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대규]‘재건축’이라는 유령

안양똑딱이 2016. 7. 1. 16:25
[김대규]‘재건축’이라는 유령

[2006/07/21]시인
‘재건축’이라는 유령

“공산주의라는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마르크스·엥겔스의 ‘공산당선언’ 첫문장이다.

‘공산당선언’이라니… 그 말도 많은 이데올로기 문제를 화두로 삼겠다는 것이 아니다. 근래 우리 안양에 떠돌고 있는 ‘재개발’이라는 ‘유령’에 대해 한 마디 해보려는 것이다.

내가 재건축을 유령에 빗댄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최근에 만나는 안양 사람들, 특히 만안구 주민들은 한결같이 ‘재건축, 재건축’ 이다. 아직 실체는 드러나 있지 않은 심의 과정 중인데, 이렇듯 화제로 떠도는 것이 내게는 꼭 ‘유령’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무지의 소산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 모르지만, 나는 60 평생을 넘겨 살아왔어도 현실적인 삶의 문제들에 관해서는 전혀 맹문이이다. 특히 이재(理財)에 대해선 완전 백치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몇 평인지, 평당 가격이 얼마인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너는 그만큼 편하게 살아서 그렇다고 핀잔한다면 할 말은 없다. 시인이라는 게 어찌 면죄부가 되랴.

안양 전체가 ‘재건축’을 연호할 수밖에 없는 까닭을 알아보니, 만안구에서는 구철도부지, 양지지구, 냉천지구, 소곡지구, 덕천지구, 능곡지구 등 18개 지구가, 동안구는 임곡 3지구, 미륭아파트, 구사거리지구 등 9개 지구가 도시환경정비사업, 주거환경개선사업, 주택재건축사업, 주택재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데 벌집을 쑤셔 놓은 듯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통털어 ‘재건축’이라 했지, 도시환경정비사업이나 주거환경개선사업 그리고 주택재개발사업이나 주택재건축사업이라는 헷갈리는 용어의 차이점도 나는 물론 모른다. 모르는 게 무슨 대순가.
그러나 내가 더 모를 일이 있다.

사업의 규모로 보아서는 안양시 전체가 아파트 단지가 될 모양인데, 오래된 아파트를 다시 짓는 건 몰라도, 개인 주택을 전부 없애고 아파트로 만들겠다는 발상법 자체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 신중대 시장님은 건교부의 동편개발에 결사 반대했고, 평소 웬만한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서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행정철학의 소유자가 아니었던가.

잘은 모르되 일반주민들은 땅값이 오른다고 벌써부터 야단들이고, 해당 지구에 따라서는 이미 추진위원회가 설립됐는가 하면, 어느 지역엔 추진위원회가 양립되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내가 살고 있는 양지지구는 주거환경개선사업에 해당된다.
걱정이 태산같다. 먼저 생각나는 것은 ‘흙’을 밟아보지 못하게 된다는 것, 내가 태어난 집터, 나보다 오래 산 나무들, 그 많은 책들은 어떻게 하며, 어디로 갔다가 다시 와야 하는 것인지, 더구나 아버님께서 물려 주신 전통 한옥은 보존할 수 없는지, 양지동(안양3동)은 만안구의 ‘동편’과 같은 곳인데, 안양에 개인주택들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되는지, 세입자들이 모두 재건축 아파트에 그대로 입주하는 것인지, 한 지구에서라도 선별적으로 재개발은 할 수 없는 것인지, 무지한 사람인지라 의문과 허망함만 쌓여갈 뿐이다.

기본적으로는 주민들의 50%가 찬성하면 된다는 것인데, 우리 양지동 주민들은 과연 얼마나 찬성할 지, 내가 나서서 반대 설득을 한다면 지탄이나 받게 되지 않을지.

시대변화나 민심의 흐름에 그저 순순히 따라가야만 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아도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에는 벌써 교통체증 현상이 보이는데 더 늘어날 차량 문제는 어떻게 될지, 개인 재산을 강제로 수용해 버리는 제도가 과연 민주주의에 부합되는 것인지, 은연중에 화도 치밀지만 결국은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앞에 인용한 ‘공산당선언’은 “만국의 프로레타리아여, 단결하라”로 끝을 맺는다. 내 가슴 속에서는 “양지동 주민들이여, 반대하자!”는 외침이 치솟고 있다.

2006-07-21 22:3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