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운기]헌책방으로 소풍가기

안양똑딱이 2016. 7. 2. 16:46
[김운기]헌책방으로 소풍가기

[2007/04/12]건축디자이너, 시인
헌책방으로 소풍가기

개나리와 벚꽃, 진달래가 앞 다투어 피어나고 이제 산과 들에도 제법 연둣빛이 완연하다. 청명 즈음에는 한식과 식목일이 겹쳐 많은 사람들이 산이나 들로 나가기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봄나들이 계절이 시작된다. 긴 겨울동안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화사한 햇살로 샤워하며 자연을 즐기는 것은 얼마나 행복하고 신나는 일이랴.

그러나 필자는 반대로 가족들과 휴일 나들이 장소로 도시 뒷골목에 파고들어 헌책방을 찾아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나 대표적인 헌책방 골목이 있고 대개 헌책방 골목 근처엔 구경꺼리 많은 재래시장과 맛깔스러운 먹을거리가 같이 있어 즐겁게 한다. 서울의 대표적인 청계천 헌책방들 가까이엔 황학동 벼룩시장이 있고(지금은 청계천 재개발로 동대문 운동장으로 옮겼음) 부산의 보수동 헌책방 골목 어귀엔 유명한 국제시장과 자갈치 시장이 있다. 동인천역 근처 배다리 헌책방골목 인근엔 차이나타운이 있어 가족 나들이엔 더 없이 즐거움을 주는 곳이며 광주의 대표적인 헌책방 골목은 계림동 광주고 앞에 줄지어 있는데 가장 큰 재래시장 인 대인시장이 있다. 이처럼 큰 도시마다 제각기 특색 있는 헌책방 골목이 있어서 그곳을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정해보는 것도 적지 않은 행복과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서울의 대표적인 대학거리인 신촌 근처엔 헌책방이 대학거리 명성만큼 많다. 공씨책방, 정은서점, 온고당, 모아북, 신촌서점, 들머리책방,오거서, 영광서점, 숨어있는책 등. 책방 근처에 있는 즐비한 먹을거리는 너무 유명한 지역이므로 생략해도 되겠다.

그 다음이 서울대 근처인 낙성대와 신림동을 잇는 남부 순환로에 위치한 서점들이다. 낙성대 흙서점, 삼우서점, 신림동에 있는 현대서점, 책창고 서울대점, 책상은 책상이다 등이다. 특히 흙서점은 서울대 교수 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인데 3년 전엔가 그곳에 들렀다가 대학 때 같은 집에서 하숙하던 친구를 만났다. 지금은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데 근처 아바이 순대집에서 소주한잔 하고 헤어진 적 있다.

서로 원조집이라고 우기며 10여개가 넘는 아바이 순대집이 줄서있다.

젊은이들의 해방구라고 일컫는 강북의 대표적인 대학거리인 성신여대 근처 돈암동에서 한성대 입구인 삼선교 근처에도 많은 헌책방이 있다.

이오서점, 그린북스, 신광서점, 삼선시장에 있는 삼선서림, 광서당, 미아리고개 넘어 문화서점, 책의향기서점(지금은 주로 인터넷으로 판매함), 교양서점이 있다. 성신여대 근처 돈암시장은 물론이고 삼선교에 있는 삼선시장, 미아시장 등은 대표적인 재래시장이며 그만큼 구경꺼리와 먹을거리들이 풍성하다.

가까운 안양에만도 남부시장 건너 우리은행 골목에 아단문고가 있고 안양여고 사거리 못 미쳐 왕궁예식장 뒷길로 책마을여행 서점이 있으며 수의과학검역소 맞은편에 필자가 사랑방처럼 들락거리는 작은 헌책방 승리서점이 있다. 낡은 종이 냄새와 문자 향기로 샤워하며 이젠 서점에서 자취를 감춘 지나간 책들을 찾아 읽고 근처 재래시장을 둘러보며 식도락을 즐기는 것도 새로운 소풍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2007-05-13 18:2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