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이종태]안양 발전 밑그림은 시민 공통 과제...새로운 리더십 필요

안양똑딱이 2016. 5. 3. 16:29
안양 발전 밑그림은 시민 공통 과제...새로운 리더십 필요

[2010/02/01 교육마을]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토건주의 버리고 창조적 변화 찾아야
안양 발전 밑그림은 시민 공통 과제...새로운 리더십 필요

지난해 9월 15일 인천 송도 신도시에서 ‘2009 아.태도시정상회의’가 열렸다. 국내 34개 도시를 포함하여 29개국 151개 도시에서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조 발제에 나선 도시창조성 분야의 권위자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캐나다 토론토대학)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지금 인류는 가장 중요한 대변혁 시대를 맞고 있다. 기업이 아니라 도시가 경제 성장 모델을 주도해야 한다.”

그의 발표 요지는 현시대에는 창조적 파괴와 기술혁신을 통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대기업이나 국가가 아니라 도시라는 것이었다.

또 다른 기조 발제자였던 프랑스의 자크 아탈리 회장(플래닛 파이낸스)은 미래의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도시를 ‘살아 있는 생명체’에 비유하였다. 생명체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자신을 갱신하는 존재이다.

대개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나는 지역을 국가의 한 부분으로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위의 기사 내용을 읽으면서 나는 속으로 ‘이거다!’ 외쳤다. 이것은 내게 매우 중요한 통찰이었다. 이로써 지역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과 발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이제 안양은 단지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의 한 요소로 붙박혀 옴짝도 못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독자적인 생각을 가지고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가는 살아있는 생명체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안양은 지금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성장이 멈춘 것은 물론이고 이젠 나이 들어 몸이 움츠러들듯 절대적으로 상대적으로나 작아지고 있다.

물론 양적 성장이 멈췄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다. 내실 있는 운영을 통해 시민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면 더 좋은 일일 수도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강소국들이나 유복한 작은 도시들이 그렇지 아니한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반대였다. 시 살림살이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재정자립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러다보니 안양시는 2009년에 들어 결국 예산 불교부단체에서 교부단체로 전락하였다. 말하자면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연명하는 도시가 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안양시가 지난해부터 적자재정을 편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264억 원이던 적자 규모는 올해 들어 800억 원으로 급증하였다. 이대로 가면 오래지 않아 시민들 모두 빚더미에 올라앉을 판이다.

시내 곳곳에 붙어있는 재개발 관련 현수막은 안양의 내일에 드리운 또 하나의 먹구름이다. 이명박 정부가 서울에서 그랬듯이, 안양시와 경기도는 많은 안양시민들에게 가슴 설레는 꿈을 꾸게 만들었다. 구도심의 재개발 재건축이 그것이었다.

중기 경제 전망이나 세밀한 법적 행정적 검토도 없이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로 지정된 5동과 9동은 주민들의 이견과 반대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으며, 최근에는 국가 정책의 변화와 경제 환경의 악화로 추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사업 무산은 5년 이상이나 아무런 재산권 행사도 하지 못하여 속으로 골병 든 주민들의 사실상 파산을 의미한다. 시장 직을 걸고 개발을 성사시키겠다고 호언하던 안양시정 책임자는 이들의 아픔과 원성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문제의 근원은 이명박 정부의 토건주의 성장 정책이다. 이미 시대의 조류는 산업화와 토건주의를 넘어 지식기반사회와 생태주의로 간 지 오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조류에 역행하여 뉴타운 사업과 4대강 개발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안양시와 경기도가 추진해 온 안양 구도심 개발 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시대착오적 정책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토건주의적 발상에 안양시민 전체가 참으로 어처구니없어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른 바 100층짜리 안양시청사 건립 논란이다. 물론 나는 그러한 계획을 구상하게 된 안양시의 진정성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이미 개발이 끝나 가용 토지가 없고 새로운 비전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효율적인 청사 부지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취지야 누가 반대하랴. 하지만 그 발상의 내용이 도무지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이며 설혹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누구도 동의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 전체의 발전 계획이나 미래상이 제시되지 않은 채 불쑥 제안된 100층 이상의 건물 짓기는 이미 많은 시민들의 비난에서 드러나듯이 호화청사로밖에 비치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모로 위기에 처한 안양시의 미래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할 것인가. 이것은 안양을 사랑하는 모든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할 공동의 숙제이다. 그런데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안양의 리더십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토건주의적 철학 대신 지속가능성을 중시하고 관리 위주의 행정이 아니라 창조적 변화를 추진할 줄 아는 사람이 새로운 리더십의 중심에 서야 하며, 또 그러한 사람과 함께 시의 낡은 관행들을 바꾸어 나갈 새로운 세력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이번 6월 지방선거는 안양의 미래를 향한 중대한 기로가 될 것이다.

2010-02-08 03: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