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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규]‘안양문화재단’설립의 문제점

안양똑딱이 2016. 6. 21. 16:50
[김대규]‘안양문화재단’설립의 문제점

[2004/12/17 안양시민신문]시인


 

최근 안양시 문화예술계의 화두는 단연 ‘안양문화재단’이다.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먼저 전제해야 할 것은 그 누구도 ‘문화재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논란의 촛점은 ‘문화재단’의 설립배경과 그에 따르는 목표설정에 있어서의 문제점이다.

안양시가 마련한 ‘문화재단 법인설립 및 운영조례(안)’ 제4조(사업의 범위)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재단은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다음 각호의 사업을 수행한다. ①안양문예회관 운영 ②평촌아트홀 운영 ③동안문화관 운영 ④문화유산의 보존 및 육성 ⑤문화예술 관련자료의 수집·관리·조사연구 및 보급 ⑥기타 문화예술진흥을 위하여 시장이 위탁하는 사업.’

이 조례(안)이나 그간에 안양시가 표명·제공한 의견과 자료들을 보면, ‘문화재단’의 설립 필요성은 현재 시설관리공단에 속한 문화예술 관련 시설물들(만안문예회관·평촌아트홀·동안문화관)을 위탁운영하기 위한 것으로 돼있다. 바로 이로부터 문제점이 유발된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문화재단’은 ‘기금’을 적립해서 문화예술인(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하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조례(안)은 가장 핵심이 되는 ‘문화재단’ 본연의 소임은 ‘기타’로 부기(附記)하고, 그것도 ‘시장이 위탁하는 사업’이라고 ‘단서화(但書化)’하고 있다. 주객(主客)이 뒤바뀐 것이다.

실제로 제시돼야 할 것은, 문예창작물·학술연구물의 발간, 회화·사진·서예·조각·공예·건축·문화재 등의 전시, 연극·음악·무용·연예 등의 공연, 영화제작 및 보급, 전통문화예술의 보존과 육성 등에 대한 ‘지원’ 사업인 것이다. 특히 저변확충에 필수적인 각종 문화예술 ‘동아리’들에 대한 ‘지원’도 포함돼야 한다. 안양시가 주안점으로 삼고 있는 시설물들의 위탁관리운영은 부차적인 사항이다.

다음으로 거론할 것은 ‘문화재단’의 목표달성상 요구되는 ‘독립·자율성’ 문제이다. 조례(안)을 보면 모든 것이 ‘시장’의 소관으로 되어 있다. 하다 못해 이사회 소집도 이사들은 할 수 없고, ‘시장’만이 요청할 수 있게 돼있다. 설립 초창기의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시장’의 당연직 이사장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당위성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문화재단’ 소기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관’으로부터 자유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안양시의 ‘문화재단’이지, 안양시청, 더군다나 안양시장의 문화재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인건비 경감을 위해 시장이 이사장을 겸한다는 사유는 설득력이 미약하다. 자생력이 생기기까지는 이사장을 ‘명예직’으로 해서 전문성·자율성·비용절감을 동시에 이룬다면 일석삼조(一石三鳥)가 아니겠는가.

이러한 사항들을 전제로 ‘문화재단’이 설립되면, 문예진흥 ‘지원’팀과 시설관리 ‘운영’팀으로 이원화하되, 기존 근무자들에 대한 불만해소책과 함께 문예진흥의 사명감에 따르는 자긍심을 공유케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대목에서 향후 ‘문화재단’의 ‘노조’문제도 숙제의 하나가 되리라는 점을 지적해야 겠다.)

당초부터 안양시가 지역사회 문화예술계 관계자들과의 교감없이 ‘문화재단’의 설립을 독자적으로 추진해온 점에 비춰, 간담회나 토론회도 일종의 요식행위일 뿐, 제반 요구사항들이 수용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러할 때, 실질적인 주체가 되어야 할 지역사회의 문화예술인들은 ‘무엇’을 ‘어떻게’해야 할까?

그 갈등과 고민의 해결을 위해, 이미 시행착오는 있었더라도 안양시의회에서 ‘소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관계자들과 함께 심도있는 재검토를 거쳐 ‘대안’을 만들자는 것이 나의 제안이다.

2004-12-17 14:3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