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대규]‘신성학원’

안양똑딱이 2016. 6. 21. 16:11
[김대규]‘신성학원’

[2004/09/03 안양시민신문]발행인


 

요즘의 한국사회에서는 보수·진보간의 이념전쟁이 한창이지만, 이 세상에는 말만 꺼내면 곧바로 논쟁으로 이어지는 화제가 셋이 있으니 정치, 종교, 남녀 이야기가 그것이다. 사실 이데올로기도 정치에 속한 얘기다.

내가 이번에 쓰고자 하는 것은 최근에 우리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신성학원’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참 조심스럽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선은 지역내의 일이고, 학교재단 변동사안은 별개의 문제이며, 특히 교육기관의 현안은 그 속성상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는 것이 공익을 위한 관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극히 조심스럽다고 한 것은 ‘신성학원’ 재단변동과 함께 전해지는 이야기 가운데, 위에서 말한 ‘종교’문제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신활동 중에서 종교의 자유만큼 신성한 것은 없다. 이는 정신활동에 등급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종교가 인간 유일의 영혼의 문제임을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내가 여기서 피력하고자 하는 것은 종교의 본질도 아니요, 종교간의 차별화, 또는 그에 따른 장단점의 지적도 아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지역현안에 대해 걱정스런 소견이 있어 이를 제3자적 입장에서 말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주지하듯 ‘신성학원’은 기독교 전통의 학교인데, 금번에 재단을 인수한 이사장은 원불교 신자다. 이에 따라 기독교인 사이에서는 종교적 입장에서나 인간의 본능적인 상실감에서나 우려 또는 반의(反意)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지극히 자연발생적인 일이라고 여겨진다. 거기까지는 인간본연의 기본정서다.

그러나 그 기본정서가 지나쳐 적대감으로 비화되거나, 일반인이 아닌 특정 공인(公人)이 이에 대해 과도한 반대여론을 주도한다면 이는 상식적으로나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백해무익한 일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시민된 입장에서는 지역의 명문학교가 재단분규에 휘말려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구제할 당사자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생각이 든다. 더구나 요즘의 한국 교육풍토에서 육영사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전무한 상태가 아닌가.

신성학원은 1950년대 중반에 관양동에서 천막학교로 시작했다. 당시에는 생활여건으로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 학생들이 부지기수였는데, 그들을 위한 ‘야간강습도’였던 것이다. 이런 사연은 나 역시 대학 1학년 때(1960년), 안양 역전에 자리한 똑같은 형태의 야간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남다른 관심이 있어 알고 있는 일이다. 지금도 나는 그 천막학교에서 교육봉사를 했던 분들을 가끔씩 만나곤 한다. 그 천막학교가 전국의 명문교가 되었으니 얼마나 지역사회의 자랑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재단인수 과정상의 문제가 법정으로 비화되고, 종교적 이질감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학교는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가 삼위일체로 결속해야 교육의 보람을 거둬들일 수 있다. 재단은 이를 위해 투자를 하고, 동문회는 지속적인 모교사랑의 실행을 쌓으며, 지역사회는 관심어린 분위기를 조성할 때, 결실의 공유의식이 점증할 것이다.

“종교가 문제가 된다면 아들도 신성고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며, 육성회장도 하지 않았을 것”임을 전제한 신임 안대종 이사장은 종교나 교명 등의 변경은 절대 없을 것이고, 오히려 “전통을 계승·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한다. 따라서 우리 안양시민은 ‘신성학원’의 대내외적인 난제들이 하루 빨리 해소되어 재도약의 발판이 더욱 굳건하게 마련되기만을 염원할 뿐이다.

2004-09-03 17: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