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소명식]메마른 도시에 생태학교, 생태운동장을 꿈꾸며…

안양똑딱이 2016. 6. 3. 17:35
[소명식]메마른 도시에 생태학교, 생태운동장을 꿈꾸며…

[2008/02/01]건축사·대림대 겸임교수


 

메마른 도시에 생태학교, 생태운동장을 꿈꾸며…
기억해보자. 나의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의 등하굣길을….

차라리 나에게는 시내에 위치했던 초등학교보다는 중학교 시절의 기억이 더욱 선명한 편이다. 입학 당시에 신설된 중학교는 안양시의 변두리에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스쿨버스로 40분, 자전거로 1시간, 걸어서는 2시간 이상의 거리였던 거 같다.

중학교 3년 동안 모든 교통수단을 두루 선택했었다. 비록 멀기는 하였으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을 절실히 감상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 시기이기도 하였다. 평촌신도시가 들어서기 전이여서 평촌벌판과 관악산 기슭사이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가 유일한 통학로였다.

1시간 전후의 등굣길은 계절을 바꾸어가며 천연의 자연학습현장을 제공해 주었다. 봄의 푸릇푸릇한 생명이 느껴지는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벌판과 모심는 풍경, 아침밥 짓는 연기 피어오르는 농촌의 모습과 라일락꽃의 향기, 아카시아 꽃술을 한 움큼 입에 털어 넣고 주고 받던 친구들과의 이야기들.

가로수그늘아래 자전거 세워놓고 무릎 걷어 올려 개천에 발 담그고 더위를 식히던 여름 하굣길, 코스모스와 고추잠자리 가득했던 가을 등하굣길의 풍경, 토끼털 귀마개로 차가운 바람막으며 페달을 재촉하는 눈쌓인 등굣길의 교문 양 옆에 일찍 등교한 친구들이 만들어 도열시켜 놓았던 눈사람들을 지금도 어찌 잊겠는가….

그렇게 자연과 함께했던 등하굣길을 이제 도시의 점령군들이 아스팔트와 시멘트 보도블록으로 덮어 씌어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맨흙냄새라도 맡을 수 있는 운동장은 어김없이 군대막사와 유사한 멋없는 장방형 건물에 둘러쌓인 또 하나의 장방형 형태이고, 형식적인 나무심기로 만들어 놓은 화단들과 운동장 귀퉁이에 놓여 있는 시멘트 주재료의 음수대, 무엇하나 학교가는 길에 도시아이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줄 수 없는 메마른 정경인 것이다. 말로는 풍요로운 교육도시를 지향하는 안양시가 최우선적으로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운동장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이용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연출시킬 수 있는 그리고 자연의 생명을 느낄 수 있는 생태운동장, 좋은 테마가 있는 커뮤니티 광장, 자연학습이 가능한 조경설계, 비오톱의 설치 등으로 말 그대로 생태학교를 지향해야 한다.

미래도시교육의 핵심키워드는 생태학교 만들기이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생태도시를 그리고 내일의 주인공들을 위해서는 생태학교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교육제도개선 못지않은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자연과 생태법칙을 터득시키는 것이 이 삭막한 현대도시, 무방비도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계를 갖추는 가장 효과적인 백신예방접종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미래, 아이들을 위해서….

2008-02-01 15:4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