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학연구소장/ 행정학박사, 성결대교수 AD 900년 경 고려 태조 왕건이 궁예의 명을 받아 조공을 바치지 않던 광주, 충주, 청주 등 남쪽 3개 주를 정벌하기 위하여 삼성산 자락을 지나가던 중 산꼭대기에서 오색무지개가 어리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사람을 보내 살피게 하였더니 늙은 중 능정(能正)을 구름 밑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더불어 대화해 보니 뜻이 맞아 ‘안양사(安養寺)’를 세웠다는 기록이 중종 25년(1530)에 편찬된‘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與地勝覽)’ 등에 전해지고 있다. 이 안양사에 관한 기록은 고려와 조선시대 중엽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서 중수한 기록이 남아 있고, 현재 안양이란 지명의 유래라고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국정토를 일컫는 안양이라는 말이 지명으로 처음 사용된 기록은 영조 35년(1759)에 제작된 ‘여지도서(輿地圖書)’금천현도(衿川縣圖)에 실려 있는데, 삼성산 자락 지금의 석수동 일대를 금천현에 속한 안양리(安養里)로 표시하고 있다. 그리고 과천 쪽에서는 여지도서 이후 30년이 지난 정조 13년(1789)의 호구조사 기록에서 처음으로 이 지역 리(里)의 명칭이 보인다. 즉, 과천군 하서면 6개리 중의 하나로 안양리(安陽里)를 기록하고 있는데 현재의 안양역 인근으로 추정된다. 즉, 안양리는 현재의 안양대교를 중심으로 하여 남북으로 펼쳐져 있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두 지역에 나뉘어져 있었던 옛 안양리가 속했던 시흥군과 과천군의 경계는 안양유원지에서 발원해서 안양천으로 흘러드는 지금의 삼성천이었다. 역대로 삼성천 이북은 시흥에 속했고, 그 이남은 과천이 되는 것이다. 시흥에 속했던 안양리(현재의 석수동)가 안양에 속하게 되는 시기는 1963년 1월 1일에 시행된 행정구역개편을 통하여 박달동과 함께 광명에서 안양읍으로 편입되면서 부터이다. 따라서 안양의 뿌리에 관하여 논의한다면 시흥이 아니라 과천으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한 것으로 인식된다.
오늘날 안양시 행정구역의 90% 이상을 아울렀던 과천군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온 것일까. 고종 32년(1895)에 실시된 행정구역 개편으로 과천군은 오늘날의 안양, 군포, 의왕의 대부분의 지역을 포함하고, 북쪽으로는 동작동, 흑석동, 노량진까지 또 동쪽으로는 양재동, 포이동에 이르는 7개 면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서쪽의 2개 면이 오늘날의 안양이 된 상서면(오늘날의 동안구)과 하서면(오늘날의 만안구)이다.
옛 시흥군이 인근 과천군과 안산군을 흡수·통합했던 1914년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상서면과 하서면은 서쪽의 2개 면이 합쳤다고 해서 서이면(西二面)으로 변하게 되는데, 그 면사무소를 지금의 호계동에 두었다. 3년 뒤인 1917년에 서이면 사무소는 오늘날 안양 1번가 안양옥 자리로 옮겨오게 되고, 이 서이면이 1941년 안양면으로 행정명칭을 변경한 후 1949년 안양읍이 되며 마침내 오늘날의 안양시로 발전하여 온 것이다.
근자에 안양지역 사회단체나 친목모임의 이름으로 옛 시흥을 일컫는 명칭, 이를테면 잉벌로, 곡양, 금주, 금천 등의 호칭을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 바, 우리가 옛 과천을 안양의 뿌리로 인정한다면 이는 율목, 율진, 부림, 부안 등 옛 과천을 일컫던 말로 정정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지역의 연원을 올바르게 인식할 때 오늘 안양시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법을 찾는 실마리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여 노파심에서 몇 자 적어 보았다. 2003-06-07 12: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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