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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지역개발의 새로운 모델로서의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안양똑딱이 2016. 6. 3. 17:34

지역개발의 새로운 모델로서의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건축문화 2005년 10월호]

지역개발의 새로운 모델로서의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The First Anyang Public Art Project 2005

안양 아트시티 21 프로젝트
안양시는 2002년부터 ‘안양아트시티 21’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건축을 비롯한 공공예술, 가로시설, 공공녹지 분야의 부문별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전문가 11인으로 구성된 건축자문단을 운영하여 모든 허가 건축물과 공공시설물에 대한 설계자문을 시행해 오고 있다. 삼성산과 관악산, 수리산 등 수려한 자연이 도시를 감싸 안고, 안양천, 학의천 등의 하천이 도시를 가로 지르는 독특한 환경을 갖고 있는 안양을 아름답고 살기 좋은 예술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이 ‘안양아트시티 21’ 방향 아래 서서히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신중대 시장의 지휘 아래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아트시티 21 시책은 미국의 인디애나주 컬럼버스시나 일본의 구마모토현 등의 해외의 선진 도시를 벤치마킹하여 시행된 것으로, 시청 내에 별도의 사업팀을 꾸려 2004년 2월 기본계획을 수립, 모든 건축허가과정에서 건축자문단의 자문과 수정을 거치게 하였다. 허가과정이 길어지는 등 번거로운 절차로 인해 시작초기에는 반발이 거세었지만 이제는 제시된 설계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문화적 프로세스로 일반화되고 있다고 아트시티팀은 밝혔다.
안양 아트시티 21 기본계획에서는 평촌 신도시 개발로 신·구 도시간의 격차가 크며, 지리적인 여건으로 동서로 분리된 안양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크게 권역, 축, 거점 등의 요소로 갈래를 나눠 도시 전체의 이미지의 개념을 설정하고, 건축물 디자인, 특별관리권역 디자인, 가로시설물 디자인, 옥외광고물 디자인, 환경색채 등의 가이드라인을 세부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여기서는 건축물의 배치, 외관 및 형태, 옥외공간, 색채 등 건축가의 창의적 작업에 침범하는 우려의 측면도 있지만 일정한 기준을 갖고 건축디자인에 대한 공공의 의견수렴 창구를 마련하여 건축의 공공성을 지켜나간다는 면에서 효과적인 절차라는 평가다. 건축주 또한 별도의 추가적 부담 없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총체적으로 듣고 건립의 방향을 신중히 검토할 수 있어 흡족해 하는 결과도 많다고 한다. 2005년 9월말 현재 안양시는 매주 2회 건축자문단의 설계자문을 시행하여 총 3,580여 건의 건축물과 각종 공공시설물의 계획, 형태, 입면, 재료 등에 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였는데, 그 결과 시가지 곳곳에 기능과 외관이 미려한 건축물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전하였다. 이러한 성과는 우수사례로 평가되어 대전, 부산 등 각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예술과 결합하여 진행되는 지역개발의 한 모델로 다음에 소개되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또한 이러한 안양 아트시티21 프로젝트의 전체 그림 속에 진행된 것이다.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2005)
대형풀장과 수영장, 포도밭, 딸기밭 등으로 1960~70년대 여름철이면 수많은 피서객들이 몰려든 안양유원지. 1969년 교통부가 국민관광지로 지정할 만큼 명소 중에 명소였지만 1971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안양유원지는 이후 급격한 도시화로 그 빛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2005년 11월 국내 최초로 도시전역을 공공예술화 하는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 안양유원지는 그동안의 묶은 때를 벗겨내고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이자 국제적 명소로 새롭게 태어나려고 한다.
이전에도 안양유원지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많이 있어왔다. 그 움직임은 안양유원지를 주거환경개선 사업지구에서 공원조성계획으로 변경, 조각공원 계획을 수립하려는 시도로 나타났으나 무질서한 상업시설과 열악한 주변 환경으로 이미 황폐화된 유원지는 몇몇의 정비만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어려웠다.
조각공원화의 경우 부지는 한정되고 예산이 크게 소요되나 일정시간이 지나면 식상하고 단순 부속물로 전락하기 쉽기에, 특정구역이 아닌 안양유원지 전체를 대상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했고 단순한 행사로서가 아니라 앞으로도 재생하고 발전할 수 있는 도시를 위해 유원지는 전역에 걸친 공공예술공원화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20만 9000㎡ 대지를 공공예술공원화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그동안의 유원지 정비를 진행해온 공사 관계자와 지역 주민들, 지역 예술인들 간의 갈등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안양시는 2003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기획단을 구성해 동경 다치가와 시 및 에치고 츠마리 트리엔날레 시찰 등의 해외 견학으로 사례를 연구했고, 주민과 지역예술인들에게 수 차례의 설명은 물론 직접 서울의 쌈지길부터 일본의 니이가타현까지 견학시켜 공공프로젝트를 이해시키는 프로세스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공공프로젝트가 글로벌시대 지역과 세계 사이에 소통의 기회를 만들수 있는 프로젝트임을 깨닫게 된 시는 외국의 건축가, 예술가, 디자이너, 국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로 변형, 안양유원지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것은 물론 국제적인 예술도시로서의 명성을 얻게 할 목표를 두었다.
이에 안양시는 지난 4월 28일 ‘생활 속 예술’을 테마로 한 국제도시를 지향하기 위해 공공예술(Public Art)개념을 도입, 도시를 아트시티(Art Ciy)화 하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3단계에 걸쳐 추진한다고 밝히고, 그 첫 단계로 안양유원지 전체를 건축, 조경, 미술 등이 함께 어우러진 토탈 디자인(Total Design) 예술공간으로 조성,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오는 11월 5일부터 12월 15일까지 개최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의 집행위원장으로는 한국 조경학회장을 역임한 성균관대학교 김유일 교수이며, 광주 및 부산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역임한 계원조형예술대학교 이영철 교수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하고, 지역의 몇몇 건축가가 결합되어 기술적인 일을 돕고 있다. 공공예술프로젝트는 건축, 조경, 도시계획, 환경디자이너, 도시행정가 등의 전문가와 예술가가 협력하여 도시의 문화적 장소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로서, 공공미술은 단순히 도시의 미적 외관을 제공하는 논리를 거부하고 서로 비슷해져만 가는 오늘날의 도시간 구별을 만들어내는 공공의 문화적 상징적 지표를 구축하게 된다.
프로그램의 주제는 ‘역동적 균형(Off Balance)’으로 이와 어울리는 퍼포먼스와 영상, 그리고 인공폭포를 비롯한 야외무대, 휴식광장, 산책로, 전시관, 전망대 등이 구역별로 환대(Hospitality), 호기심(Allure), 향현(Feast), 예술(Art), 순례(Pilgrim), 정토(Purified earth), 놀이(Play), 휴식(Pause), 순환(Circulation) 이라는 키워드에 따라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참여로 다채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가운데 작품 50여 점은 영구 설치되고 40여 점은 한시적으로 전시될 계획으로, 금년 3월부터 1차로 국외작가 섭외가 시작되어 알바로시자의 전시관, 비토아콘치의 주차장과 야외무대, 디디에르의 관광안내소 등이 이미 결정된 상태다. 특히 이 전시관이 아시아에 설계하는 첫 건물이 되는 알바로 시자의 경우는 자신의 눈과 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지긋한 나이의 제자를 안양유원지로 직접 파견하여 현장 실태를 동영상으로 기록하고 한국전통건축에 대한 책과 자료를 충분히 구해 오게끔 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하여, 대가의 풍모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설치미술 작품은 작품계획서가 제출되면 곧바로 국내에서 제작 착수할 수 있는 반면, 국외 건축가들은 복잡한 형태의 작품을 구상해 국내 건축사와 구조기술사가 투입돼 실시설계를 하고 시공과정도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특수한 건축 작품을 제작하는 데는 사실 어려움이 많다. 그렇지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한시적인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서 도시발전과 공원조성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최연숙 편집장 yschoi@ancbook.com, 김은희 기자 anc@ancbook.com

대중에 대한 접근, 공공의 영역으로 나오기
예술은 그 발생과 발전에서 사회 직능적인 것이 아니었고(후원자 이외에 생산방법이 없었다) 특히 미술은 현대에 이르러 대중으로부터 분리와 비인간화를 선언하고 고급화, 개념화를 선택했다. (소비하고 수요를 담당할 대중들로부터 더욱 외면받게 되었다) 디자인(산업적, 상업적)과 예술은 원천을 공유하지만 소통의 관점과 대상에서는 전혀 다른 전략을 택한 것이다. 생존에 대한 문제인식과 문화적 비평적 반성을 거쳐서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 순수 예술은 대중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소통과 공공성을 다시 강조한다. ‘아방가르드’가 ‘공공성’이란 전략으로 수정된 것이다. 그렇지만 서구식 모더니즘의 시대를 제대로 겪고 극복한 경험을 가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 내용이 다르다.
국가적인 국토개발과 도시계획에 있어서, 건축은 건설과 토목 산업의 엔지니어링 정도로 인식된다. 발주처의 관리 편의와 단체장들의 임기 내 집행되는 전시 행정 위한 사업에 휘둘리면서 도시적으로, 문화적으로 중대 막중한 사업들이 턴키발주라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의 방식으로 마구잡이로 집행된다. 이와 유사하게 예술 분야에서도, 건축비의 일부를 예술장식품으로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제도가 공공예술의 지원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유명한 작가 위주의 작품을 도시적, 장소적 맥락 없이 억지스럽게 갖다 놓거나, 심의를 독점한 일부 업체들의 사업적 전유물로 유지되어 왔었다.
그렇지만 점점 더 심화되어 가는 건축의 이러한 자기 내적 모순에 비해 미술계 혹은 문화운동계의 몇 년 동안의 실천적인 노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미술에 있어서 공공성 운동의 필요성과 의의는 건축계에서의 이론가 혹은 작가의 자기 과시와 생존을 위한 새로운 생태주의적 거대 담론적인 테마에 비해 구체적이면서 수혜자가 분명하고 실천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다. 안양시의 제1회 공공예술프로젝트는 그러한 구체적인 시도와 노력 중에 중요한 하나일 것이다.
안양 유원지의 예술 공원화를 주제로 하고 있는 안양공공예술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시행되어 왔던 조각공원 등과는 매우 다르다. 기존의 조각 공원이 일정 영역에 유명 조각품을 모아 놓은 예술품의 단순한 야외전시장이라면,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유원지의 지형과 역사적 흔적을 고려하여 이용자와 감상자의 측면에서 예술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접촉의 기회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도시적인 개발의 기본 목표인 지역의 활성화를 동시에 고려한다. 지역개발과 예술 문화적 확산을 동시에 수행하고자 한다. 장소와 위치의 선정의 다양화, 예술의 대중화, 공공화라는 대중 중심의 철학, 분야별 세계적인 수준 있는 작가들의 섭외 등이 기존의 일반적인 조경 개념으로 접근하는 사업과 구별되는 점일 것이다.

소통이라는 실천적 노력
예술은 대중과의 소통 앞에 언제나 낮은 수준의 문화의식이라는 내부의 방해물과 자본주의라는 외부의 거대한 방해꾼이 그 길목에 도사리고 있다. 낮은 수준의 문화의식의 문제는 예술을 소통으로 인식하고 공공성의 영역으로 확산하는 일에 직,간접으로 관여된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 작품을 하는 작가, 일을 성취하도록 주관하는 공무원, 이해하고 감상하고 소비하는 일반 대중 모두 같이 노력해야 한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경우, 이미 추진 중에 있던 유원지 일대 주거환경개선 사업과 병행 진행되던 비산조각공원계획을 새로운 경향의 예술 문화적 안목을 가진 전문가의 제안을 통하여 예술공원화 사업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계획의 발전적 변경은 보통의 경우 지자체에서 도시계획적인 사업에 있어서 일반적이지 않은 일일 것이다. 사심을 가진 어떤 개인 혹은 어떤 세력의 영향력에 의하거나 사업계획의 문제점의 노출로 인해서 조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사업의 진행이 생기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지고 여러 가지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 지금까지 안양공공예술 프로젝트는 어려움도 많았겠지만 새로운 개념의 방향과 건강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노력으로 많은 일을 헤쳐온 것이다. 일정의 문제, 사업비의 확보, 이미 계약된 시공업체와의 관계를 어렵게 해결하고 타협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한 문화적 노력은 주민 개개인의 자부심과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으로 드러나서 지역의 경제적 순환과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예술에 대한 대중 이해가 확산되어 시민 자신들에게 문화예술적 내용을 즐기는 장소로 인식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업은 지금까지의 안양 유원지의 모습에 하나의 이질적인 흠집을 얹은 것에 지나지 않게 될 수 있다. 인식의 확산과 정착에 실패한다면,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다시금 값싼 유흥장과 키치적인 상업시설로 뒤 덮힐 것이기 때문이 말이다. 시민들의 문화의식의 확산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 정치와 환경, 생태 운동과 더불어 예술 문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이러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을 핵으로 한 문화운동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지역의 문화적 개발
수도권 중소도시는 생산에 비해 주거와 소비 위주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도시들은 교육 수준이나 생활 수준이 비교적 높고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서 자생적 예술 활동이 꾸준히 있어왔다. 특히 안양과 그 인근에는 예술관련 교육기관도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문화 예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안양지역의 새로운 지역 개발 방향으로서 ‘문화’와 ‘예술’은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안양시에서 현재 추진중인 아트시티21 사업 또한 그러한 밑그림을 뒷받침한다.
지역개발로서 문화예술이라는 키워드는 장소와 건축의 문제와 깊게 관련된다. 건축은 자연적 풍경을 장소적 풍경으로 변환시키는 대지변형의 작업이다. 예술이 대중적 소통의 언어로 확산되는 지점에 건축과 장소가 만난다. 사람들은 식구들과 밥을 먹으로 오거나 연인들과 데이트를 하러 와서, 낯설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색과 다른 형태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처음 보는 아이디어의 철 구조물의 인포메이션 센터를 본다. 거나 앉을 수 있는 묘한 작품의 벤치를 경험하고 사방으로 튀는 분수를 보면서 즐거워 한다. 새로운 형태의 전시장을 들여다 보고, 바위 돌에 새긴 독특한 안내를 받을 것이다. 예술이 이야기가 있는 오브제로 말을 걸어오고 물이 흐르는 계곡은 그러한 작품과 더불어 즐겁고 흥미로운 장소로 여러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학생들은 흥미진진한 이곳을 공부 삼아 놀러 올 것이다.
이 모두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을 다 잘 풀어냈을 때 이야기이다. 전문가의 핵심적이고 적정한 건의, 도시계획적인 개발계획, 추진조직의 구성, 예산, 감독, 사무국 운영, 작가의 선정, 협의, 실시설계와 수준 있는 시공, 그리고 시민들의 문화의식 등등….
이 프로젝트가 지역의 개발에 순기능으로 역할 하려면 비엔날레 혹은 트리엔날레 등 정기적인 사업화를 추진하고 타당성과 지속적인 환산을 위해서 공공예술에 대한 연구기구 등을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안양시는 아트시티21이라는 기치아래 아트시트추진 기획단과 건축자문단, 특별 위원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기구가 잘 운영된다면 공공예술을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지역개발의 새로운 모델로서 건축과 예술 통한 문화적 방향으로 조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더욱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계획과 추진의 모든 과정에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는, 관료적 결정을 피해야 한다. 공무원은 주민을 위한 어떤 일이 진행되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하야 한다. 여러 전문가의 설계와 전문적인 판단의 결정을 관리하고 도와야 할 공무원이 개인적인 판단으로 계획안의 수정을 강요하거나 변경해서는 안 된다. 둘째는, 자문기구나 자문위원은 자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문의 수준이 낮은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자문이 아니라 도면에 선을 그어대거나 계획안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버리는 것은 월권에 속한다. 그것은 주민을 위하는 일이 아니라 권위를 세우는 일이 되는 것이다.
셋째는, 관계자 모두 개인적인 욕심과 집단적인 이기에서 벋어나야 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분야, 서로 다른 작업의 특성을 존중하고 협력하여야 한다. 문화 예술의 작업들이 공공적인 영역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건축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지역내의 건축가는 공공예술 프로젝트와 같은 경우 문화적 취지와 영향력을 이해하고 자발적인 협조와 봉사가 필요하다. 예술가와 건축가의 만남으로 이 프로젝트를 접근하는 것은 인적, 문화적 교류적인 의미도 중요하고 지역 내 현실적인 현황과 지형 등에 대한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협조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문화와 예술의 즐거움
화랑과 공연장에 갇혀 있던 고급예술은 소통과 공공성에 대한 방향과 노력으로 전환하면서 장소적이고 건축적인 작업과 병행된다. 소통과 공공성은 장소의 문제가 되고 도시와 건축과 만난다. 그것은 우리 일반 사람들의 문화적, 예술적 즐거움의 확산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의 내적인 욕구 안에 그러한 문화적 예술적 즐거움의 싹들을 가지고 있다. 그 싹들을 자극하고 키우는 일은 개인과 지역의 문화적 복지 뿐 아니라 경제적 복지까지 안내할 것이다. 더불어 건축과 도시는 본래 가지고 있는 공공성과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회복하고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 건설회사의 자본 이익적인 발상에 끌려 다니는 중앙 정부의 제도와 정책 그리고 지방단체의 과시적이고 전시행적인 사업적인 관점과 개인들의 자본증식의 수단에 머물러 있는 건축과 도시의 관점은 이제 한단계 올라서서 진정한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 그러한 공공성의 예술과 문화는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문화적 가치의 즐거움을 줄 것이다.

글/ 이관직(비욘드스페이스 종합건축사사무소)

인터뷰 1_ 신중대/ 안양시장

ㅁ전문가의 철저한 자문과 정성 없이는 불가능한 여정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추진은 무척 드라마틱한 과정의 연속이다. 낙후된 안양유원지 일대의 환경을 정비하는 토목, 조경사업이 마무리되고, 유원지 내의 문화적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조각공원 조성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 개발의 방향을 수정하여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때문에 한창 진행 중인 공사를 중단시키고, 새롭게 추가예산을 확보하여 유원지 골짜기 전체의 환경을 재생시키는 도시적 사업으로 공공예술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데에는 신중대 안양시장의 결단과 강한 추진력이 뒷받침되었다.
“공공예술프로젝트는 미국 인디아나주 콜럼버스나 일본의 구마모토현과 같이 안양을 아름다운 예술도시로 가꾸겠다는 비전을 갖고 3년 전부터 추진하기 시작한 아트시티 21의 시책의 일환이다. 당초 진행되어온 조각공원 조성공사를 작년 말 중단시키고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까지는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의 반발을 이겨내고, 그들을 설득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정성을 드리지 않으면 실현되기 힘든 프로젝트이다.”
특히 신중대 시장은 무엇보다도 전문가의 철저한 자문 속에 지역개발이 추진되어야 함을 강조했는데, 추진되고 있던 조각공원을 이와 같은 공공예술프로젝트로 변경하게 된 것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유원지 내의 단순 부속물로 전락하기 쉽다는 전문가 자문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시장의 역할은 전문가의 철저한 자문 속에 행정가로서 추진방법을 연구하고, 행정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을 성공리에 이끌 수 있도록 실행하는 것이다. 아트시티 안양을 조성하기 위한 비전은 교수, 전문가 등의 자문을 활성화하고 해외 우수사례의 벤치마킹을 통해 지역개발에 접목함으로써 실천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지방의 시의회 위원이나 유원지 내의 상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일본 니이가타 현이나 헤이리아트벨리, 인사동과 같은 건축적으로 볼만한 장소를 견학하여 문화적 인식을 높이는 일에도 신중대 시장은 함께 했는데, 그 과정 속에서의 열띠고 진지한 대화와 호소력 있는 권유는 지역을 아름답게 가꾸고자 비전을 공유하는 데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였다. 앞으로 공공예술프로젝트는 중앙공원이나 광장, 시가지 곳곳의 지하철 환기구나 교통신호등과 같은 환경구조물들을 대상으로 확대하여 일상 속에서 쉽게 예술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2_ 이영철/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예술감독
시간이나 예산상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국제적인 아티스트를 직접 초청하고, 그 내용을 총 지휘해 온 이영철 교수(계원조형예술대학)를 통해 이번 행사의 취지와 향후 지역개발에 대해 그의 견해를 간략히 들어 보았다. 공공예술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학교를 휴직하면서까지 전력을 다하고 있는 이영철 교수는 제2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지낸 바 있다.

공공예술과 결합되어 진행되는 이색적인 지역개발의 한 모델로 인식되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말할 수 있다. 미술 내적으로는 한국에서 국제비엔날레와 같은 대규모 국제 이벤트 행사가 그동안 수백억원의 돈을 쏟아 부은 것에 비해 능력 보다는 인맥 정치 위주, 연속성 부재, 열악한 시스템 등으로 인해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을만한 담론 생산에 실패했고, 또한 기존의 조각공원 형식을 만드는 것은 현 시점에서 보더라도 시대적으로 이미 낡은 것이다. 미술 외적으로는 도시발전, 지역 개발이 좀더 나은 디자인을 말하면서도 예술을 여전히 미관 장식 정도로 여겨 왔다. 이에 대한 뼛속 깊은 자기반성과 대안을 실행해 본 것이다. 지역성과 세계성의 결합, 예술 감각과 새로운 철학적 개념을 살리는 지역 개발 플랜이 아주 절실하다. 한국의 공공시설물과 조경사업이 '공공키치' 수준을 넘지 못한 채, 전국 어디 가나 비슷한 비빔밥을 만드는 것이 안타깝다. APAP는 이런 목표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고, 나이 불문하고 과감한 실험을 해온 현대 건축가들, 예술가들을 선정했다. 행사의 기본 개념을 '도시개발'과 일치된 공공예술로 잡았기 때문에, 적은 예산으로 외국 건축가들, 디자이너들을 많이 참여시킬 수 있었다. 이점은 다음 행사에서도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이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이후 유원지 일대나 안양지역의 환경에 거는 기대
Alvaro Siza의 전시관을 중심축으로 MVRDV, 사미 린탈라, 핼렌 박, 디디에의 건축물들을 전시와 퍼포먼스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21세기에 걸맞는 대안적 유형의 최초 미술관이 되는 것이다. 자연과 인위적 장소 모두를 끼고 있는 매우 특이한 형태의 자연 전시장인 셈이다. 예술 행정에서도 새로운 접근을 요하는만큼 새로운 개념의 관리 플랜이 필요하다. 안양이 아트시티가 되기 위해 좀 더 실력 있는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문호를 열면 좋을 것 같다. APAP가 지속되면서 유원지를 벗어나 안양시 지역 개발 플랜들 전체와 좀더 일찍 결합되어야 할 것이다. 토목과 조경이 지나간 뒤에 예술이 개입하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다. 그만큼 창조적 가능성의 활용 공간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트시티를 표방하는 안양시가 이번 행사에서 알바로 시자, 비토 아콘치, MVRDV, 안드레아 브란치, 사미 린탈라 등의 작품들을 영구 설치하는 것만으로 더 없이 좋은 첫 출발이라 본다. 현재의 전략적 목표와 수준을 3회 정도 힘차게 끌어가게 된다면, 지방 도시가 국제적인 문화 도시로 알려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건축문화편집부 (archious@ancbook.com)
건축문화 2005년 10월호 [Special issue]페이지

2007-11-19 04:3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