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집 마루에 걸터 앉아 내다 보니 바로 앞은 이제 막 벼꽃이 피는 푸른 논이 펼쳐져 있고 그 논 너머로 물왕골 군자 가는 버스가 다니는 신작로가 하얗게 가로로 놓였다. 제법 더운 날씨일텐데 그의 집 마루는 집 뒤 언덕에서 불어 내려오는 바람으로 시원하였다. "할머닌 어디 가셨는데?" "응. 장에." "시장?" "응." "야. 담배 펴볼래?" "......." "우리 할머니 담배야." 그가 마루 끝 한 쪽에 놓인 곰방대에 봉초를 채우며 씩 웃었다. 그러고는 제법 익숙하게 불을 붙이고는 쭉쭉 소리를 내며 빨더니 훅하고 흰 연기를 내뿜었다. 집에 들어설 때부터 나던 외할아버지 방에서 맡던 쌉싸한 냄새가 바로 담배연기에 찌든 냄새였다. "콜록콜록" 천봉이 내뿜은 연기를 맡고 기침을 하자 그가 댓돌에 툭툭 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