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박찬응]안양에서 문예부흥을 꿈꾸다

안양똑딱이 2016. 5. 9. 15:38
[박찬응]안양에서 문예부흥을 꿈꾸다


 

조화로운 터' 안양에서 문예부흥을 꿈꾸다.

한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산넘고 물넘어 삼성산 자락에 이르자 한눈에 음양의 조화가 출중한 것을 알아차렸다. 양기 충청한 바위산에 고운 흙이 덮여 거목들이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또 한번 휙 둘러보니 앞쪽 멀리 좌우를 가로지르는 천과 주위 산의 기운이 어우러져 산수(山水)의 조화를 이루는구나.

문자를 써서 말하면 음양이원기(陰陽二元氣)가 출중하고 배산임수(背山 臨水)에 좌청룡 우백호라 명당인줄 금방 알고 '조화로운 터'라 칭하여 옹기종기 자리를 잡아 자자손손 안빈낙도의 마을이 형성되던 터에...흠!(잠시 숨을 돌리는 소리)

그렇게 또 한세월이 흘렀다.

때는 바야흐로 후삼국시대로 접어들어 궁예의 명을 받고 광주, 충주, 청주를 정벌하러 가던 왕건이란 장군이 풍광 좋기로 소문난 삼성산자락에 쉬어 가던 차 마을에 대표격인 노승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태평성대(太平聖代)와 안빈낙도의 꿈을 주고받다가 '안양사'(安養寺)란 절을 세우기로 합의하고 후일를 기약하더라.

安養이라 함은 오로지 즐거움만 있는 극락정토를 칭한다 하니 이 아니 좋을 소냐?

이를 계기로 왕건이 고려란 이름으로 삼국을 통일한 후에 안양사는 성장의 성장을 거듭하여 무려 수도하는 스님만 수백명에 이르렀다 한다. 그 소문을 듣고 절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안양리(安養里)라 칭하게 되었다.

이들은 대부분 안양천주변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었으나 질 좋은 바위과 흙이 있었던 관계로 석수쟁이나 옹기쟁이도 마을을 형성하고 끼리끼리 모여 살기 시작했다 하더라.

또 한세월 어지간히 흐른 뒤에

조선후기 최대의 문예부흥기를 이끌었던 정조대왕이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지극한 효심으로 봄 가을로 수원(화산능)에 행차하던 남태령 고개길을 마다하고(...) 노량진을 거처 지금의 시흥대로로 방향을 틀어 산세 좋고 물세 좋은 이곳 안양천을 지날적에 잠시 쉬며 말하기를 "백성들이 건너는 나무다리를 거두어내고 돌다리를 지으라"

하여 이웃마을의 석공들까지 대거 동원되고 삼성산 자락의 빛깔 좋고 단단한 돌들을 깎아다가 3개월만에 7개의 무지개가 떠 받친 모양의 아름다운 돌다리를 놓았는지라 '만백성이 만년동안 편안하게 건너는 다리'라는 뜻으로 만안교 (萬安橋)라 명하였다 한다.

그리고 安養里(지금의 석수동)에서부터 지금의 鳴鶴里(명학역주변)까지 반듣한 길을 내어 만안대로(萬安大路)라 부르라 명하였으니 후세에 어떤이는 효행의 길이라 칭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만민이 만년동안 평안한 큰 길'로 해석 하는것이 타당할 듯 하다.

이후 현세에 이르기까지 만안대로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안양이란 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하더라.

그로부터 쪼금 더 시간이 흐른 후에 안양을 볼작시면 만안대로 왼편으로 벌말이라 불리우던 논바닥에 '평촌신도시'라는 이름의 거대 아파트촌이 들어서고 안양천변으로 높디높은 아파트들이 늘어나더니 급기야 모양새가 꼭'짝궁뎅이'모양을 하여 기세가 꺽기고 가세가 기울었다 하더라. 뒤늦게 나마 '지방자치, 주민자치'의 화두를 받든 시민들이 이구동성으로 구도심의 부활을 꿈꾸는데 꼭 이렇게 진행되었다 하더라.

2000년 5월 19 일 '만안문화벨트조성 시민공청회'가 열리더니 급기야 28개 단체로 구성된 '만안도심공원만들기범시민대책기구'가 발족하여 2여년의 긴 싸움끝에 '시민공원 부지'를 확보하는가 하면 관공서의 담장이 하나둘씩 헐리는가 하면 안양경찰서부지에 영화예술센터가 들어서는가 하면 2003년7월11일에는 삼덕제지 전재준(全在俊.80)회장이 43년동안 서적지를 생산하던 공장터(4천364평)를 안양시민에 쾌척(快擲)하였다 하더라. 이뿐이랴! 똥물이라 외면하던 안양천에 물고기가 떼로 몰려다니니 당연히 새들이 날아들고 강태공들이 낚시대를 펼쳐드니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 하더라!

이때에 때를 만난 물고기처럼 만안교 근처 석수시장에 젊은 예술가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2003년 8월19일에는 명학역앞 신필름예술센터에서 '리바이벌전'이 개최된다 하고 2003년8월23일에는 석수시장에서 '생경-익숙하게 낮선 풍경전'이 개최된다하니 이 또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하더라.

이를 하늘에서 지켜본 한무리의 선조들과 고려태조 왕건과 정조대왕과 안양을 일구고 가꾸어온 모든 선조들이 흐뭇해 했다 하더라.

(안양학연구소 자료와 안양지역시민연대의 자료를 토대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부디 이 두 곳에서 벌어지는 행사에 참석하시어 눈과 귀를 포함한 오감과 영감을 작동시켜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기체후일향만안(氣體候一向萬安) 하십시오.

또한 이번 전시를 위해 물심양면 도와주신 많은 분들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생활속의 예술을 지향하는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 관장 박 찬 응

2003-08-06 17: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