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양원모]공공미술(Public Art)

안양똑딱이 2016. 6. 3. 17:36
[양원모]공공미술(Public Art)

[2008/02/15]경기문화재단 문화나눔팀장


 

공공미술(Public Art)

공공미술이란 공공적 성격, 즉 공공성을 띤 미술을 가리킨다. 하지만 공공성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 공공미술의 의미는 달라진다. 공공성이란 많은 경우 장소와 연결되기도 하고(공공 공간), 또는 공공적인 목표나 이슈를 의미하기도 하며(공공적 관심), 때로는 재원의 출처를 가리키기도 한다(공공자금). 그러므로 공공미술은 미술과 공공성이 만남으로써 이루어지는 다양한 경험과 창조적 가능성을 가리키는 열린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공공미술이 도시를 바꾼다' 2006).

공공미술의 실행 주체는 세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공공미술 두레패, 뜬두레패, 뜬패가 그것이다. 공공미술 두레패는 지역의 일정한 장소에 터를 잡고 마을을 이루며, 작업실과 살림집을 갖고 있는 작가군을 일컫는데, 작가끼리 상호 연계하며 지역 활동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산 구산동·성석동 작가들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전업 작가군으로서 각자 전공 분야가 있지만, 마을의 미적 사회적 욕구를 수용하여 공동 대응할 조건과 의지를 갖추고 있다. 공공미술 뜬두레패는 지역에 공동작업장 또는 사무실을 두고, 지역 주민과 교류하며, 공공미술 실행 주체로서 정체성을 갖고, 자신들이 속한 지역과 이웃 지역을 넘나들며 공공미술을 기획 실행한다.

예를 들면 고양의 공공미술 프리즘이 이 경우이다. 이들은 지역 주민의 후원과 협찬을 이끌어 내며, 지역 주민의 동의와 지지 하에 협동 작업으로 공공미술을 실행한다. 공공미술 뜬패는 지역 연고를 불문하고 과제 중심으로 형성된 전문 집단이다. 컨설팅과 기획 실행을 병진한다. 필요시 여러 영역의 전문가를 결합시키며, 과제를 따라 떠다닌다(그래서 뜬패이다). 지역도 넘나들고 나라도 넘나든다.

예를 들면 안양 공공미술 프로젝트 실행 작가군이 이들이다.

지역에서 공공미술 진흥을 위해 보다 나은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면, 작가들의 작업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먼저 주목하여야 한다. 지역에 거주하며, 지역 실정과 주민 관계를 잘 읽어낼 수 있는 미술인이 있는 곳에서 공공미술의 개화 가능성이 높으며, 스스로 하고자 한다면 작가와 작가의 관계를 발전시켜 지역의 공공적 미술 실천에 여럿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곳에서 공공미술 두레패가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업장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매핑(mapping)하고, 이곳 작가들이 일 년에 한두 번 지역 주민을 위해 함께 작업실을 개방하여 오픈 스튜디오 전시회를 펼치게 하며, 이때 다양한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결합하여 주민들이 미술과 작가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작업실 밀집지에 미술전시공간 또는 미술교육공간을 만들어 작가와 작가, 지역 주민과 작가, 지역 주민의 자녀들과 작가가 항시적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지역 문화 태실 형성을 도울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작업장 밀집지를 예술 창작촌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안양의 대안 미술 공간 스톤앤워터에서 몇 해 째 실행한 석수시장과 안양천 살리기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경험을 쌓은 작가들이 광명 철산동 프로젝트에도 결합했었다. 이들 뜬패 공공미술 작가들은 마을 또는 소집단을 이루고 있지는 않지만, 필요시 정보를 주고받으며, 기획 프로젝트에 따라 선택적 결합을 한다. 이들은 전시장 안팎의 삶의 공간 모두를 화폭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전시장 밖의 거리 전시도 또 하나의 작품 실현 또는 전시공간으로 이해하고 있다.

달동네의 가게 윈도와 간판을 새 화폭으로 받아들여 재밌고 즐겁게 창작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잇는 여섯 개의 계단을 화폭으로 받아들여 작업하는 작가도 있다. 담벼락마다 즐비한 주차금지를 알리는 이동식 게시판을 작품으로 탈바꿈시키며 이를 유쾌해 하는 작가도 있다.

이들에겐 동네 골목골목의 모든 것이 화폭이다. 뜬패적 성격을 갖는 이들의 작업을 격려하고, 이들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새롭게 확장되는 미술에 대한 토론과 여기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화두, 미술담론의 씨앗을 발아시킬 수 있는 웹진 또는 무크지 등등의 매개 또는 연계의 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같은 작업에 동행하는 미술이론가들의 참여 또한 필수적이다.

공공미술 작가들이 경기도 지역 곳곳에서 생장하여 보다 나은 조건 속에서 신명나게 미술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본격적으로 예비하기 위해서는 항시적으로 축적 가능한 공공미술 진흥기금 조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마련이 공공미술에 대한 대중적 인식 확대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08-02-15 00:2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