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소명식]골목길 문화와 신도시

안양똑딱이 2016. 6. 3. 17:28
[소명식]골목길 문화와 신도시

[2007/07/27]건축사·대림대 겸임교수

80년대 들어서 신도시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최근에는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각기 기존 동네가 갖고 있던 시대적 역사적 인문환경적인 고유의 개성을 분석해 되살리려는 절차도 없이 성격도 없는 새로운 도시가 급조되어지고 있다.

참으로 미칠 노릇이다. 일단 신도시구역이 결정되어지면 전형적인 신도시 마스터플랜에 의해 그 지역 문화와 추억과 그것들을 연결시켜주던 골목길들은 불도저에 의해 무자비하게 학살되어져 버린다. 어지간한 능선, 작은산 한 두 개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몇 십만 인구의 신도시가 3~4년 만에 건설되어진다. 선진국에선 몇 만명 인구의 신도시 건설하려면 10년, 20년 걸리는 것에 비교하면 가히 기네스북감이다. 한번 지어지면 최소한 몇 백 년 가는 도시를 말이다.

동네가 모여서 도시가 되는 것이다. 무릇 도시는 시간과 일상의 사건들이 쌓여지고 켜가 되어 진 동네들이 모여져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희노애락의 역사와 숨결이 배어져 그 동네만의, 그 도시만의 독특한 추억의 앨범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추억함으로써 그리고 상호소통 되어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골이든 도시든 그 동네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골목길이다. 마치 혈관같이 깔려있는 크고 작은 골목길에 의해 소통되어지는 것이다.
그렇다. 골목길은 차가 다닐 수 없는 순수하게 사람위주의 통행로로써 스쳐지나가면서 인간의 개체거리, 사회적 거리칫수를 좁혀준다.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체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방인이 아니라면 인사할 수밖에 없는 인간척도의 동네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행여 이웃에 사는 친구에게 용무가 있어 부를라치면 그 친구의 부재중에는 그의 가족 중 누구라도 빼꼼히… 화장기 없는 누이이건, 츄리닝바람의 가족 중 한명이…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대신 받아주기에 이웃사촌이 되어 버리는 것이 골목길동네의 사는 양식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웃과의 커뮤니티가 이루어지는 곳이 동네이며 골목길 문화인 것이다.

유럽의 도시들이 그 지역의 역사와 추억이 담겨있는 골목문화를 살리고 장소를 자산화시켜서 재정비했기에 연간 몇 백만명씩 관광객들이 몰리는 것이 아닌가?
안양에는 신도시 가로의 동안구 평촌이 존재하며, 더불어 구도심 골목길 문화가 살아있는 만안구가 존재하고 있다.

만안구는 동네가 모여서 도시가 된 곳이다. 그래서 추억이 있고 역사가 있으며 골목길 문화가 확연히 있어서 골목길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곳이다. 지금 이곳이 도심재정비 광풍에 휘말리고 있다. 도시정비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도시정비방식을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서 달리 해보자는 것이다. 재래시장이 살아있고 골목길 문화가 살아있는 만안구만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살릴 수 있는 그리고 여전히 인간적으로 소통되어질 수 있는 방법으로 해보자는 것이다.

2007-07-27 17:5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