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소명식]앞서가는 도시들… 사람의 도시, 우리들의 도시를 위해

안양똑딱이 2016. 6. 3. 17:37
[소명식]앞서가는 도시들… 사람의 도시, 우리들의 도시를 위해

[2008/03/21]건축사·대림대 겸임교수


 

앞서가는 도시들… 사람의 도시, 우리들의 도시를 위해

2007년 12월25일 동네에서 사라진 이혜진, 우예슬 두 어린이가 혹시나 하면서 마음을 졸였던 모든 이의 가슴을 아프게 주검이 돼 돌아왔다.

이 사건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동네 우리 이웃의 이야기며 곧 내 가족의 이야기기도 한 것이다.

어린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도시는 불가능한 것일까?
아니다, 그런 문제를 극복한 도시들이 세계 도처에 있다. 그 몇 도시를 짚어보기로 한다.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도시, 브라질의 꾸리찌바는 우리보다 훨씬 더 열악한 환경을 갖고 있던 도시였다. 거리의 부랑아들이 많고, 마약을 하는 청소년마저 낯설지 않은 도시에서 지금은 모든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가 됐다.

도시를 알고, 문화를 알고, 사람을 이해하는 시장이 주축이 돼 소득수준이 낮은 열악한 환경의 도시를 온 세계가 배우고, 따라하고 싶어 하는 도시로 만든 것이다.

그 도시의 주민을 존경하는 맘으로 주민과 함께 만든 특기할 만한 정책을 몇 가지 살펴보자면, 가난한 주민들이 언제나 이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보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버려진 폐버스를 활용해 가난한 지역 청소년들에게 직업교육과 청소년 쉼터 역할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동네마다 ‘지혜의 등대’라는 등대형태의 친근감 있는 지역 도서관을 만들어 1층에는 도서 및 인터넷정보시설을, 2층에는 연극과 음악활동이 가능한 문화사랑방 공간을, 3층 등대에는 경찰 및 마을방범대를 주재해 마을의 안전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지혜의 등대’가 생긴 뒤로 마을의 범죄가 줄어들고 지역주민간의 친목관계가 좋아졌다고 한다.

미국 플로리다 인근 신도시 샐러브레이션이라는 곳 또한 아이들을 마음 놓고 길가에 보낼 수 있는 선망의 도시이다. 길에 다니는 아이가 누구네 집 아이인지 서로 알 정도로 지역 공동체가 잘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 도시는 주민소통을 위한 하드웨어적 도시설계 고려와 함께 주민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주민위원회 구성 등 소프트웨어적인 프로그램을 정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의 신도시들은 ‘뉴어바니즘’ 이론에 입각해 계획되고 건설된다. 그런데 그 뉴어바니즘의 핵심적 이론은 신도시를 전통적 옛 마을의 형태로 건설한다는 뜻이다. 광장을 중심으로 주민간의 소통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셀러브레이션과 함께 미국의 유명한 휴먼신도시 중에 하나로 꼽히는 시사이드라는 도시도 마을 주민과 상공인들의 주도로 가면무도회, 시민음악회 등 크고 작은 행사가 연 100여 차례 이뤄지도록 해 주민커뮤니티 조성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마을주민들끼리 서로의 자녀들을 서로가 보호해주는 공동보호자 역할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앞서가는 도시에서 볼 수 있었듯이 주민들의 소통과 관심 그리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도심범죄를 예방하는 최고의 방재시스템이며, 살기 좋은 도시만들기의 핵심이라고 판단된다.

우리에게는 그 옛날 장터와 마당놀이를 중심으로 한 아름다운 마을공동체문화가 있었으니, 이러한 전통문화적 기법을 도시만들기에 응용해야 한다. 그리하여 거리에 나서면 모두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진정한 사람의 도시, 우리들의 도시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2008-03-23 16:5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