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이종태]가로수 가지치기 유감

안양똑딱이 2016. 5. 3. 16:33
가로수 가지치기 유감

[2011/02/20]


 

가로수 가지치기 유감

가로수 가지 치기가 시작된 걸 보니 확실히 봄이 가까이 왔나 싶다. 해마다 이맘때면 사다리차로 오가는 차로 한두 개를 막은 채 가로수 가지를 잘라나내는 작업이 진행된다.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건만, 이번에는 문득 왜 저런 쓸데없는 일에 예산과 인력을 매년 쏟아부어야 하는가 하는 딴지를 걸고 싶은 생각이 든다. 생각할수록 어느 모로 보나 어리석은 짓이고 또 자연의 섭리에도 어긋나는 게 아닌가 싶다.

우선, 몽당빗자루처럼 잘려나간 가로수의 모양이 꼴불견이어서 싫다. 시원하게 벋은 가지들로 형성된 나무 모양의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움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굵직하게, 그리고 힘차게 하늘을 향해 자라던 나무의 줄기를 싹둑 자른 모양은 생명을 경시하는 인간의 잔인함마저 보여준다. 다 잘려나간 가지 사이에 간신히 걸쳐 있는 까치집 하나가 마치 모조리 철거된 재개발 현장 언덕에 홀로 남은 오두막집을 연상시킨다.

줄기와 가지가 모두 잘려 앙상한 뼈다귀 모양으로 남은 가로수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모습을 연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사실 나는 오래 전부터 나무와 청소년이 자라는 것을 겹쳐 생각한 적이 많다. 길가에 빼곡하게 심겨 차도와 인도의 경계병 노릇을 하는 쥐똥나무나 정원에 심어진 나무들이 매년 봄 기계톱과 전지용 가위로 난도질 당하는 것은 자신의 꿈과 개성을 버리고 강요된 경쟁의 길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의 안쓰런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다고 느껴왔다. 개체로서의 존재감이 전혀 없어보이는 쥐똥나무도 들에 따로 심어놓으면 얼마나 늠름하게 자라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지 본 사람이 있는가? 자연스러운 가지 모양을 이리저리 뒤틀고 잘라 사람의 눈에 보기 좋은 모양을 만든 정원수들이 과연 자연 속에서 마음껏 크는 나무들에 비해 얼마나 더 건강하며 인간과 자연을 위해 기여할 수 있을까. 줄기를 포함하여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빼앗긴 앙상한 가로수의 모양에서 나는 꿈과 개성은 물론 미래 취업의 가능성마저 빼앗긴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을 본다. 양쪽 다 눈앞의 이익과 시대착오적인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우리 기성 세대의 아집의 희생물이 아닐까.

현실적인 의문이나 불만도 있다. 왜 굳이 도심 도로변에 키 큰 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느냐 하는 것이다. 가로수종을 어떤 것으로 할까를 결정하는 곳이 도시계획과인지 교통과인지 모르겠지만, 은행나무나 플라타너스 등의 키 큰 나무를 심으면 조만간 그것이 주변 상가에 피해를 줄 것을 예상하지 못하는가?(문득 몇 해 전 안양시가 나무 백만 그루 심기 운동을 펼치면서 평촌 중심상가에 심은 나무들을 상인들이 몰래 고사시키던 장면이 떠오른다.) 왜 그런 나무를 심어놓고서 상가에 피해를 주고 전선의 누전 위험을 걱정해야 하는가? 매년 가로수 가지 치기에 드는 예산과 인력은 어떤 면에서는 지출하지 않았어도 되는 피같은 세금을 낭비하는 것 아닌가? 만일 굳이 가지 치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적절한 수종을 선택했었다면 말이다. 글쎄, 키도 크지 않고 모양도 이쁘게 자라는, 그러면서도 도심 가로수로 적절한 것이 아무리 찾아도 없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수한 나무 중에서 그런 것이 정말 하나도 없을까?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가로수 하나를 선택하는 데에도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참으로 중요하다 싶다. 그렇다면 국정이나 시정 차원에서는 오죽할까. 갑자기 그 책임의 막중함에 전율을 느낀다.

2011-02-26 13:4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