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이종태]안양시민신문의 4개강 홍보기사 게재 유감

안양똑딱이 2016. 5. 3. 16:31
안양시민신문의 4개강 홍보기사 게재 유감

[2010/11/24 미래한국포럼 대표/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안양시민신문의 4개강 홍보기사 게재 유감
시민운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인간은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다. 그런데 가치는 주관적이어서 추구하는 내용과 방향이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평양감사도 제가 싫으면 그만이라는 전래 속담은 이러한 삶의 주관성을 잘 대변한다. 하지만, 그러한 주관성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가치관은 각자의 삶의 정체성과 내적 일관성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시민운동에서 이러한 가치는 대외 명분으로 표현된다. 시민운동의 목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구성원의 희생과 봉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공익과 공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사적인 이익의 관점에서 보면 그런 짓을 왜 하나 반문할 일이지만, 사람들의 보편적 양심은 그것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숭고한 일임을 인정한다. 그러기에 시민운동은 우리 사회에서 권력과 금력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몸담고 있는 안양지역 시민운동 진영에서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시민운동의 생명이라고 할 만한 명분이 돈 몇 푼에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한국지역신문협회가 정부에 4대강 홍보를 해줄 터이니 광고비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회원사에게 4대강 사업 광고와 함께 홍보성 기사를 게재하면 돈을 나누어준다고 했다. 기사 내용은 협회에서 만들어 공급하였다. 안양시민신문은 논란 끝에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11월 초 인터넷 배너 광고와 함께 홍보성 기사를 받은 그대로 전문 게재하였다.

이 기사를 접한 순간 나는 눈과 귀를 의심하였다. 아니, 이럴 수가! 이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4대강 문제는 이명박 정부와 야권이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첨예한 전선 그 자체다. 그런데 안양지역의 대표적인 시민운동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언론매체에서 홍보 광고를, 아니 거기에서 더 나가 홍보성 기사를 게재하다니… 이건 분명히 어떤 착오가 있었을 거야.

하지만, 착오는 없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경악과 함께 이의를 제기했지만, 당사자들은 당당했고 오히려 이의를 제기한 사람들을 나무랐다. 지면관계상 그 자초지종을 여기서 다 밝힐 수는 없지만, 나는 여기서 그러한 반응의 논리적 결함을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안양시민신문의 입장 표명 내용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편에서는 항의하는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안양시민신문이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광고가 실린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하면서도, 해명기사에서는 진보적 매체들이 정부의 정책 광고를 싣는 사례가 흔한 일임을 근거로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있다.

둘째, 안양시민신문은 정부의 정책 홍보 광고를 싣는 것이 정당하다고 강변했지만, 실제로 더 큰 문제는 남들이 작성한 홍보성 기사를 전문 그대로 게재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해명기사에서 이것을 반성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것은 일회성 반성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언론 매체로서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부정하는 일임을 뼈아프게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다.

셋째, 안양시민신문은 그동안 4대강 반대 기사를 많이 실었다는 점을 내세워 이번의 홍보성 광고 게재를 양해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지만, 솔직히 이것은 연민을 넘어 슬픔마저 느끼게 하는 처사이다. 그동안 4대강 반대 기사가 신문사의 진정성을 반영하는 것이었다면 어떻게 그것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정부의 홍보 기사를 아무런 전제 없이 게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독자를 우롱해도 분수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

안양시민신문의 열악한 재정적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다. 또 그러한 상황에서 수년 째 사비를 털어 어렵사리 신문사 살림을 꾸리는 분들의 고충을 미루어 짐작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기에 차라리 돈이 너무 아쉬워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면, 가슴 쓰리지만 소리 내어 이의를 제기하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이 정당함을 강변한다면, 분명히 말하건대 시민운동에 대한 정면 도전이거나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부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안양시민신문”이라는 제호가 무엇을 말하는가? 출발 당시의 의미는 그것이 아니었을지라도 안양의 대표적인 시민운동단체 주요 관계자들이 운영의 주체가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안양시민신문”이 안양지역의 시민운동을 근간으로 한 언론 매체임을 인정하였고 또 적으나마 물심양면으로 협조하고자 하였다. 이 부분에 관하여 이견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나는 안양시민신문이 시민운동의 가치를 대변하지 않는다면 그 존재 의미가 없다고 단언한다. 보통 개인들이 하는 사업이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 있지만,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시민운동 차원에서는 명분을 팔고나서 얻을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사태가 지역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안양시민신문은 이번 사태에 관하여 지역사회의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점들을 성의 있게 반영하는 진정성 있는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스스로를 강변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이번 기회에 안양시민신문의 정체성과 향후 운영 방향에 관하여 진지한 검토와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시민운동의 가치를 견지할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사적인 지역언론매체로서 자족할 것인지가 분명히 표명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번 사태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분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안양지역의 시민운동 진영에 대하여 입장을 표명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안양지역 시민운동과 지역 언론의 건강한 발전을 위하여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이 함께 모여 진지한 토론의 장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2010-11-24 22: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