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불에서 전등불까지 등잔불. 그것은 따듯하고, 푸근했다. 그 불빛은 지나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못 미칠 것도 아니었다. 디테일한 것은 과감히 소거해 버리고, 아주 대국적으로 사물을 보게 했다. 대서특필(大書特筆)만 돋보기 없이 볼 수 있을 정도의 어스름이었다. 등잔불에서는 할머니와 어머니와 사랑방 머슴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등잔은 대개 백색 자기였다. 뚜껑에는 창호지를 말아서 심지를 박는다. 밖으로 조금 잡아 빼서 끝을 조금 남기고 가위로 잘라낸다. 등잔은 등잔걸이 위에 놓는다. 가늘고 약한 불이어서 콧숨만 조금 크게 내어도 꺼졌다. 켜 있을 때는 있는 둥 마는 둥 했었지만 막상 꺼지고 나면 갑자기 칠흑 같은 어둠이 방안에 가득했었다. 그러면 됫박 성냥 알을 찾고, 화로에 남은 불씨를 찾다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