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안양천 지방정원, 예산 낭비와 전시행정의 전형 – 주민설명회에서 드러난 깊은 우려
오늘(7월 11일), 안양시는 안양천 지방정원 조성사업과 관련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한강의 주요 지류 중 하나인 안양천을 중심으로 경기도권 4개 시가 협력하여 수도권 대표 지방정원을 조성한다는 이 사업은, “정원산업 생태계 조성과 시민체감형 정원문화 확산”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현장을 찾은 주민들의 반응은 기대보다는 깊은 우려와 비판이 주를 이뤘다. 설명회장을 나서며 시민들은 “꽃 심기 전에 범람 대책부터 세우라”는 말로 현재 계획의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백로도 수달도 사라지는데… 꽃으로 덮는다고 자연이 되나”
사업 대상지 대부분은 반복적으로 범람하는 하천 저지대다. 최근의 기후위기와 국지성 폭우 상황을 고려하면 이 같은 지역에 수억 원을 들여 꽃과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주민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설명회 종료 후, 많은 주민들이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정원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하천 범람 방지 대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과거 안양천 살리기 운동을 함께해 온 시민들은 90년대 이후 겨우 복원 해 놓은 안양천이 현재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수년간은 뽕나무와 버드나무 같은 기존 자생 수종의 대대적인 제거, 외래종 식물의 확산 등으로 인해 자연성 회복이 멀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양시는 “정원”이라는 이름 아래 꽃을 심고, 풀을 제거하고, 화학약품을 사용하며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꾸미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생태하천을 원한다, 주민들은 정원을 원한 적 없다”
오늘 설명회에서 가장 큰 쟁점은 ‘주민의견 수렴 부족’이었다. 지금까지 안양시는 공론장, 공개 토론회, 공청회 등 숙의 민주주의적 절차 없이 정원사업을 추진해왔고 오늘 그것을 인정했다. 일부 홍보와 설문을 통해 ‘정원 조성을 원한다’는 결과만을 앞세웠지만,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그것이 형식적이고 제한적인 의견 수렴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오늘 설명회에 참석한 많은 주민들은 안양천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생태복원 사업을 원했다. “예전엔 백로가 많이 살았는데 나무를 베고 공사를 하니 사라졌다. 이젠 수달 흔적까지 보이는데 그 수달이 살아갈 공간이 없다”는 말은 시민들의 생태감수성과 문제 인식의 수준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시민들은 기후위기를 공감하고 해결책이 자연이라는 결을 보였다.
“예산 100억, 정작 관리비는 없다?”
이번 정원사업에는 안양시만도 약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지적하는 핵심은 유지관리 비용이 예산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원은 조성 이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구조인데, 여기에 들어갈 비용과 행정계획이 누락되거나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원 조성 후에는 정기적인 꽃 교체와 살충제 살포가 불가피하고, 자연적이 들풀 및 수목 제거 등으로 생물 다양성은 더 줄어들 것이다. 결국 시민의 휴식공간이 되지도 못하고, 일자리 창출도 지역에는 크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곳곳에서 나왔다.
특히 안양시 주도로 수목이 대거 제거되 현재 안양천은 그늘이 없다. 이 불볕더위에 누가 35~40도 되는 햇볕아래 꽃구경을 하겠는가. 이를 관리하려고 쓰는 에너지는 기후위기 시대에 생각할 수 있는 소비인가 물었다. 그리고 나무를 심으라고 시민들은 강조했다.
“정원보다 생태가 먼저,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시민들은 안양시가 이번 설명회를 주민의 의견 수렴보다는 정원사업을 하는 면죄부로 여기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공공의 예산을 관행적인 행정에 대해 시민들은 큰 우려를 보였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정원을 중심으로 한 외형적 ‘보여주기’ 사업보다는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생태하천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민사회는 앞으로 이 사업에 대해 감시를 지속할 것이며, 필요시 대응에 나설 뜻도 내비쳤다. “설명회 한 번 했다고 시민 의견 수렴 절차를 다 거쳤다는 식의 면죄부로 삼아선 안 된다”는 말 속에는 시민들이 가진 문제의식과 더불어, 안양시 행정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안양천 지방정원 조성사업은 단순한 조경계획이 아닌, 기후위기 시대 공공행정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다. 시민들은 이미 ‘정원보다 생태, 보여주기보다 회복’을 외치고 있다. 이제 응답은 안양시의 몫이다.
글쓴이 김태연님은 경인여자대학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으며 생태교육, 환경교육을 위해 스쿨김영사 경기남부지사장 지사장과 산림복지전문업 숲환경학교 주식회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는 생태교구몰 개똥벌레, 유튜브채널 숲체험TV도 운영하며 생태환경교육활동연구소, 가로수시민연대,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회원,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비상근)으로 활동하는 등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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