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지수]군포지역 시민운동(짧은 활동 경험을 중심으로)

안양똑딱이 2016. 5. 9. 15:37
[김지수]군포지역 시민운동(짧은 활동 경험을 중심으로)

푸른희망 군포21 간사


 

군포시는 1989년 시로 승격되어 93년 산본 신도시가 건설되기까지 농촌과 공단이 어우러져 있는 전형적인 서민층 중소도시였다. 산본 신도시 건설로 대규모공장들이 이전되었으며, 이로 인한 인적구성의 변화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로의 전환을 가져왔다. 또한 군포시는 의왕시와 함께 안양지역의 동일 생활권을 이루고 있었지만 인구급증과 95년 지방자치의 본격 실시로 산본 신도시를 중심으로 급속히 분화되어 갔고, 의왕도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지방화 전략을 구사하며 발전해 갔다.

1980년대 전국적으로 민주화의 봄을 맞이하면서 안양, 군포, 의왕을 포함한 안양지역도 민족민중운동 진영이 지역운동의 중심세력으로 성장하면서 특히 안양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게 되었다. 그러나 1987년 6월 항쟁 이후 시민의식의 성장과 문민정권의 등장으로 지역단체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민주노조진영의 분열과 안양민주화운동연합의 조직형태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는 안양지역노동자회, 안양사랑청년회 등의 조직분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안양지역의 민족민중운동세력은 새로운 지역운동의 틀로 전환하지 못하면서 급격히 무너진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대중운동가들은 반성을 통해 주민운동, 대중적 참여운동에 대한 요구에 따라 환경, 문화, 여성복지 등 다양한 분야로 발전해 오면서 1995년 이후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와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군포지역시민운동도 지자체가 실시되는 1995년 전까지 안양지역의 동일 생활권에 들어있었기 때문에 안양지역 시민운동의 영향을 일정정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자체 실시이후 안양지역 운동세력의 군포이동은 군포시민운동의 활성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군포지역 시민운동의 활성화에 가장 큰 맥락은 '쓰레기소각장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 2월 건설부는 '신도시 쓰레기 처리대책'을 수립했다. 이런 방침의 하나로 추진됐던 군포쓰레기 소각장 건설계획은 관선시장이 주민참여를 배제하고 독단적으로 산본 산166번지를 입지로 결정,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문제가 시작됐다. 1992년 12월 시는 주민들이 입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초안을 공람공고해 '주민의견없음'으로 처리했고, 93년 7월 군포시민들은 '군포시쓰레기소각장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그러나 시는 1994년 12월 5일 3천 여명의 공권력을 투입해 소각장 착공식을 강행했다. 이에 주민들은 자녀들의 등교거부와 12월 18일 한양우성상가 앞에 집결해 냄비를 두드리며 야간시위를 6개월 간 벌이면서 합의를 계속해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95년 6월 27일 지자체 선거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러한 장기적인 지역상황은 군포시민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며, 시의회 진출과 주민협의체 구성 등의 적극적 형태로 표출됐다. 물론 1992년 11월 본격적인 시민운동을 표방한 '군포시민의 모임'과 1996년 '환경복지군포시민기구'등이 존재했지만 큰 흐름을 형성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1995년 지자체 선거 이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던 쓰레기소각장문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소각장반대 10만인 서명운동, 국회의원소환운동, 용량축소운동 등을 전개하면서 1998년 지자체 선거를 기점으로 두 번째 전환기를 맞게 된다. 그리고 1997년 지역의 자생적 독립조직인 '군포환경자치시민회'와 '군포경실련'의 창립에 이어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군포내일여성센터', '여성민우회', '군포새교육공동체', '군포YMCA' 등의 전국 조직적 지역조직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98년을 정점으로 군포지역은 시민운동의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됐다.

물론 군포지역의 시민운동단체들이 쓰레기소각장과 관련한 투쟁을 중점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우선 신도시라는 특성상 주민들의 40%정도가 이사 등으로 바뀌게 돼 소각장 싸움이 축소됐으며, 공장 이전으로 인한 인적구성의 변화와 젊은 층의 유입은 다양한 사회적 스펙트럼을 형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일부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너무 오랜 싸움으로 다른 많은 지역현황들을 놓쳤다는 반성도 일게됐다. 그러면서 1998년부터의 군포지역 시민운동은 소각장 중심보다는 교육, 문화, 복지, 여성, 환경 등 그 동안 돌보지 못한 다양한 지역 일들을 찾아 나서면서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시민단체들이 군포시에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장기적인 지역현황인 '쓰레기소각장 싸움'이 그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연대순으로 전반적인 군포지역 시민단체들의 활동들을 살펴보면 '군포시민의모임'은 상수도불소화운동, TV수신분리고지납부운동 등의 청원사업과 주부들을 위한 영어회화교실, 컴퓨터교실, 꽃꽂이교실, 메이크업교실 등의 강좌사업을 중점적으로 전개해 나갔으며, 1998년부터는 청소년사업과 교육사업으로 내용이 전환되면서 현재 '당동청소년문화의집'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환경복지군포시민기구'는 쾌적한 환경과 풍요로운 복지사회를 지향하고 있으며, 주요활동으로는 북한동포돕기운동, 불우이웃돕기운동, 환경보호운동, 지방자치를 위한 연대활동 등의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군포경실련'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사회적 형평과 환경보존을 소중히 하며 경제정의와 사회정의를 실현해 시민이 주인되는 사회의 이룩을 목적으로 예산감시운동, 의정참여단활동, 시민대학 등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현재는 좋은 도서관학교 만들기 운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은 안양, 군포, 의왕지역을 포괄한 단체로 각종 환경관련 기념 사업과 환경교육사업, 시민실천사업, 환경보존사업 등을 통해 환경관련 중심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군포환경자치시민회'는 환경보전과 주민자치, 수리산지키기, 아름다운 생활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으며, 생태교육을 위한 수리산자연학교, 쓰레기 줄이기 및 재활용을 위한 수리살림, 생활공동체 구성을 위한 생활협동조합과 환경자치학교, 정책연구팀, 동우회로는 자전거 마을, 교사모임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조직들은 정기적인 모임과 교육, 실천활동을 통해 풀뿌리지역단체로서의 자리매김을 해나가고 있으며, 각자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군포내일여성센터'는 청소년을 위한 아우성상담소운영과, 임산부기체조교실, 청소년문화사업과 성교육을 위해 중심적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광정동청소년문화의집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군포여성민우회'는 일상 속에 숨어있는 비민주성과 성차별을 극복하고 여성적 가치와 환경친화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각종 여성관련 상담사업과 생협 활동, 여성학 소모임, 한(편)부모 자조모임 등의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다. '군포새교육공동체'는 안양·군포·의왕 고교입시평준화사업의 중심이 됐던 단체로 4년 여 만에 고교입시평준화를 이루어냈으며, 학부모운영위원회 교육사업과 앨범, 교복사업 등 교육전반에 대한 운동의 전개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군포YMCA'는 어린이사업과 환경사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 가야사회복지관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군포지역시민운동 문제점을 살펴보면 우선 군포지역시민단체들 대부분은 공통된 이념이나 조직관에 따른 공동의 지향점이 부족한 듯 싶다. 따라서 같은 조직 내에서도 통합적 흐름이 부족해 사업을 해나가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발생하는 사항에 대해 즉시 대처하기보다는 방법을 모색하고 합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흐지부지되는 경우들이 많다.

다음으로 시민운동의 편중성과 유기적 연대 기피, 정보교류의 차단이다. 다시 말해 군포지역 시민운동은 환경과 청소년·교육 그리고 재정을 위한 강좌사업과 프로젝트사업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 이들 사업이 중복되거나 나눠먹기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생협운동의 경우 군포여성민우회와 군포YMCA, 군포환경자치시민회에서 따로따로 진행되고 있고, 환경과 교육사업, 강좌사업들도 중복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소모적 지점들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상근비를 받는 상근자가 별로 없을 정도로 취약한 재정조건으로 사무국중심의 프로젝트사업에 치중되어 이로 인한 업무 과중은 잦은 실무자교체를 가져오게 됐다. 그리고 교체시기마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활동의 폭이 축소되거나 늦춰지는 등의 사태들이 벌어지게 되었고, 지역실무자들간의 연대나 교류, 재활교육 등의 기회는 전무해 실무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갈은 더 빨리 진행돼왔다. 따라서 1,2년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들이 빈번하게 나타나게 됐다. 마지막으로 회원교육프로그램이나 회원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회비납부액으로는 사무실운영비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단체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떨어져나가는 회원들도 많고, 실질적인 회원의 숫자도 파악할 수 없는 단체들도 상당수 있다.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들이 있지만 3가지정도로 요약해 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군포지역 시민단체들의 공통된 지향점 부재의 문제는 MT나 소규모 워크숍들을 통해 절충안들을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으며, 단체회원 누구나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장기적인 일들을 개발해 함께 해나감으로써 공동체라는 인식을 확산해 나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시민운동의 편중성과 단체간 유기적 연대와 정보교류 문제는 현재 군포시민단체협의회가 발족됨으로써 활발하지는 않지만 단체간 정보교류는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쓰레기문제가 어느 정도 일단락 되면서 단체들이 발빠르게 다른 지역현황에 대처해 나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어 조금씩 진전되리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실무자 재활문제는 시민단체협의회 연대사업으로 지역실무자연수프로그램을 개발해 주기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으며, 재정적인 문제는 각자 단체의 상황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몇 가지 제시해 보면 회원배가운동의 상시화와 평생회원, 후원회원 등의 회비납부방법의 다양화와 장기적인 재정사업을 모색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프로젝트사업의 치중을 줄이고, 주민조직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것이 재정확보에 있어 관권이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회원교육과 회원관리문제는 회원을 세부적으로 분류해 적절한 교육프로그램과 적절한 활동에 배치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할 것 같다. 즉 취미, 전공, 연령, 직업, 욕구 등을 파악하고 회원설문조사를 실시해 관심분야 등의 다양한 정보 파악과 그 동안의 사업에 대한 평가들을 함께 실시해 세세히 분류, 이들에 맞는 서비스와 교육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설문조사는 소식지나, 통신, 전화, 회비납부시 메모장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들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종 기념일이나 회원동향을 파악해 소식지나 이메일 등의 통신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알려 공동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일상적인 만남을 회원들끼리 자주 가질 수 있도록 동별, 동네별 모임들도 조직하고, 동네별 축제를 만들어 보는 것도 생각해 볼 만 하고, 인터넷을 통한 일상적 만남을 만들어내는 방법도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회원오리엔테이션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예를 들면 단체의 그룹별 독특성을 살릴 수 있는 발표회나 단체를 알릴 수 있는 독특한 이벤트를 구상해보는 것도 좋을 법 싶다. 딱딱하게 장황한 설명을 듣는 그런 들러리식 오리엔테이션이 아니라 회원들이 직접 참여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구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떻든 간에 어떤 지역이고 조직이고 문제없는 곳은 없고, 힘들지 않은 곳은 없지만 사람중심으로 사람이 참여해 즐거워할 수 있고, 행복해 할 수 있고, 감격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군포지역시민단체가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2003-07-24 05:1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