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보따리/기억

[기억-정진원]의왕 오매기 마을 지명유래

안양똑딱이 2017. 3. 18. 17:58

의왕시 오전동에 오매기란 마을이 있다. 지금 의왕문화원이 있는 곳에서 위쪽으로 백운호수 쪽으로 넘어가는 고개 밑에 있는 동네이다. 그곳에서 아래로 사나골, 용머리, 목배미, 뒷골, 백운산 등 작은 마을들을 합쳐서 넓게 오매기라 부르기도 했었다.

8ㆍ15 해방 때에 약 70호 정도였다고 한다. 어떤 분은 그곳에 집[막(幕)]이 다섯 채가 있어서 ‘오막(五幕)>오막이>오매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는데, 그것은 적절치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 골짜기에 동네가 형성될 때에 집 다섯 채가 한꺼번에 만들어질 수도 없었을 것이며, 그렇게 되었다 해도 마을이름을 바로 ‘오막(五幕)>오막이>오매기’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은 지나친 견강부회이다.

움막이 아닌 다음에야 집을 막(幕)이라 하지는 않았으며, 다섯 채 집이 만들어질 때까지 마을이름이 없다가 갑자기 ‘오막(이)’이 되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세 집으로 된 동네를 ‘세집매’(영등포구 당산2동, 영등포동2가), 네 집으로 된 마을이라 해서 ‘네집매’(영등포구 양평1동, 서산시 태안읍) 등의 마을이름이 있기는 했었다.

그렇다면 오매기는 ‘다섯집매’가 되었어야 할 터인데, 어떻든 어색하고, 발음도 어려워서 그렇게 쓰였을 것 같지 않다. 오매기는 우리나라 마을이름이 대개 그렇듯이 마을이 들어앉은 곳의 지형을 형용한 것으로 보는 것이 쉽고도, 바른 이해일 것이다.

우리나라 마을이름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골, 실[곡(谷)], 구석(억)-’ 형이다. 산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분지(盆地)인 경우도 있었겠지만 대개는 삼태기 모양의 ‘ㄷ’자형 지형 안에 만들어진 마을이름들이다.

남쪽이 터져있고, 동구 밖으로 시내가 흐르고 있다면 안성맞춤의 배산임수 촌락입지가 되는 곳이다. 이 ‘ㄷ’자형 지형을 ‘오목’하다고 본 것이리라.

그래서 ‘오목이>오모기>오매기’가 된 것으로 본다. ‘골, 실[곡(谷)]’ 형의 지명이 우리나라 남한에만 약 2만여 개 있다. 구석진 곳에 있는 마을이란 뜻의 ‘구억(석)말’이 서산시에만 16 군데나 있다.   

 

수필가이자 문학박사인 정진원 선생은 의왕시 포일리 출신(1945년생)으로 덕장초등학교(10회), 서울대문리대 지리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대학원에서 지리학,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박사학위논문으로 ‘한국의 자연촌락에 관한 연구’가 있다. 성남고등학교 교사, 서울특별시교육청 장학사, 오류중학교 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