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규]다시 ‘디자인’에 대하여
[2008/04/11]안양시민신문 회장·시인
[2008/04/11]안양시민신문 회장·시인
다시 ‘디자인’에 대하여
유아의 발육과정에는 두 가지 두드러진 변화가 있다. 그 하나는 신체의 발육이고, 또 하나는 언어 습득이다.
유아기의 언어활동은 단어 중심이다. 처음에는 ‘맘마·까까·멍멍’과 같은 동음(同音) 반복어로 시작돼, ‘엄마·아빠·어부바’처럼 발음하기 쉬운 ‘ㅏ·ㅓ’계통의 어휘로 이어지고, 차츰 새로운 단어를 습득하면서 말을 익히게 된다.
유아들에게 있어 단어의 습득은 그 대상을 인식하게 됐음을 뜻한다. 따라서 어휘의 증가는 사물 인식의 범주가 그만큼 확장됐다는 것이다. 성인의 경우, 어휘 활용의 빈곤은 그의 사고의 폭이 제한됐음을 말해준다.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전문용어다. ‘포스트 모더니즘·신데렐라 콤플렉스·감가상각·자유연상법’ 등과 같은 말들을 일반 대중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공산주의·민주주의·지방자치제’ 등도 처음에는 생소했을 것이다.
근래 화두가 되고 있는 ‘디자인’이라는 말도 그러하다. 섣부른 단정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은 과거에도 호칭돼 왔던 ‘의상 디자이너’라는 개념 정도로 받아들이지 않나 싶다. 나 역시 문외한이기는 마찬가지여서, 제품 모델이나 건물의 모양내기와 같은 제한적 용도에서 그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다가 안양시에서 주요 거리의 간판을 교체하고, ‘공공디자인재단’이 설립되고, 만안구가 그 시범도시로 지정되면서 ‘디자인’에 대한 생각에 본질적인 변화가 생겼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이론이나 학술적인 연구의 결과가 아니다. 말하자면 시적인 상상력의 소산이다.
상상은 엉뚱하게도 성격(구약)의 창세기 첫 문장에서부터 시작됐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이 구절의 ‘창조’라는 말을 ‘디자인’으로 바꿔본 것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하나님은 이 천지를 만든 최초의 ‘디자이너’라는 것이었다. 이는 ‘새로움’이 디자인의 생명이라는 관점이다. 그런 관점에서는 재개발·재건축·뉴타운도 디자인이요, 성형수술도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상상력의 핵심은 구상의 아이디어다. 디자인에 있어서의 새로움은 기존의 것을 부수고, 바꿔버리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옛것을 새롭게 활용하는 데서부터 아이디어는 빛난다. 예컨대 삼덕공원(가칭)을 조성함에 있어, 기존의 굴뚝을 제거한 것은 그 장소의 역사성이나 문화성, 기증자의 표상이나 조형적 상징성을 감안할 때 ‘비디자인’적인 처사였다고 생각한다.
이와같은 디자인에 대한 개념 확대는 ‘공공(公共)’이라는 말이 그 앞에 붙으면서 더욱 포괄적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재차 강조하자면 유전인자도 디자인이요. 인생설계 역시 디자인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공공디자인’이라는 말에서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예술성보다 대중의 실용성이다. 한 전문가는 디자인을 ‘예술의 민주주의’라고 정의한다. 지극히 공감이 가는 얘기다. ‘예술의 민주주의’란 특수성이 아닌 보편성, 실험성이 아닌 일반성, 이벤트가 아닌 생활성, 특정 지역이 아닌 삶의 주변성, 환언하면 전문가가 아니라 시민이 주체가 됨을 의미한다. 전시적 작품성은 하위 개념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안양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지면이 제한된 관계로 몇 가지 아이디어만 제시해 보겠다.
①기존의 ‘항아리골목·밧데리골목’과 같이 31개 동마다 테마별 ‘명소’를 만들자.
②안양의 젖줄인 ‘안양천’에 권역별로 꽃길·시화(詩華)공원·조각공원·물고기공원·수상(水上) 공연장·노천 카페·새(鳥)공원 등을 조성하자.
③‘신필름로’와 같이 거리명에 안양 유관 인물이름을 활용하자. 예컨대 왕건·원효와 같은 역사적 인물, 원태우·한흥이·이재현·이재천 등과 같은 독립운동가, 나혜석·박두진·이서구·채만식 등의 예술가 등. ‘삼덕공원’도 ‘전재준공원’이라 하면 어떻겠는가.
④안양의 동서남북 시계(市界)에 ‘안양문’을 세우자.(이 제안은 몇 차례 한 바 있다)
위의 아이디어는 여타 지방자치단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평소 생각해본 것들이다. 관계자보다 시민들의 관심이 증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화의 민주화를 위해서.
유아의 발육과정에는 두 가지 두드러진 변화가 있다. 그 하나는 신체의 발육이고, 또 하나는 언어 습득이다.
유아기의 언어활동은 단어 중심이다. 처음에는 ‘맘마·까까·멍멍’과 같은 동음(同音) 반복어로 시작돼, ‘엄마·아빠·어부바’처럼 발음하기 쉬운 ‘ㅏ·ㅓ’계통의 어휘로 이어지고, 차츰 새로운 단어를 습득하면서 말을 익히게 된다.
유아들에게 있어 단어의 습득은 그 대상을 인식하게 됐음을 뜻한다. 따라서 어휘의 증가는 사물 인식의 범주가 그만큼 확장됐다는 것이다. 성인의 경우, 어휘 활용의 빈곤은 그의 사고의 폭이 제한됐음을 말해준다.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전문용어다. ‘포스트 모더니즘·신데렐라 콤플렉스·감가상각·자유연상법’ 등과 같은 말들을 일반 대중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공산주의·민주주의·지방자치제’ 등도 처음에는 생소했을 것이다.
근래 화두가 되고 있는 ‘디자인’이라는 말도 그러하다. 섣부른 단정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은 과거에도 호칭돼 왔던 ‘의상 디자이너’라는 개념 정도로 받아들이지 않나 싶다. 나 역시 문외한이기는 마찬가지여서, 제품 모델이나 건물의 모양내기와 같은 제한적 용도에서 그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다가 안양시에서 주요 거리의 간판을 교체하고, ‘공공디자인재단’이 설립되고, 만안구가 그 시범도시로 지정되면서 ‘디자인’에 대한 생각에 본질적인 변화가 생겼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이론이나 학술적인 연구의 결과가 아니다. 말하자면 시적인 상상력의 소산이다.
상상은 엉뚱하게도 성격(구약)의 창세기 첫 문장에서부터 시작됐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이 구절의 ‘창조’라는 말을 ‘디자인’으로 바꿔본 것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하나님은 이 천지를 만든 최초의 ‘디자이너’라는 것이었다. 이는 ‘새로움’이 디자인의 생명이라는 관점이다. 그런 관점에서는 재개발·재건축·뉴타운도 디자인이요, 성형수술도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상상력의 핵심은 구상의 아이디어다. 디자인에 있어서의 새로움은 기존의 것을 부수고, 바꿔버리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옛것을 새롭게 활용하는 데서부터 아이디어는 빛난다. 예컨대 삼덕공원(가칭)을 조성함에 있어, 기존의 굴뚝을 제거한 것은 그 장소의 역사성이나 문화성, 기증자의 표상이나 조형적 상징성을 감안할 때 ‘비디자인’적인 처사였다고 생각한다.
이와같은 디자인에 대한 개념 확대는 ‘공공(公共)’이라는 말이 그 앞에 붙으면서 더욱 포괄적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재차 강조하자면 유전인자도 디자인이요. 인생설계 역시 디자인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공공디자인’이라는 말에서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예술성보다 대중의 실용성이다. 한 전문가는 디자인을 ‘예술의 민주주의’라고 정의한다. 지극히 공감이 가는 얘기다. ‘예술의 민주주의’란 특수성이 아닌 보편성, 실험성이 아닌 일반성, 이벤트가 아닌 생활성, 특정 지역이 아닌 삶의 주변성, 환언하면 전문가가 아니라 시민이 주체가 됨을 의미한다. 전시적 작품성은 하위 개념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안양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지면이 제한된 관계로 몇 가지 아이디어만 제시해 보겠다.
①기존의 ‘항아리골목·밧데리골목’과 같이 31개 동마다 테마별 ‘명소’를 만들자.
②안양의 젖줄인 ‘안양천’에 권역별로 꽃길·시화(詩華)공원·조각공원·물고기공원·수상(水上) 공연장·노천 카페·새(鳥)공원 등을 조성하자.
③‘신필름로’와 같이 거리명에 안양 유관 인물이름을 활용하자. 예컨대 왕건·원효와 같은 역사적 인물, 원태우·한흥이·이재현·이재천 등과 같은 독립운동가, 나혜석·박두진·이서구·채만식 등의 예술가 등. ‘삼덕공원’도 ‘전재준공원’이라 하면 어떻겠는가.
④안양의 동서남북 시계(市界)에 ‘안양문’을 세우자.(이 제안은 몇 차례 한 바 있다)
위의 아이디어는 여타 지방자치단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평소 생각해본 것들이다. 관계자보다 시민들의 관심이 증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화의 민주화를 위해서.
2008-04-12 11: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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