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영부]‘안양문화’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안양똑딱이 2016. 6. 21. 16:57
[김영부]‘안양문화’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2005/01/14]안양민예총 사무국장
<文鄕칼럼·125호>‘문화재단 설립에 따른 민예총의 제안’에 대한 답변

안양지역 문화계의 거목이신 선생님과 지면을 통해 의견을 나누게 돼 영광입니다. 이 대화가 안양문화재단 설립과 안양문화를 위한 발전적 논의로 확산되기를 소망합니다.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안양지부(이하 안양민예총)는 안양문화재단의 출범을 ‘문화도시로서 안양의 정체성 확립, 62만 시민의 문화향수권 확대, 문화예술 진흥 기여’라는 믿음 속에 지켜보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의결권을 가진 ‘문화재단 이사회의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안양민예총은 ‘문화전문가를 비롯한 경영·행정·법률·회계·교육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야 하며, 기존의 예술인(단체)뿐만 아니라 시민문화·아마추어 문화생산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모색할 수 있는 객관성을 확보한 시민들의 참여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김대규 선생님! 지난 수십년간 안양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단체가 안양예총과 안양문화원이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 역사와 전통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안양문화에 있어 획기적 전환점이 될 안양문화재단을 ‘기존의 지역(향토)예술인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논리는 ‘문화향수권자인 62만 안양시민이 문화재단과 안양시 문화행정의 중심’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안양문화의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안양문화의 부흥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개발과 연구’가 전무한 상태인 것은 큰 문제입니다. 국민주권으로서 문화정책의 기본이념인 ‘문화향수권’에 대한 고민이 아주 희박한 점 등 안양문화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점은 전부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만안구와 동안구의 불균형’, ‘전통예술과 현대예술의 불균형’,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불균형’…

선생님! 이러한 문제에 대해 안양문화를 중심적으로 주도해 온 지역(향토)예술인들이 어떠한 해결책이 있으신지 감히 여쭙고 싶습니다.

2004년도에 안양시가 지출한 행사비는 50억원으로 ‘전국 6위’라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행사비 지출이 전국 6위라면 안양시민들의 문화충족도 역시 그 수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안양’하면 ‘아~!’ 하고 금방 떠오르는 대표적 문화행사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러지 못합니다.

각종 문화행사는 평촌에만 편중되어 전통적으로 안양의 중심지인 만안구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극에 달해 있습니다. 왜 이렇습니까? 혹시 안양시의 선심성 행사와 일부 예술인(단체)들만의 잔치로 끝난 건 아니었을까요? 선생님께서 표현하신 것처럼 안양예총과 안양문화원은 줄곧 안양문화를 주도한 기득권 세력입니다.

그렇다면 이상의 모순점들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성을 느껴야 한다고 보시지는 않으십니까?

우리는 이러한 내부의 모순이 해소되지 않은 채 현재의 지역(향토)예술인들이 안양문화재단을 중심적으로 주도하게 될 경우, 자칫하면 기존의 숱한 안양시의 자문위원회 조직들처럼 지역문화 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할까 염려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굳이 다른 지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안양문화재단의 이사로서 적임자는 ‘행정·경영능력이 검증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과 ‘안양문화의 모순과 침체를 극복하고 중장기적인 정책연구와 개발을 담당할 객관적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시민사회의 여론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지역(향토)예술인’ 가운데 이상의 부분들에 전문가로서 적임자가 있다고 자신하시는지요?

이 대목에서 지난 2004년 6월에 최종보고 된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경기도 문화예술 중장기 발전계획>중 일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에게 ‘예술발전을 위해 예술인(단체)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결과입니다.

<1위-정실주의·부패청산, 2위-예술경영마인드 확산, 3위-예술교육 수준향상, 4위-과시성·1회성 행사 자제, 5위-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계승… >이 결과에 대한 선생님의 소감을 여쭙고 싶습니다.

안양민예총의 처지를 잠시 말씀드릴까 합니다. 조직이나 재정을 포함한 여러 면에서 열악합니다. 안양시로부터 사무실과 운영비를 지원받는 예총이나 문화원과 달리 어떠한 혜택이나 기득권도 없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가운데에도 독자적으로 안양문화에 대한 고민과, 정책적 대안제시, 자생적 활동영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구차하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혹시라도 ‘민예총이 어떠한 이익을 위해 문화재단 문제에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진정 안양을 사랑하고 안양문화를 염려하는 충정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안양사회와 안양문화에 대한 내용으로 밤을 새워서라도 ‘끝장 토론’을 펼치고픈 젊은 혈기가 들끓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지난 번 토론회에서 문화재단이 정치권력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될 경우 독립성이 약화될 것을 염려하시면서, ‘안양문화재단 이사장은 안양시장이 맡는 것보다는 무보수 비상근자로 안양문화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 적임’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셨습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광범위한 타천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하신 말씀이라 순수하게 그 뜻을 받아들였습니다. 저는 지역의 모든 예술인(단체)들이 선생님처럼 백의종군의 자세로 문화재단 문제를 바라볼 때 혜안이 열릴 것으로 확신합니다. 안양문화재단이 安養이란 지명의 아름다운 뜻처럼 ‘오로지 즐거움만 있는 자유로운 이상향’을 열어가는 선도자 역할을 하게 될 날을 기대하며 이만 마칩니다. 평안하십시오!

2005-01-15 12: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