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그 예전 30여년 전의 다방 이야기만 나오면
가슴이 설레고 그 시절의 아련한 기억과 추억이 떠올라서
잠시나마 옛 생각에 잠기고 그 시절 음악을 듣기도 합니다.
1978년 년말 부터 1979년 년초의 한 겨울...
19,20살 시절 철없이 마냥 신나고 즐거웠던 기억의 중심 에는
그 이름도 정겨운 다방이 있었습니다.
다방과 관련된 이야기를 빼놓고선 그 시절을 기억 하거나
추억 할수 없을 정도로 다방에 관련된 이야기 라면
나에게는 아직도 무궁무진한 수다거리가 있습니다.
내가 알고 기억 하는 안양의 다방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안양에서 음악 다방 이라고 지칭 되던 다방의 시작은
중앙 시장 입구의 중앙 다방과 신신 다방 그리고
약속 다방이 처음이 아니었나 생각 되는데
우리 모두가 기억 하는 다방 이름들 입니다.
茶房...
다방 하면 떠오르는 냄새가 있습니다.
특히 지하실 이라면 축축하고 습한 곰팡이 냄새...
마대 라고 하는 커다란 걸레로 바닥을 청소한 후의 물먼지 냄새...
싸구려 천으로 만든 의자 에서 솔솔 풍기는
표현 하기 힘든 정체불명의 냄새...
싸구려 원두커피 끓이는 냄새...
환기 시설이 안좋아서 다방 가득히 뱅뱅 도는
찌든 담배 냄새...
아... 나에게는 정겨운 냄새가 아닐수 없습니다.
우리가 그 예전의 다방을 잊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위에 열거한 수없이 많이 맡았던
다방 특유의 냄새 때문 일 것 입니다.
1978년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시절 부터 본격적으로
다방 출입을 했었던 나는 한동안 다방 에서 살다시피 할 정도로
하루의 대부분을 다방 에서 보냈는데 그 이유는
그 당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음반 보다
다방에 더 많은 음반이 있었기 때문 입니다.
커피값 120원 만 있으면 하루 종일 음악을 들을수 있었던 다방...
나에게는 다방 보다도 더 좋은 놀이터는 없어 보였습니다.
우리 세대 이전 부터 성업 중 이던 다방 들은
1970년대 중반 이후 부터는 크게 두가지 유형 으로
나뉘어 지는데 음악 다방 이라고 하는
새로운 유형의 다방이 생기 면서 한복 차림을 한
여주인이 운영 하는 우리들의 아버지가 드나 들었던
속칭 노땅 다방은 시내 에서는 찾아 보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보리수 다방 이야기 입니다.
중앙 시장 입구 버스정거장 앞 3층 건물 지하에 있었던
보리수 다방은 그 당시 주인 아줌마 때문에
기억이 더욱 각별 하기도 합니다.
지금의 우리 나이 쯤 되어보이는 아줌마의 서늘한 눈빛은
지금도 잊을수 없는 기억 인데...
하루 종일 자리를 차지 하고 앉아 있었던 시절 입니다.
여친과 함께 앉아 있으면 한심 하다는 듯
이제는 그만 나가 주었으면 하는 눈치를 주며
나와 여친을 번갈아 쳐다 보며 연신 혀를 차던 그 아줌마...
지금 까지도 잊을수 없는 차갑고 서늘한 기억의 시선 입니다.
안양 에는 중앙 시장 입구 쪽과 길 건너편 안양 1번가
중심 상가 쪽에 많은 다방 들이 밀집 되어 있었는데
중앙 시장 쪽에는 신신 다방, 중앙 다방, 약속 다방,
삼원 다방, 보리수 다방이 있었다면
길 건너편 에는 동굴 다방, 신도 다방,
금성 다방, 동산 다방, 전원 다방,
원 다방, 태양 다방, 심지 다방, 까치 다방 등 이 있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다방 이름 들이 모두 한글 이름 입니다.
그런데...
1980년 이후 다방 업계는 커다란 지각 변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상아탑 다방의 개업이
지각 변동의 시작을 알렸는데
안양 1번가 입구 쪽 건물 2층에 새로운 시설을 갖추고 개업 한
상아탑 다방은 넓은 실내와 최신 실내 장식, 기존의 다방 들 과는
차별화 된 깨끗한 분위기로 칙칙한 다방 분위기에 식상 했던
젊은이 들을 하나 둘 씩 불러 모으기 시작 하더니
언젠가 부터는 안양 다방의 대명사로 등극 하게 됩니다.
그러더니...
그 후 로는 다방의 상권이 안양 1번가 쪽 으로 몰리게 됩니다.
개업 초기 에는 음악실 에서 강석 이라는 DJ가
최고의 인기 DJ로 많은 손님 들을 몰고 다녔는데
지금은 MBC방송국의 유명한 MC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강석, 김혜영의 싱글 벙글 SHOW라고 하지요...^^
비슷한 시기 에는 상아탑 다방 건너편 건물 2층 에도
다방이 개업을 하는데 현대 다방 이라고 합니다.
지금 생각 하면 개업을 한 상아탑 다방 이나 현대 다방의
시설 이나 분위기가 그다지 썩 훌륭 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이나 그때나 새로운 것 에 열광 하는 젊은이들의 욕구는
누가 뭐래도 막을수 없는 현실 이었습니다.
새로운 시설의 다방 분위기는 나에겐 웬지 어색 했습니다.
중앙 다방, 신신 다방, 보리수 다방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었던
나는 최근 개업 다방 에는 그다지 출입을 하지 않았는데
웬지 정이 안가다는 표현이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상아탑 다방과 현대 다방이 개업 한 후에도 계속 해서
분수 다방, 참피온 다방, 크로바 다방이 개업을 하는데
다방 상권이 완전히 1번가 쪽으로 넘어 오면서
중앙 시장 쪽의 다방 들은 하나 둘씩 문을 닫게 됩니다.
이후에도 안양의 다방 전성기는 4, 5년간 계속 되는데
1985년 이후 에는 그토록 번성 했었던 다방 사업도
사양길로 접어 들게 됩니다.
그 이유는...
이름도 고상한 COFFEE SHOP이 하나 둘 씩 생기면서
조용하고 한적한 곳 을 찾는 손님들이 생겨 나고
손님 들이 몰리기 시작 하더니 시내의 다방 들도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 하거나 COFFEE SHOP이라는
간판 으로 상호를 바꾸기 시작 합니다.
또 하나의 이유...
다방 에서는 DJ를 채용 하여 음악실을 관리 했는데
이 당시 안양 에도 유선 방송국이 생기면서
약간의 유선비를 지불 하면 하루 종일 음악을 지원 받을수 있었기에
고임금의 DJ들은 더이상 설자리가 없어 지고 맙니다.
내가 기억 하는 안양의 마지막 음악 다방은 안양 1번가
중심가에 위치 했던 CLOVER 다방 입니다.
1988년 폐업 한 것 으로 기억 하는데
이후에는 음악 다방 이라는 단어도 듣기가 힘들어지고
다방은 동네 변두리로 밀려나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물론 시내 중심가에 다방이 있었지만 그 예전의
그런 다방의 모습은 더이상 아니었습니다.
다방의 사양길은 참으로 안타깝고 아쉬운 일 이 아닐수 없습니다.
한시대 젊은이 들의 해방구 역활과 사랑방 역활을 톡톡히 해내며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아도 되었을 만한 시기에
COFFEE SHOP이라는 복병에 덜미를 잡히고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후에 COFFEE SHOP은 성공을 했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COFFEE SHOP 또한 오래 가지 못합니다.
HAMBERGER에 밀리고 PIZZA에 치이고 빵집에 꼬집히고
수많은 FAST FOOD에 두들겨 맞더니 현재는
온갖 먹거리를 다파는 MULTI SHOP으로 변신 하고
더 나아가 수입 BRAND COFFEE SHOP까지 생겼났습니다.
별 다방, 콩 다방이 좋은 예 입니다.
30년전의 아련한 다방의 기억과 추억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합니다.
칙칙한 다방의 익숙한 그 분위기... 그 냄새...
둘러 앉아 쓸데 없는 잡담을 나누던 친구들...
하루에도 몇번씩 들을수 있었던 똑같은 음악들...
점심은, 저녁은 어디서 먹을까? 하며
머리를 맞대고 고민 하던 시절...
30년전 친구 여러분은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셨습니까?
편집자주: 글쓴이는 안양 다방의 역사를 꿰뚫고 있는 안양초등학교 41회 졸업생 김종우씨다. 그는 안양시내 음악다방에서 직접 DJ로
일했으며 안양 다방의 역사를 꿰뚫고 있는데 그가모은 300여개의 안야시내 다방, 음식점, 술집 성냥갑에는 1970-80년 안양에서 살았던 이들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안양 남부시장 육덕찌개 2층에 자리한 그의 아지트 자그마한 공간에는 중학교 시절부터 모았다는 수천장의 클래식.팝
LP판을 비롯 앰프와 스피카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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