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규]‘수집광’이야기
[2006/07/28]시인
[2006/07/28]시인
‘수집광’이야기
사람은 누구나 어떤 한 가지 일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는 취미생활이라고도 하지만, 그것이 직업이나 사업, 또는 전문적인 연구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독서, 낚시, 등산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취미생활의 하나에 ‘수집’이 있다. 독자 여러분도 학창시절에 우표ㆍ인형ㆍ동전ㆍ그림 등을 수집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근래 출간된 ‘수집-기묘하고 아름다운 강박의 세계(필립 볼롬 지음)’라는 책자를 보면, 중세에는 성직자들의 무덤까지 파헤치는 도굴수집이 성행했고, 16세기에는 희귀종, 17세기에는 다품종 다량(多量), 18세기에는 체계적·과학적 정리, 19세기에는 식민지의 유물약탈, 20세기에는 수집의 대중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 역사 속에는 귀중품을 손에 넣기 위해 절도와 사기, 폭행과 살인까지 저지른 예가 허다하다.
얼마 전에 신문에서 일본인 후지즈카 부자(父子)에 관한 기사를 감명 깊게 읽었다. 아버지 후지즈카는 추사 김정희에 매료되어 평생을 추사의 유품과 관계자료를 수집하는 일로 보냈다. 박사논문도 추사에 대한 연구였다. 서예가 손재형이 1944년 그의 집을 100일 동안 찾아가 간청을 한 끝에 그 유명한 ‘세한도(歲寒圖)’를 무상으로 넘겨받은 일화는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때 후즈지카가 한 말은 “잘 보관해 달라”는 한마디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62년이 지난 금년 2월에 아들 후지즈카가 아버지가 평생 수집한 추사의 고서와 서화(書畵) 2천7백여점을 200만엔(약 2천만원)의 추사 연구기금과 함께 과천시에 기증했다고 한다. “사람이 공수래(空手來)는 못해도 공수거(空手去)는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변이었다. 그 역시 지난 7월4일 세상을 떠났다.
감동 끝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는 곧 나의 삶은 얼마나 하찮은 욕망들에 찌들어 있는가라는 반성과 자탄에 빠지게 된다.
안양과 관련해서 ‘수집’이라면 고인이 된 이승언과 김민석이 있다. 이승언은 학창시절부터 종이로 된 것은 무엇이든지 수집할 정도로 심취해 있었다. 신문ㆍ잡지는 물론이요 지인들의 청첩장이나 행사 안내서에 각종 사진까지 자료가 될 만한 것은 눈에 띄는 대로 수집했다.
그 결과 인근 지자체의 지명유래집이나 시ㆍ군지, 행정 변천사나 인물에 대한 향토사학자로서 백과사전적인 존재였는데, 방대한 양이라서 정리도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한 것이 웬만큼 아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은 선후배 관계라서 안양시에 자료관을 만들자고 상의를 했었는데, 졸지에 세상을 떠나 무산된 일도 안양시로서는 크나큰 손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민석의 경우는 또 다르다. 현재 안양에서 ‘솔로몬’이라는 세계문화예술 토속품 사업소를 운영하는 그는 미국에서 20달러로 시작한 수집생활이 27년이 되어, 그 동안 70여개국을 4백회 이상 방문하며 그 나라의 독특한 문화가 깃든 토속품들을 수집해 왔다. 특히 성(性)문화에 관한 수집품들은 테마 자료관이 필요할 정도다.
최근에 김민석은 그간의 체험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세계의 모든 스타일’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 책의 서문에서 그는 “앞으로 10년은 마음을 비우고 비록 내가 가질 수 없는 한이 있어도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게 봉사하는 자세로 살고 싶은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라고 쓰고 있다. 그렇다면 그 봉사심을 받아들여 우리 안양에 ‘세계민속박물관’을 건립하면 어떨까. 혹시 다른 지자체에서 먼저 제안을 해오지는 않을런지….
인류 문화유산은 일반인이 아니라 수집광들에 의해 발굴ㆍ보존ㆍ육성되는 것이다. 그들 광인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도서관이나 박물관은 빈약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돈에 미치면 수전노, 여자에 미치면 플레이보이, 정치에 미치면 정상배, 술에 미치면 알코올 중독자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문화’에 미치면 인류역사에 봉사자가 되는 것이다. 여러분, 무엇에 미치셨습니까?
사람은 누구나 어떤 한 가지 일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는 취미생활이라고도 하지만, 그것이 직업이나 사업, 또는 전문적인 연구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독서, 낚시, 등산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취미생활의 하나에 ‘수집’이 있다. 독자 여러분도 학창시절에 우표ㆍ인형ㆍ동전ㆍ그림 등을 수집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근래 출간된 ‘수집-기묘하고 아름다운 강박의 세계(필립 볼롬 지음)’라는 책자를 보면, 중세에는 성직자들의 무덤까지 파헤치는 도굴수집이 성행했고, 16세기에는 희귀종, 17세기에는 다품종 다량(多量), 18세기에는 체계적·과학적 정리, 19세기에는 식민지의 유물약탈, 20세기에는 수집의 대중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 역사 속에는 귀중품을 손에 넣기 위해 절도와 사기, 폭행과 살인까지 저지른 예가 허다하다.
얼마 전에 신문에서 일본인 후지즈카 부자(父子)에 관한 기사를 감명 깊게 읽었다. 아버지 후지즈카는 추사 김정희에 매료되어 평생을 추사의 유품과 관계자료를 수집하는 일로 보냈다. 박사논문도 추사에 대한 연구였다. 서예가 손재형이 1944년 그의 집을 100일 동안 찾아가 간청을 한 끝에 그 유명한 ‘세한도(歲寒圖)’를 무상으로 넘겨받은 일화는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때 후즈지카가 한 말은 “잘 보관해 달라”는 한마디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62년이 지난 금년 2월에 아들 후지즈카가 아버지가 평생 수집한 추사의 고서와 서화(書畵) 2천7백여점을 200만엔(약 2천만원)의 추사 연구기금과 함께 과천시에 기증했다고 한다. “사람이 공수래(空手來)는 못해도 공수거(空手去)는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변이었다. 그 역시 지난 7월4일 세상을 떠났다.
감동 끝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는 곧 나의 삶은 얼마나 하찮은 욕망들에 찌들어 있는가라는 반성과 자탄에 빠지게 된다.
안양과 관련해서 ‘수집’이라면 고인이 된 이승언과 김민석이 있다. 이승언은 학창시절부터 종이로 된 것은 무엇이든지 수집할 정도로 심취해 있었다. 신문ㆍ잡지는 물론이요 지인들의 청첩장이나 행사 안내서에 각종 사진까지 자료가 될 만한 것은 눈에 띄는 대로 수집했다.
그 결과 인근 지자체의 지명유래집이나 시ㆍ군지, 행정 변천사나 인물에 대한 향토사학자로서 백과사전적인 존재였는데, 방대한 양이라서 정리도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한 것이 웬만큼 아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은 선후배 관계라서 안양시에 자료관을 만들자고 상의를 했었는데, 졸지에 세상을 떠나 무산된 일도 안양시로서는 크나큰 손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민석의 경우는 또 다르다. 현재 안양에서 ‘솔로몬’이라는 세계문화예술 토속품 사업소를 운영하는 그는 미국에서 20달러로 시작한 수집생활이 27년이 되어, 그 동안 70여개국을 4백회 이상 방문하며 그 나라의 독특한 문화가 깃든 토속품들을 수집해 왔다. 특히 성(性)문화에 관한 수집품들은 테마 자료관이 필요할 정도다.
최근에 김민석은 그간의 체험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세계의 모든 스타일’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 책의 서문에서 그는 “앞으로 10년은 마음을 비우고 비록 내가 가질 수 없는 한이 있어도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게 봉사하는 자세로 살고 싶은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라고 쓰고 있다. 그렇다면 그 봉사심을 받아들여 우리 안양에 ‘세계민속박물관’을 건립하면 어떨까. 혹시 다른 지자체에서 먼저 제안을 해오지는 않을런지….
인류 문화유산은 일반인이 아니라 수집광들에 의해 발굴ㆍ보존ㆍ육성되는 것이다. 그들 광인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도서관이나 박물관은 빈약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돈에 미치면 수전노, 여자에 미치면 플레이보이, 정치에 미치면 정상배, 술에 미치면 알코올 중독자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문화’에 미치면 인류역사에 봉사자가 되는 것이다. 여러분, 무엇에 미치셨습니까?
2006-07-28 18: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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