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이명훈]석수시장프로젝트는 그들만의 잔치였는가?

안양똑딱이 2016. 6. 30. 14:36
[이명훈]석수시장프로젝트는 그들만의 잔치였는가?

[2005/07/01 스톤앤워터 홈피]스톤앤웥 큐레이터


 

석수시장프로젝트는 그들만의 잔치였는가?

이 주제는 분명 토론과 논쟁이 필요한 주제입니다.

안양민예총 사무국장 김영부 님의 공식적인 문제제기에 대해 일단 환영합니다. 김영부님의 짧은 의견 전문을 여기에 발췌해 봅니다.

우리 안양민예총에서는 “재래시장활성화의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2003년부터 안양중앙시장에서 <장터문화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자’는 데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이번의 석수시장 프로젝트처럼 주민도 상인도 없는 “그들만의 잔치”에 대해서는 착잡한 심정이었습니다.

“석수시장이 재래시장이냐? 아니냐?”는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석수시장 살리기>에 대한 진실성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의견에 대해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석수시장프로젝트를 보신 분들 가운데 아마도 상당수가 이 의견에 동의할지도 모릅니다. '이번의 석수시장 프로젝트처럼 주민도 상인도 없는 그들만의 잔치' 였다. 여기서 '그들'이란 예술가들을 말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과연 '그들=예술가' 일까요?

행사를 마감한 지금에 제 생각은 다릅니다.

'그들'가운데 아이들이 포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분명합니다. 이것은 석수시장프로젝트의 다양한 프로그램 가운데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장교육의 가치를 새삼 재발견 한 프로그램이었고 매우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아마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분들은 제 말의 의미를 모르실 겁니다.

아이들 가운데 교육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석수시장이 하나의 놀이터로 삼은 아이들이 또한 있습니다. 이들은 골치 아프도록 난장꾼들이었지만, 뭔가 재미와 흥미로 가득찬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안양 6동 달팽이공부방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보다 참여적인 작업이 이루어 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쉼터의 빈 공간을 그들이 그린 그림(2004년 스톤앤워터 송년행사때 초대되어 공동으로 제작했던 나무판 조각 그림들)과 새롭게 참여한 안양출신작가의 작품이 어우러져 설치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온전한 주민도 상인도 아니지만 분명히 주민의 일원이고 상인의 자녀들입니다. 그렇다면 그들만의 잔치는 과연 진실일까요?

석수시장프로젝트는 분명 모두를 위한 예술을 지향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예술을 위한 예술을 지향한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열려있는 예술을 지향했습니다. 예술이 일상에 말을 거는 작업, 하나의 예술장르가 다른 예술장르에 말을 거는 작업, 별 의미없고 가치없고 관심주지 않았던 사물과 공간에 예술가들이 이야기를 건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누군가에게 말을 걸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석수시장프로젝트에서 무엇인가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면 아마 당신은 마음의 병을 심하게 앓고 있는 그런 사람일 것입니다. 아니면 너무나 기존의 미술을 보는 방식에 익숙해서 예술작품과 예술이 아닌것을 너무나 분명하게 구별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단 하나의 사물과 사람과 공간과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성공입니다. 재래시장을 다시보자는 것은 재래시장을 살리자라는 슬로건과는 다릅니다. 기획은 이 프로젝트가 죽어가는 재래시장-석수시장을 살리기라는 연막을 피우고 그 속에서 예술가들이 그들이 재래시장을 어떻게 보았는지 무엇을 발견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찾도록 해본 것입니다.

안양천프로젝트도 이러한 맥락에서 행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가들이 재래시장을 살리고 안양천을 살리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살린다'는 의미를 새로운 맥락에서 해석해야 할 것이고 새로운 맥락의 발생은 장기적인 연구와 접근을 통해 가능할 것입니다. 이것이 이벤트, 전시와 프로젝트의 차이점입니다.

그들만의 잔치, 그들은 누구입니까?
어떤 근거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그들만의 잔치로 결론지어졌을까요?

아마 이런 것일 것입니다. 안양민예총이 주관한 <장터문화제>와 비교했을때 <석수시장프로젝트>는 그들만의 잔치였다.

제가 작년 장터문화제를 보았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대로 민예총이 총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레파토리 또는 프로그램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성급하게 제단해서 평가하는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보기에 좋았습니다. 민중속으로 예술이 위치한다는 것은 제 미학적 기준에서는 여전히 선입니다. 또한 그것이 민예총 다운 모습이라 생각도 들더군요.

한편으로 민예총의 그러한 미학적 입장을 오늘날, 현재의 나는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생님에게 스톤앤워터가 추구하는 미학과 민예총의 미학은 다르다고 언젠가 분명히 말씀 드렸습니다. 각자의 개성만큼 미학적 수용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문제는 서로 상대의 취향의 다름과 그 다름에서 발생되는 미묘한 갈등, 정치적 언설의 신중함을 가져야 합니다.

헌데 선생님은 마지막에 '진실성' 이라는 것을 묻습니다. 진실성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석수시장프로젝트는 위선이고 거짓이라는 결론이신가요?

제가 말하는 그들에 아이들이 포함된다. 그것은 진실일까요 거짓일까요? 아이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문화와 사회에 대해 이번 프로젝트가 어느정도 기여했다고 평가한다면 지나친 자신감일까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정신적인 유산을 남겨주는 것일까요?

문화와 예술은 단순히 함께 즐기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생활이나 생계에 보탬이 되는 유용한 '일'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문제제기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석수시장프로젝트 작품 가운데 '슬퍼하세요'라고 적은 플랜카드가 있었습니다. 그 자체로는 이상할게 하나도 없는데, 이상한 작품입니다. 진실은 어디에 있습니까?

또 어떤 젊은 아주머니는 석수시장 상점에 적어논 시의 일부 표현을 문제삼기도 했습니다. '근친상간'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저에게 이것이 어떻게 교육적일 수 있느냐?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라고 따지며 항의하고 철수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냥 두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그 시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작품을 두고 충돌이 발생합니다.

그것을 이해해보려고 노력은 했을까요? 전체 문맥을 모르고 '근친상간'이라는 표현에 유독 민감했던 이유는 뭘까요? 정말 그 분이 자녀의 교육걱정을 했을까요? 진실은 어디에 있습니까?

행사 폐막때 동네노래자랑을 했습니다. 반응이 참 좋더군요. 족히 500여 명 넘게 모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나게 놀고 웃고 그 순간을 즐겼습니다. 이런 행사 몇번 더하면 석수시장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래자랑도 좋고 열린음악회도 좋고 다 좋습니다. 헌데 그것으로 충족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지켜보면서 마치 그것이 '그들만의 잔치'같았습니다.

진실은 어디에 있습니까? 선생님!

2005-07-08 12:4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