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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태]아크로타워 사태, 시민토론회 제안한다

안양똑딱이 2016. 7. 2. 16:31
[이종태]아크로타워 사태, 시민토론회 제안한다

[2007/02/02](사)한국교육연구소장
아크로타워 사태, 시민토론회 제안한다

아크로타워 입주자 자녀의 학교 배정문제가 신학기 시작을 앞둔 시점에서 아직도 표류하고 있다. 관련 당국인 교육청과 시, 그리고 입주자들의 엇갈린 주장이 합일점을 향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는 것이다.

제3자 입장에서 이 문제를 볼 때 답답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본래 업무용 건물이 어떻게 해서 주거용으로 둔갑해 학군배정 문제를 야기시켰는가 하는 점이다. 여러 보도 내용을 종합해 볼 때 건축허가를 내주고 시공을 감독해야 하는 시당국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시의회나 언론에서 이미 문제삼은 바 있지만 재발방지를 위해 더 분명하게 짚어야 할 문제이다. 부가적으로 이것은 관련법의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법의 문외한이기는 하지만 ‘각 실의 50% 범위 내에서 주거기능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애매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둘째 주거용 건물의 건축허가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예상되는 입주자의 학령인구를 예측해 수용계획을 세워야 건축허가를 내줄 수 있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단 협의는 한 모양이다. 그러나 교육청도 시당국도 이 부분에 대해서 떳떳하다고는 할 수 없어 보인다. 학생 수용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의 표명만으로 교육청의 책임을 다했다고 하기 어려우며, 협의를 마무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건축허가를 내준 시당국은 최소한 직무유기나 업무태만의 책임을 면키 어렵다.

셋째 입주자 자녀의 학교배정과 관련한 교육청의 입장이 일관되지 못함으로써 입주자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탈법과 업무태만의 과정을 거쳤더라도 실제 입주자가 발생하고 여기에 학생들이 있다면 국가로서는 이들의 교육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비록 잘못된 풍조이기는 하지만, 샘모루초교의 사태에서 보듯이 학군 또는 학교에 대한 낯가림이 심하다. 이른 바 ‘좋은 학군(교)과 나쁜 학군(교)’이 있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인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처음에 동안초교로 배정했다가 뒤늦게 달안초교로 바꾸었고 이것이 문제를 키운 것이다. 자세한 내막이야 모르겠지만 교육청이 이로 인한 논란 증폭의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입주자들의 일방적 태도가 이 문제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애초에 문제의 건물은 주거전용공간이 아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었을 것이다. 신도시개발 당시 왜 금싸라기 땅을 수십 년 묵히면서까지 아파트를 짓지 않았겠는가. 일반 시민들이 보면 업무용 공간이 주거용으로 둔갑한 것을 보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손해를 본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학군배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좀 더 타협적일 필요가 있다. 애초 신도시계획에 없던 새로운 주거공간이 생기게 되어 교육당국은 학생수용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하는데 기존의 학교에 건물을 추가로 짓는 것은 물리적으로나 기존 학생들의 학습환경 측면에서 볼 때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그러한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을 고른 것이 달안초였으리라 짐작된다. 그렇다면 다소 불만족스러워도 이를 수용하는 것이 온당하리라.

통학거리나 교통안전의 문제가 없지 않지만, 이는 후발 입주자로서 감내해야 할 문제이자 보완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이상 언급한 내용들이 뭣도 모르면서 지껄인 것일 수도 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혹 불편한 마음이 드는 독자나 당사자들이 있다면 넓은 아량을 구하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도무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필자는 과감하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이 문제를 두고 시민 대토론회를 열자는 것이다. 관련 당사자들은 물론 시민단체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보자. 그리고 한발씩 양보하여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합의안을 만들어보자. 만약 이 일이 성사된다면 우리 지역의 갈등해결을 위한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2007-02-02 17:5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