기들을 주어모아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종이박스, 가구를 모아 초소를 만들고 “슬퍼하세요”라는 알쏭달쏭 이해가 안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빈라덴, 부시 대통령과 나란히 기념사진을 찍고 “빈라덴 부시도 다녀간 집” 현수막을 내건 감자탕 집 아주머니는 어느새 석수시장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시장 한복판에서는 무대는 작았지만 큰 에너지를 발산하는 공연이 이루어졌고 동네극장에서는 수묵애니메이션과 비디오아트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었고, <茶-da방>이란 점포에서는 재즈밴드 공연, 시인들의 공연, 마임, 집시밴드 공연이 매주 거르지 않고 이루어졌다. 이 모든 것들은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예술들이었다. 장을 보러온 주민들은 호기심 가득 찬 표정으로 예술가들의 난장을 조용히 지켜보기도 하고 때론 웃기도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기도 한다. 도대체 이들이 이곳 석수시장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예술? 석수시장프로젝트? 이들의 궁금증은 커져간다.

침체된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래시장 활성화에 대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재래시장은 민심이 움직이는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장소이자 서민들의 경제 체온계라 할 수 있다. 정치인들이 민심을 잡기위해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석수시장은 예외다. 이곳은 정치인들보다 예술가들의 방문이 더 빈번한 곳으로 이번 석수시장프로젝트를 주최한 ‘스톤앤워터(stone & water)’라는 대안예술공간이 시장 속에 있기 때문이다. 2002년 6월에 개관한 스톤앤워터(대표 박찬응)는 석수동의 이름을 따 지금까지 지역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다양한 예술행사들을 기획하고 추진해 왔다.

지난 5월 14일부터 33일간 석수시장 일대를 배경으로 10개의 프로젝트와 10개의 보충대리공간에서 다양한 전시와 이벤트가 이루어진 석수시장프로젝트는 석수시장을 향해 "open the door!(문을 열어)"라고 외쳤다. 문(the door)이란 “닫힌 상점의 문을 열자!”, 곧 “죽어가는 재래시장을 살리자!”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닫힌 마음의 문을 열자”라는 의미로도 확장된다.

사람과 사람, 일상과 예술, 예술과 예술. 이 모든 경계의 벽을 허물고 어려운 시기에 여럿이 지혜를 모아 난제를 함께 풀어 나가보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벽 없는 미술관’이라는 개념 속에 녹아있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석수시장이 하나의 ‘벽 없는 미술관’이 되어 일상과 예술, 지역민과 상인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게 하는 것. 재래시장을 하나의 문화의 공간으로 보자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 속에 잘 드러나지 않는 작품들은 누군가가 그것을 찾아내 이야기하고 비로소 그 가치에 대한 평가를 내리게 되는 것처럼, 동네나 재래시장의 숨어있는 가치를 발견하고 평가해보자는 측면에서 이번 석수시장프로젝트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행사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6월 15일 석수시장은 다시 한번 들썩이게 될 것이다. 지역주민과 상인들이 모여 동네가수왕을 뽑는 노래자랑을 하기 때문이다. 33일간의 예술가들과의 낯선 동거, 예술로 시작해 일상으로 끝나는 -‘끝난다’기 보다는 일상 속으로 녹아드는 그런 예술적 동거가 아니었나는 생각이 든다.

2005-07-08 12:4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