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보따리/기억

[기억-정진원]의왕 청계사 초입 언덕배기 '옥박골' 지명유래

안양똑딱이 2017. 3. 18. 18:01

마을이름을 대할 때에는 그냥 가까이 가서, 있는 그대로 보고, 쉽게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 마을이름을 상고할 때에는 내 안에 먼저 들어와 있는 선입개념을 버리고, 본질을 ‘바로 보는(직관)’, 이른바 ‘현상학적 방법’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버려야 할 것 가운데 우선은 ‘한자(漢字)’의 우상이고, ‘한자화(漢字化)’의 오류이다. 한자화는 본래말보다 더 좋은 뜻으로 음역한 경우도 있지만, 전혀 엉뚱한 한자를 쓴 경우가 허다하다.

‘참새울[작동(雀洞)]’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을이름인가, 그것을 ‘진조동(眞鳥洞)’이라 했고(연천군 백학면), ‘쇠무덤’은 소의 무덤이란 뜻인데, 그것을 셋이 모였다는 뜻으로 ‘삼회리(三會里)’라 했으니(가평군 외서면) 우습지도 않다.

마을이름에서 쉬운 것을 어렵게 생각하고, 거기서 대단한 것을 찾아내서 그것을 자랑하고자 해서는 안 된다.

의왕시 청계동 청계, 청계사로 이어진 골짜기 초입 왼편 언덕배기에 ‘옥박골’이란 마을이 있다. 전부터 그 뜻이 궁금했었다. 마음대로 생각해보았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옥(玉)돌이 박혀있는 곳인가, 옥(獄) 밖에 있는 마을이란 말인가, 옥구슬 같은 박이 열리던 마을이란 것인가, 옷과 밥이 넉넉한 동네 옷밥골[의식리(衣食里)](아산시 음봉면)인가, 등등.

그러다가 이렇게 쉽게 보고자 하였다. 그곳 뒷동산에 옻나무가 많은 옻나무밭이 있어서 ‘옻밭골’이 되지 않았나, 생각하는 것이다. ‘옻밭골>옥박골’로 적은 것은 용납해도 좋을 성싶다.

옻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나 자라고 있어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이다. 옻나무는 익목(益木)이면서, 동시에 해목(害木)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검붉은 잎의 옻나무는 경계 대상의 해목이었다.

그래서 인상에 오래 남아있게 되었고, 마을이름에도 쓰이게 되었을 것이다. 서산시 부석면에도 옻밭굴[칠전(漆田), 칠전리(七田里)]이 있고, 마포구 공덕동, 용산구 청파동에 옻나무골이 있었다.

그 밖에도 나무 이름에서 비롯된 마을이름은 부지기수로 많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감나무골[감골, 시동], 밤나무골[밤골, 밤실, 밤밭, 율전(栗田) 등이다.

 

수필가이자 문학박사인 정진원 선생은 의왕시 포일리 출신(1945년생)으로 덕장초등학교(10회), 서울대문리대 지리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대학원에서 지리학,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박사학위논문으로 ‘한국의 자연촌락에 관한 연구’가 있다. 성남고등학교 교사, 서울특별시교육청 장학사, 오류중학교 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