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대규]‘디자인 안양’

안양똑딱이 2016. 6. 3. 17:37
[김대규]‘디자인 안양’

[2008/03/28]안양시민신문 회장·시인


 

‘디자인 안양’

“공산주의라는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이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선언」의 첫 문장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추구하고 선포한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유령’이라고 표현했다. 아직은 일반 대중들이 이념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점, 그러나 앞으로 전세계적인 파급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내포된 말이다.

근래 한국에 ‘디자인’이라는 또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일찍부터 있어 온 말이지만, 지방자치와 더불어 도시의 미적 질량을 드높이기 위해 시행되는 문화·예술적 프로젝트들의 키워드로 ‘디자인’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디자인’을 통한 도시의 부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역시 서울특별시다. 2007년에 디자인서울 총괄본부를 설치하고 공공디자인 표준화계획·남산르네상스계획·옥외광고선진화 프로젝트·야간조명 가이드라인 제정 등 40여 개의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난 해 개최된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에서는 서울을 세계디자인 수도로 선정하는 한편, 금년 10월 제1회 세계디자인올림픽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개최키로 결정한 바 있다. 약진코리아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얘기는 이제부터다. ‘디자인서울’보다 한발 앞서 디자인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 바로 안양시라는 것.

안양시는 2002년부터 도시경관의 획기적인 혁신을 위해 선진국들의 성공사례를 벤치 마킹하면서, 2003년에 ‘안양아트시티21’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한편, 그 시범으로 만안구 중앙로의 간판교체 사업을 시행, 2006년에는 예술도시기획단 설치, 2007년에는 공공디자인재단의 설립과 1백억 규모의 만안구 디자인도시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디자인서울 총괄본부가 2007년에 설치됐고, 정부에서 건축법과 연계된 경관법을 작년도에 제정한 것도 모두 안양시의 전례를 따른 것이며, 경기도에서도 이들 문제를 종합적으로 연구·검토하고 있는 사실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도시디자인의 붐에 휩싸일 것이고, 그 결과 ‘디자인 코리아’가 부각될 경우, 안양은 ‘디자인 르네상스’의 메카로서의 영예를 안게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나는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지만, 두 차례 개최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나, 설립을 재추진 중인 안양문화예술재단 그리고 가시화되기 시작한 안양 소재의 창작 오페라 제작·공연 등이 ‘안양 르네상스’의 신기원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확신하게 된다.

안양이라고 하면 포도와 안양유원지가 상표였고, 축구와 신흥 산업도시의 명성을 얻으면서 안양천의 공해가 우려되기도 했지만, IT밸리 조성과 함께 앞에서 열거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들이 ‘A+’의 새안양을 꿈꾸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두 어린이 유괴살인 사건으로 마치 모든 안양시민들이 유괴범인 양 오명을 떠안게 된 것은 실로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공예술’, ‘공공디자인’의 ‘공공(公共)’이란 다름 아닌 ‘함께·더불어’라는 것이다. 혜진이, 예슬이에 대해 안양시민 모두가 함께 아파하고 더불어 애도했듯, 공공은 공생·공영·공익·공감·공유·공동의 산을 뜻한다. 강력범죄에서 제보없이 범인이 잡히기 어렵듯 공공프로젝트에서 시민의 참여(제보)없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현재 진행 중인 만안구 디자인 사업도 시민참여가 그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모든 디자인 프로젝트들이 모형을 어떻게 변경하고, 무슨 색깔을 칠하고, 크기는 어떻게, 높이는 어떻게 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들에 앞서 환언하면 몇몇 전문가들의 특정 아이디어보다 많은 시민들의 ‘지혜’를 어떻게 결집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테크닉’이 아니라 ‘마인드’다. 그리고 그 마인드는 ‘사랑’이어야 한다. 안양르네상스는 안양사랑운동인 것이다. 그 사랑으로 안양을 다시 디자인하자.

2008-04-12 11:3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