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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규]‘안양문화재단’ 설립 논란

안양똑딱이 2016. 6. 21. 16:44
[김대규]‘안양문화재단’ 설립 논란

[2004/11/26 안양시민신문]발행인·시인


 

지난 11월 2일, 안양시가 공식적으로 ‘문화재단’의 설립계획을 발표한 후,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건대,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문화재단의 설립과 함께 기존 시설공단에서 재단측으로 이관될 시설의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신분상 불이익에 대처하기 위한 거부의사 표명. 이는 일종의 ‘생존권’의 문제로서 그 자체에 대한 시시비비가 아니라, 향후의 신분보장을 전제로 한 처우개선책의 확보 차원에서 해결될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된다.

둘째는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그 동안 관이 주도해 온 문예진흥 시책들의 미흡성을 감안, ‘문화재단’ 자체가 옥상옥으로 등장되어, 실질적인 문화예술 발전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감의 반발이다.

이러한 거부감이 문화재단의 실질적인 주체이자 수혜자라 할 수 있는 문화예술인들로부터 표출된다는 것은 지극히 이율배반적이라 할 수 있겠는데,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오랜 동안 누적되어 온 관에 대한 불신과 피해의식이다.

셋째는 위의 두 경우를 모두 포함해서, 기본적으로 ‘문화재단’ 자체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문화재단 무용론이다. 이에는 시당국의 사전홍보나 분위기 조성을 위한 배려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해야겠고, 앞으로 추진될 공청회나 토론회, 추진위원회 구성이나 이사선임 등의 실무과정을 통해서 충분히 해소되리라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재확인할 두 가지 질문이 있다. 그 하나는 ‘문화재단을 왜 만드는가?’이고, 또 하나는 ‘어떻게 운영하는가?’이다. ‘왜?’에 대해서는 포괄적으로 ‘문화예술 진흥’이라는 목표가 쉽게 제시된다. 이에 대해 의문이나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어떻게’가 관건이라 하겠다. 문화재단의 설립목표가 ‘문화예술 진흥’이라면, 그 조직·운영 또한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방향이 돼야 한다. 바로 여기에 대부분의 문제점이 내포돼 있다.

문화재단의 설립에는 3대 요건이 있다. 기금확보, 전문성, 독립성이 그것이다. 기금의 경우, 10년차 계획을 세우더라도 최소한 3백억 이상 5백억까지는 확보해야 한다. 여기서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상술할 수는 없다.

‘전문성’에 있어서는 일반직은 그렇다 하더라도, 문화재단의 사활이 ‘이사회’에 달렸다면, 당연직(시와 의회)을 제외한 모든 이사는 문화예술 관계자들로 구성돼야 할 것이며, 이때 반드시 유념할 것은 지역인사들에 대한 배려라는 것이다. ‘애정’이 깃들지 않은 조직이나 사업은 사명감이나 보람의 농도가 그만큼 옅기 때문이다.

‘독립성’의 문제는 위의 ‘전문성’을 배양·확보하는 제도적 장치라 할 수 있다. 문화재단이 본연의 목표를 더욱 달성하려면 관으로부터 독립해 전문가들의 자율성에 맡겨져야 한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감안, 설립 이후 3년차 정도까지는 시장이 당연직 이사장으로 기반조성을 마무리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문화재단의 본령은 ‘시설관리’가 아니라 ‘지원·육성’에 있다. 다시 말하자면, 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기에 부적합한 여러 시설들을 이관·관리하기 위해 문화재단을 설립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또 하나의 시 부설기관, 옥상옥을 설치하는 일일 것이다. 만일 그런 필요성에서만 설립된다면, 내 자신도 개인적으로는 반대의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

지면관계로 구체적인 내용들은 생략됐지만, ‘안양문화재단’은 ‘안양 르네상스’의 향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04-11-26 15:5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