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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사라지는 전통문화 ‘안양의 산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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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사라지는 전통문화 ‘안양의 산신제’

[2008/11/07 안양시민신문]


 

사라지는 전통문화 ‘안양의 산신제’
문헌, 유래 등 기초자료도 사라져

일 년에 한 번. 마을 주민들이 모여 마을의 안녕과 복을 비는 마을의식인 마을제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마을제는 수목이나 비석을 대상으로 하는 방식과 산신을 대상으로 하는 산신제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져 있다. 도시개발이나 생활의 변화 등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는 마을제는 마을의 유대감과 친목을 도모하고, 마을의 어른들이 주민간의 갈등이나 민원을 조정하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했다.

안양시의 경우 현재 4개 정도의 마을제만이 몇 몇 주민들에 의해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다.
이중 지난해부터 산신제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임곡, 매곡, 운곡마을(비산동 지역)’을 찾아 마을제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 단출하지만 경건

10월30일 비산동에서 산신제가 열린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산을 올랐다. 조금 이른 시간에 출발했음에도 길눈이 어두워 야트막한 산을 헤매기를 여러 번. 겨우 시간에 맞춰 종합운동장 뒷산에 마련된 산제당을 찾을 수 있었다.

위치는 비산동 양궁장 위편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테니스장 앞쪽 공터에 마련된 산제당에는 30여명의 마을 노인과 주민들이 참석했다. 현장에는 안양시 문화예술과 직원과 지역구 시의원들도 참석했다.

산신제는 정오를 조금 지나 시작됐다. 산신제에 쓰일 양초가 빠져 청년회원 한 명이 산 밑까지 뛰어갔다 와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준비된 제물을 옮기기도 쉽지 않았을 듯 싶다.

산신제는 동네 어른 중 덕망이 있는 3명의 제관이 산신에게 세 번 술을 올리고 절을 하는 것으로 초헌, 아헌, 종헌으로 경건하게 시작됐다.
이어 제관 중 한명이 축문(祝文)을 받아 읽고, 이를 태워 하늘로 보내는 소지(燒紙) 의식이 치러졌다.

마을 사람들은 소지에 맞춰 “우리 마을 평안하고 잘되게 해주십쇼”라고 했다. 산신제의 마지막은 산신이 남긴 음식을 동네사람들이 나눠먹는 음복 의식으로 마무리 됐다.

◆ 산신제의 유래

현재의 비산동이란 마을이름은 마을의 뒷산이 언젠가 갑자기 날아와 생긴 산(飛山, 날뫼)이란 유래를 갖고 있다. 그만큼 이 지역 원주민들에게는 산은 마을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제주를 맡은 허평득(68)옹은 “우리 산신제는 200년 동안 십시일반으로 마을의 안위를 위해 정성을 다해온 고유문화”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특정종교의 의식으로 보지 말고 마을사람 모두가 화합하는 마당으로 보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생각은 산신제추진위 총무를 맡고 있는 정도용(45)씨도 마찬가지다. “비산 1,3동 등 임곡, 매곡, 운곡마을이 주축이 돼 산신제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면서 “동네의 원로들 뿐 아니라 청년들도 마을의 전통을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뜻대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비산동 산신제의 경우도 제단에 그늘막 가리개를 세우고 녹슨 철조망으로 경계를 쳐놓은 것이 전부다. 이와 같은 열악한 현실은 안양지역의 마을제 거의 모두가 해당된다.

◆ 안양 대표적 마을제

비산동 산신제와 더불어 현재 안양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마을제는 대부분 음력 10월 초에 열린다. 수촌마을 도당제와 석수동 쌍산신제, 삼막골 느티나무제 등이다.

수촌마을 도당제는 1960년대 도시화 과정 속에서 급격히 그 내용이 축소돼 현재는 수촌, 중말, 마분 3개 부락의 연결된 도당제에서 수촌부락만의 도당제로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안양시청 향토사료실 김지석 상임위원은 “과천 신도시가 형성되던 시점에 마을 굿을 하던 무당들도 떠나갔지만 40~50년 전만해도 과천 찬우물에서 용한 무당을 불러 큰 굿을 벌였다는 증언을 얻기도 했다”고 전했다.

석수동 쌍신제는 석수1동 유유산업 뒤편으로 할아버지 산이 있고, 경수산업도로 옆 별장가든 뒷산이 할머니산이 된다. 할아버지산과 할머니산이 동시에 제를 지내며, 2명의 안당주와 2명의 선당주가 선출돼 쌍산신제의 의미를 알리고 있다.

삼막골 느티나무제는 석수1동 1통에 있는 할머니 향나무와 2통에 있는 느티나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이곳의 마을제 또한 20여년 전에 축문을 알던 이가 세상을 떠난 후 정확한 문헌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안양시 문화예술과에서 현재 남아있는 자료를 수집하고 새로운 사진자료를 갱신 중이긴 하지만 마을의 전통을 잇고, 마음을 나누는 성격으로서의 마을제가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느 제주의 말대로 “신앙에 앞서 마을 모두의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서의 마을제가 다시 명맥을 이을 수 있기를 고대할 뿐이다./ 손병학 기자

2008-11-08 01:3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