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대규]‘안양 미스 코리아’

안양똑딱이 2016. 7. 2. 16:44
[김대규]‘안양 미스 코리아’

[2007/04/21]시인.안양시민신문 회장
‘안양 미스 코리아’

지난 4월13일 안양문예회관 소극장에서 뮤지컬 ‘안양 미스 코리아’를 관람했다. ‘안양문화예술발전소’가 창립 1주년을 맞아 의욕적으로 기획한 특별공연이었다.

‘특별공연’이라는 의미는 ‘안양 미스 코리아’가 안양을 소재로, 안양사람들(극작가, 연출가, 배우 등)에 의해 제작된 안양 최초의 뮤지컬이라는 점에 있다.

작품은 미스코리아를 꿈꾸는 실성(失性)한 여인을 놓고 펼쳐지는 세태 풍자와 순박한 인간애가 반전의 묘미를 보인다. 대사나 노랫말에 등장하는 안양시민, 안양일번가, 왕궁예식장, 대동서점, 교보문고, 중앙시장, 본 백화점, 박달시장 등의 호칭들이 현장적 친밀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연극의 허구성에 리얼리티(사실성)를 부여하는 요소가 된다.

출연자들의 열연에 비춰 ‘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함은 연극의 감상, 특히 주제의 파악에 장애요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사실 내 자신도 한번의 관람으로는 도저히 연극의 흐름을 청각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편이다. 전문성은 없더라도 고음(高音) 위주의 대사들이 무선마이크로 전달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안양 미스 코리아’의 연극적 성공여부가 아니다. 연극 공연과 직결된 지난날의 일들이 새삼스럽게 엄습해 왔기 때문이다.

정확한 연대나 사람들을 일일이 기억해낼 수는 없지만 나는 ‘연극’에 관심이 많아 고등학교 때 대본을 써서 공연을 한 일도 있고, 안양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에도 교내 예술제로 세 차례의 연극 공연을 했던 경험이 있다.

한편 현재의 ‘가로등’회가 창립 초창기(60년대)에 연말마다 선보인 연극공연이나 젊은 연극인들이 주도하던 소극장 운동, 몇몇 연극 전문인들이 고군분투하던 극단 운영, 방헌·윤고성·이봉운 등의 이름이 떠오른다. 그 이름들 중 의 하나가 ‘조승현’(본명 조경숙)이다. 그녀가 바로 이 ‘안양 미스 코리아’의 연출가다. 소녀시절의 연극지망생이 그 꿈을 계속 키워 극단(창가)과 소극장(마당)의 대표이자 연출가로 성장했으니 그녀 자신이 연극에 관한한 ‘안양 미스 코리아’가 아닐까.

옛날에는 웬만한 예술행사의 뒷풀이는 내 자신이 자처하며 나섰기에 선후배 간의 우의가 두터웠었는데, 근래에 올수록 예전처럼 할 수 없는 세월의 변화가 웬만큼 원망스러운 게 아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미친 사람’이 있어야 그 분야는 남다르게 활성화 되게 마련이다. 개척자·순교자란 모두 미친 사람이 아닌가.

‘안양 미스 코리아’를 통해 내가 알게 된 또 하나의 보람은 이 대본의 주인공인 작가 ‘이가현’이 안양출신이라는 점이다. 아직 만난 일은 없지만 우리 안양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았던 극작가가 새롭게 등장했다는 것은 정말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작곡가까지 안양사람이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었을까.

이러한 기대감들은 타 지역 예술인들에 대한 배타감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문화예술의 정체성 확립에 절대적 요소라 할 수 있는 전통의 ‘뿌리’는 그 지역 전문가에 의해 심화·육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양문화예술발전소’도 그러한 뜻에서 창립되었다고 생각한다. 창립 1주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인적·기능적 전문성에서 그동안 많은 ‘발전량’을 보였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우리 안양은 ‘아트시티’를 표방·지향하되 도식적·시각적·외향성에서 벗어나 무형적·정서적·실제적인 생활화의 단계로 접어들어야 하며, 이의 실행을 위해서는 여타 사업보다 ‘문화재단’이 조속히 설립되어 안양문화예술의 획기적인 진흥과 ‘아트시티’의 본질구현이 앞당겨지기를 바란다.

‘안양 미스 코리아’를 보면서 안양문화예술 각 분야에 보다 많은 ‘미친 사람들’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그 중의 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미쳤다’는 것은 그 일에 관한 한 누구보다 ‘사랑했다’는 것이다. 사랑은 뿌리에 물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열매만을 따려고 하는 것은 사랑의 행위가 아니다.

2007-04-21 15: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