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소명식]수도권 도시들 난개발 ‘도시 공작 연맹’?

안양똑딱이 2016. 6. 3. 17:39
[소명식]수도권 도시들 난개발 ‘도시 공작 연맹’?

[2008/06/27]건축사, 대림대 겸임교수


 

수도권 도시들 난개발 ‘도시 공작 연맹’?

<도시는 밤마다 사랑없이 자식을 잉태하고 / 모두가 방관하는 사이 / 기어코 사생아를 출산하고야 만다. /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아이들? / 근본없는 아이들을 입양하는 우리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 미국인 닮은 아이 / 유럽인 닮은 아이 또는 아랍인을 닮은 아이… / DNA가 달라도 어쩌겠어 / 출생지원칙에 의해 한국국적 아이들이다 / 잘 어울려주기 만 바랄 뿐이다 / 태풍이거나 지진이라는 전염병이 돌아도 / 잘 견뎌주기만 바랄 뿐이다 / 그리하여 다시 도시로 성장하는 거다 / 요즈음 / 내가 사는 곳엔 토종아이 보기 힘들다>이 글은 ‘다국적 도시’ 라는 시의 전문이다.

국토 균형개발이라는 명제 하에 온 나라 전체가 도시개발 광풍에 휘말리어 난 개발 도시를 쏟아내고 있다.
건축물과 도시는 단순한 공작물이 아니다. 도시는 문화와 예술과 과학의 결정체인 동시에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는 생명체이다.

건축물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사람을 잉태하여 탄생시키는 것 이상으로 노력하고 지성을 드려야만 한다.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돕기 위해 병원이 있다.
귀중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오랜 시간과 과정을 거쳐서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이 주어진다. 그렇게 해도 가끔씩은 의료사고가 일어나곤 한다.
의사가 잘못하면 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그러나 건축물이, 도시가 잘못 만들어지면 수 십, 수 백 명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모든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건축물이고 도시 공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사회는 이렇게 중요한 일을 다루는 건축가를 제대로 키워내고 있는 것일까?

시공자, 개발업자들의 경제논리에 치우치고 대통령을 비롯한 지자체장, 정치인들의 생색위주, 치적위주의 정책논리에 의해 국적도 인격도 없는 난개발도시가 양산되고 있지 않는가?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만 할 것이다.

좋은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어쨌거나 태어난 건축물들. 그리고 성장하는 도시들은 정상아이든 사생아이든 함께 할 우리들의 몫이고 동반자이다.
좋은 도시 보육제도를 만들어 성장한 도시가 인간을 배반하지 않도록 마음으로 키워야 함도 우리들의 몫이다.

노벨평화상으로 유명한 식민지시대를 막 벗어난 인도를 위해 고민했던 마하트마 간디는 “미래세계의 희망은 아무런 강제와 무력이 없고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과 대화로 이루어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고 하였다.

시대적 패러다임의 차이는 있겠으나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본다. 지방자치시대가 이제 유아기를 벗어나는 시점에 있는 것 같다. 많은 중앙정부의 권력이 지방자치장에게 이양되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과 책임이 커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지자체가 도산할 위험도 커졌다고 본다.

정치인들은 기억하시라.
마을을 방임하거나 마을을 통치하라고 선출한 것이 아니고, 마을 자치하자고 선출한 것임을.

2008-06-29 10:5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