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거리
어릴 때 살던 범고개는 한길 가의 주막거리, 안쪽으로 안동네 그리고 논 넘어 웃동네로 이루어져 있었다. 논이 있던 자리는 지금 안산가는 고속도로의 고가차도가 자리를 잡고 있다.
지금 주유소 자리, 그러니까 주막거리에 우리집이 있었고 맞은 쪽에 문산옥이 있었는데 가게 바닥에 항아리가 뚜껑만 내만 채 묻혀있었다.
문산옥의 문산댁을 큰엄마라고 부르며 왕래를 했는데 가끔 미루꾸도 주시고 삶은 곤달걀도 주시곤 했다.
문산댁은 어디 멀리에다 아들을 두고 와서 늘 끌탕을 하더니 내가 중학교 들어갈 무렵 그 아들이 왔다.
그는 가슴이 유난히 불쑥 나온 새가슴이었는데 어려서부터 나뭇지게를 힘들게 진 탓이라고 한숨 섞어 얘기하시곤 했다.
문산옥 앞에서 버스를 내려 길을 건너다 트럭에 치여 죽은 동생때문에 범고개를 떠났는데 그게 고2때였다.
문산댁 아들이 결혼을 했다는 얘기. 그 며느리가 좀 여우같다는 얘기. 그러다가 내가 대학 다닐 무렵에는 그 아들이 죽고 며느리는 떠났다는 얘기.
그리고는 시나브로 문산댁도 세상을 뜨고 그 자리에는 오랫동안 낚시가게가 들어가 있었다.
며칠 전 지나다보니 낚시가게 자리도 헐고 새 건물을 짓는듯 한 움직임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이 사라진다.
글쓴이 임희택(맑은한울)님은
안양시 박달동 범고개에서 태어난 1963년생 안양토박이로 안서초, 안양동중(신성중), 신성고, 한양대(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안양시민권리찾기운동본부 대표 등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면서 맑은한울 별칭의 논객으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며, 사회복지사로, 맑고 밝고 온누리를 추구하는 자칭 진정한 보수주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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