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윤여창]후손에게 물려주도록 자랑스럽게

안양똑딱이 2016. 5. 9. 15:59
[윤여창]후손에게 물려주도록 자랑스럽게

[12/30 군포시민신문]푸른희망군포21실천협의회 사무국장


 

초막골 공원 조성 건, 수원∼광명간 고속도로 건, 경기도민의 숲 조성 건, 복합화물터미널 부지 확장 건, LG공장 이전 건, 당동 2지구 개발 건, 강남아파트 재개발 건, 구주공아파트 재개발 건 등 언뜻 이름만 들어도 복잡다단할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 2003년에는 많았다.

도시로 독립하고 14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정리되지 못한 도시구상이 이러한 사안들에서 대립의 양상으로 비춰지고 뭔가 찜찜한 여운을 남긴다.

지방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역차별이라며 뒤에서는 이의동 개발을 비롯한 각종 택지개발과 5개 신도시 건설 추진, 한강 골재채취와 같은 난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기도의 현실에 비춰볼 때 군포는 그나마 건강하다고 하더라도, 그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여러 부문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 인정받는 행정, 통장직선제나 폐기물관리시민위원회와 같이 혁신적인 제도적 뒷받침, 부정사건 한 번 없는 젊고 능력 있는 시의회와 정치지도자들, 사회 곳곳에서 건강한 일들을 어느 지역보다도 우수하게 실천하는 시민·사회·직능 단체들, 그리고 참여하는 시민들…. 이런 말이 성립할지 모르겠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서 건강하다고 자부할만한 군포인데도, 그 여운은 우리를 괴롭힌다. 무엇 때문인가?되짚어보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만한 군포의 중요 사안들에서는 지역의 여러 주체들이 함께하는 모습이 있었고 협력을 위해 애쓰고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모범적 사례들이 그랬고 주민의견 반영사업이 그랬고 음식물찌꺼기 재활용사업이 그랬으며, 고교입시평준화운동이 그랬다. 하다못해 아직도 말이 많은 쓰레기소각장 문제만 해도 부정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행정참여와 시민사회 성숙이라는 긍정적 성과들이 함께 존재한다. 적어도 폐기물에 관한한 군포만큼 성숙되어 있는 도시도 드물다. 즉 지역의 여러 주체들이 서로의 의견을 좁혀 나가려는 노력이 밑바탕이 될 때, 비로소 자랑할 만한 도시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2004년, 총선을 비롯한 큰 사안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이미 15년을 경과하기 때문에 자치도시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할 과제도 함께 우리에게 주어지고 있다. 다만 지나가는 과정으로서가 아니라 이러한 과제들에 적극적으로 임하여 아름다운 군포, 살고 싶은 군포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함께 하려는 자세,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자 하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거쳐가는 도시, 베드타운이라고 부르는 수도 서울의 위성도시가 아니라, 푸근한 마음으로 살고 싶은 도시, 후손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도시로 가꿔갈 의무가 2004년 우리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

2003-12-31 09:5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