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영부]벽산로의 진실…안양문화의 현실 2

안양똑딱이 2016. 6. 30. 14:42
[김영부]벽산로의 진실…안양문화의 현실 2

[2005/08/12 빼앗긴 전통… 흔들리는 안양문화]


 

연재기고 - 벽산로의 진실… 안양문화의 현실 2

만안지역은 안양이란 도시의 오랜 역사를 오롯이 품고 있는 곳이다.

전통과 문화가 도시의 중요한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지만, 안양시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다양성에 대한 존중심 없이 전통의 가치를 외면하고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최근 10여 년 사이에 안양의 전통문화에 대한 가치와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평촌 신도시’의 등장 이후부터이다.

십 수 년 전만해도 논과 밭, 비닐하우스 등 농경지였던 벌말(평촌) 들녘에 어느 새 아파트와 빌딩 숲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신도시의 등장과 함께 행정과 도시문화의 중심축은 급격히 평촌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시청과 경찰서, 우체국, 교육청 등등 행정기관이 줄줄이 옮겨갔다.

황당한 것은 외형과 기능은 만안구에 그대로 남아있는데도 ‘안양’이란 명칭만 앗아간 경우이다.

만안구에 있던 기존의 안양전화국과 안양우체국은 ‘안양’이란 중심의 명칭을 빼앗기고 「서안양전화국」과 「서안양우체국」으로 창씨개명[創氏改名]을 당하고 말았다.

신도시의 건설과정에서 이처럼 철저히 전통의 도시를 외면한 경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강대국에 침략당한 약소국의 처지와 무엇이 다른가?

80년대까지 있었던 공설운동장도 이미 오래전에 만안구를 떠나갔으며, 안양시민축제를 비롯한 ‘중심’의 것들은 평촌 ‘중앙공원’에서만 열린다.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떠난 자리, 오래도록 안양의 중심이었던 만안지역은 말 그대로 문화와 생활환경의 불모지로, 평촌의 서쪽 변방에 낡은 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안양이란 지명이 서기 900년에 고려 태조 왕건이 세운 安養寺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안양이 율목군이라는 지명으로 최초로 역사에 등장한 시기가 고구려 장수왕 때인 서기 475년이라는 사실은 낯설다. 그로부터 1,530년이 흘렀으니 어디에 내놔도 자부할 만한 역사이다.

安養은 ‘극락정토의 세계’이며, ‘오로지 즐거움만 가득한 자유로운 이상향’이란 뜻이다. 인간세상에 이처럼 아름답고 뜻 깊은 도시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내용을 담지 못하고 있다. 안양세계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문화적 편견으로 가득한 ‘점령자’들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2005-08-19 16: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