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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원식]안양유원지 개발의 방향

안양똑딱이 2016. 6. 11. 07:57

성결대학교 교수, 안양학연구소 소장


 

수도권 남부지역의 대표적인 놀이 및 휴양지였던 안양유원지는 '69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될 정도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던 곳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71년 개발제한구역, '73년 비산자연공원으로 편입되어 도시공원지구로 지정됨으로써 개발을 제한 당하는 각종 제도적 규제가 가중되기 시작하자 지속적인 발전을 멈추고 말았다.

이러한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됨으로써 야기된 불량한 환경과 전근대적인 서비스 시설은 이후 시민들이 안양유원지를 외면하게 만들었고, 이제는 과거의 영화를 뒤로한 채 조용히 잊혀져 가고 있다.

이처럼 유원지의 황폐화가 계속되자 안양시 당국에서는 유원지를 정비하고, 개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는데, 그와 같은 계획은 '95년 민선시장체제가 들어서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계획은 우선 안양유원지개발을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 제도적 정비를 하는 것부터 시작하였던 바, '95년 말 경기도 고시 제 462 호로서 도시공원지정을 해제한 것과 '96년 말 개발제한구역 내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지정한 것, 그리고 유원지개발기획단을 시청 내 상설기구로 설치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당초 주민들의 열렬한 지지와 환호 속에서 출발한 유원지개발은 지난 3월 도로 및 기반시설 정비를 위해서 유원지 내에 공사직원용 막사를 설치하려던 사업자들을 주민들이 제지하고 나섬으로써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유원지개발계획이 시공단계에서 암초에 부딪친 것이다.

여기서는 이러한 처지에 놓인 안양유원지개발의 방향을 설정 가능한 몇 가지 원칙에 입각하여 짚어 봄으로써 유원지개발을 위한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그러면 안양유원지가 현재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각종 현상이나 데이터를 통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70년대까지만 해도 수도권에서는 수영장이 갖추어진 놀이 및 휴식공간으로서 명성을 누렸던 안양유원지는 80년대에 들어 용인의 에버랜드나 과천의 남서울대공원 등이 만들어지면서 급격히 경쟁력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여름 한철 인근 시민들의 물놀이 터로써의 기능과 봄·가을로 관악산을 찾는 등산객이나 중년층을 상대로 닭이나 오리고기 등을 파는 음식점 업소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또한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건축물의 신축이나 개축을 제한한 것은 전체 건축물 518동 중 513동을 노후 건물로 만들 정도로 기존 건축물의 노후화를 촉진하였다. 건축물의 구조에 있어서도 조적조와 목조건물이 502동으로 전체의 96.9 %에 달하고 있는 반면, 콘크리트 건물은 단 2동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안양유원지 계곡이 자랑하던 맑은 물은 삼성천의 수량이 줄어들므로 인해 건천화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일대의 자연경관도 하천을 따라 천막 등이 들어서 음식점 시설로 이용됨으로 인하여 훼손되고 있다.

유원지로서의 기능도 쇠퇴하고 있다. 무질서하게 들어선 휴게음식점, 놀이시설, 수영장 및 종교시설 등은 깨끗한 자연환경과 여가공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고 안양유원지를 과거의 명성에 어울리는 명소로 탄생시키기 위한 안양시의 유원지개발계획은 총 사업비 155억 원을 투여하여, '물을 중심으로 자연과 문화가 교류하는 공간조성'을 목표로 2005년 7월까지 3단계의 계획으로 나누어 추진되고 있다.

즉, 안양유원지를 지역의 특성에 적합한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고, 기존 공간의 성격에 적합한 시설물을 배치함으로써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도모하며, 주변 자연환경이나 문화유산 및 비산도시자연공원과의 조화를 이루는 효율적인 개발을 추구하고자 하는 계획이 바로 안양유원지 개발계획이다.

그리고 여기서 안양유원지란 6개 동 195만 평에 달하는 비산도시자연공원 내에 있는 안양 2동과 석수 1동 일원의 5만 4천 평에 달하는 삼성천변의 계곡을 말한다.

이러한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도시의 기능 및 미관의 향상, 공공 편의시설의 입지로 인한 시민편의의 증진, 주민 소득증대와 지역경제활성화 및 세수확대, 주거환경 개선효과 및 수도권 남부지역의 새로운 명소 탄생 등 여러 가지 기대효과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유원지개발계획의 구체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1단계인 1999년까지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주거환경개선계획고시('97. 12, 안양시고시 제 104 호), 시유지불하('98. 6), 유원지 내 건축허가 중지(보류) 통보('99. 4), 안양유원지 명소화 추진을 위한 기본방향 설정('99. 6), 삼성천 상류 서울농대 수목원 내 소형저수지 설치 타당성 용역발주('99. 7), 주변공원조성계획 용역발주('99. 10), 도시설계구역지정 공고('99, 11), 삼성천 용수확보 댐 설치 타당성 조사용역 준공('99. 12) 등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제 2 단계 사업은 내년까지 개발제한구역이 완화될 때를 대비한 관계법규를 재검토하는 작업과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도시설계작성(2000. 3), 도시설계완료(2000. 10), 기반시설 설치 및 확보와 건축물 개량(2001), 수익시설 수용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어서 마무리단계인 3단계(2002-2005)부터는 비산도시자연공원과 연계한 유원지개발을 가시화 하여 수도권의 명소로서 거듭난 안양유원지를 만들어 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유원지개발계획상에 나와 있는 주요사업을 통하여 변모될 유원지의 모습을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건천화되고 있는 삼성천의 수량확보를 위해 서울농대 수목원 내에 높이 7미터의 댐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고, 하류지점에 있는 네 개의 보의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삼성천을 만든다는 수량확보계획을 들 수 있다. 계획 초기단계에서는 수목원 측의 반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타협점을 찾아 댐 설치가 가시화되었다.

안양시는 그린플랜과 연계한 조경계획을 이미 수립하여 장소에 따라 심을 수종의 선정까지 마친 상태이다. 즉, 지역의 생태특성에 맞으면서 경관이 좋은 수목을 선정함으로써 이용객들에게 쾌적한 휴식 및 여가공간을 제공하도록 하는 조경계획이 완료된 상태다.

유원지 입구의 낙원마을은 마을 입구에 장승 및 솟대를 설치하고, 양반집, 초가집, 공방, 주막 등의 전통가옥과 그네, 씨름, 농악놀이마당 등을 갖춘 전통 한옥마을로 조성할 계획이다. 부대시설로는 민속예절관을 건립하고,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각종 다채로운 이벤트를 기획하게 될 것이다.

또한 낙원마을 뒤편의 구릉지대에는 안양포도단지와 포도광장을 낙원마을 및 화심천과 연계하여 조성함으로써 향토문화를 구현할 수 있는 마을마당을 만드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삼성천변의 144개의 점포와 주택은 먹거리와 관련한 카페마을로 조성될 예정이다. 무분별한 건축에 대비하여 건물의 층수, 지붕의 형태, 색상 등에 이르기까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자연환경에 적합한 재료와 색상이 선정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문화예술기능과 청소년의 놀이기능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기획되고 있다.

이외에 야외콘서트를 열 수 있는 벽천광장, 음악분수와 터널식 분수를 갖춘 분수광장 등 2개의 대형광장이 만들어지고, 복합행정지원센터와 같은 복지회관도 건립된다. 또한 유원지내의 차량통제에 대비하여 기존 유원지입구의 주차장은 주변부지를 추가 매입하여 주차용량을 늘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를 개발하고, 낙원마을의 민속놀이와 연계한 화심천 우물축제, 벚꽃축제, 젊음의 축제와 등산대회 등 자연을 이용한 다채로운 이벤트 행사를 개최한다.

안양유원지를 둘러싸고 있는 비산자연공원에는 자연체험장, 서바이벌게임장, 조각전시장, 다목적운동장 및 전망대 등을 유원지와 연계하여 설치함으로써 푸른 숲, 맑은 물, 젊음이 역동하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와 같은 계획 하에서 추진되고 있는 안양유원지 개발의 올바른 방향설정을 위해 준거할 수 있는 원칙을 기존의 유원지개발계획이나 유사한 선례를 통해서 찾아보면 다음의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추구하는 개발이어야 한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유원지를 찾을 때 대개는 자동차를 이용하여 찾게되는 바, 유원지가 주는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을 잊기 쉽다. 인도를 따라 걷기만 하여도 한결 아름다운 흥취를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나, 만약 삼성천의 하상을 따라 걷는 기회를 갖는다면 웅장한 계곡의 위용에 입을 딱 벌리게 될 것이고, 이어 파괴된 계곡의 경관에 가슴이 아파 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번의 개발계획을 통하여 헤쳐진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다면 안양유원지 계곡의 자연경관은 다시는 회복되지 못할 것이므로 경관회복을 위한 보다 철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여야 할 것이다. 하상에서 계곡을 쳐다보았을 때 상처를 치유한 흔적을 자랑스러워하는 유원지개발계획이어야 할 것이고,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기아의 집 위쪽에 설치되는 비산공원 내 종합체육시설의 경우 과도하게 녹지를 파괴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유원지 인근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산과 연계된 개발이어야 한다.

증초사지와 안양사, 삼막사, 불성사, 염불암과 비산동도요지 및 마애종 등이 흩어져 있는 안양유원지 계곡은 안양시 문화유산의 보고이다. 이러한 문화유산과 연계된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문화와 놀이 및 휴게시설이 어우러진 종합적인 개발이 될 것임을 반드시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1977년 대홍수 때 상류에서 내려온 토사에 묻혀버린 안양풀을 복원할 필요성도 진지하게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1932년 개장 당시의 안양풀은 안양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이나 그 이후의 안양의 명소로서의 역사적 가치에 대하여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고, 수량부족 때문에 고민하는 유원지의 물 사정으로 보더라도 작은 저수지나 보의 역할을 하는 것에는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삼성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문화유산이므로 이러한 문화유산을 각종 편의시설이나 수련시설과 연계하여 개발함으로써 각종 시설물 설치에 대한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주제가 있는 개발이어야 하다.

안양시의 미래비전에 비추어볼 때 안양유원지 개발의 주제는 '자연, 문화, 그리고 인간의 공존'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경제적 능률성에만 초점을 맞추어 위락시설 위주의 개발이나 혼합개발방식(mixed development)을 채택하는 경우 도시림의 회복불가능한 파괴와 함께 개성 없는 여가공간으로 전락할 우려가 없지 않다.

안양유원지의 배후에는 수도권에서 가장 수려한 자연환경과 경관이 있고 도요지, 사찰 등 개발가능한 문화자원들이 산재해 있다.

안양유원지는 단순한 유원지에 그치지 않고 환경교육의 장소, 문화체험의 장소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먼저 안양유원지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성찰할 수 있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자연환경센타, 수목원, 식물원 등 다양한 자연학습체험시설을 마련하고, 이러한 시설물과 연계한 프로그램이 풍부하게 개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안양유원지가 과거와 현재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유적의 대대적 복원과 함께 도자기연구센터, 불교유적전시관 등을 설치하여 주민들이 안양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업은 시 단독의 사업이어서는 곤란하고 학계, 종교계, 기업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민관합동의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새롭게 태어날 안양유원지는 자동차 없는 유원지로 자리매김하여야 할 것이다. 안양유원지내의 자연학습공간, 문화학습공간, 휴식 및 녹지공간을 모노레일이나 무공해 교통수단으로 연결시키고 안전한 보행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안양유원지 개발의 주제와 부합되기 때문이다.

넷째, 개발이익을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개발이어야 한다.

유원지개발은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자 안양시의 과제였다. 그토록 반겼던 유원지개발이 자신들의 생존의 터를 빼앗고, 개발이익에서 마저 자신들이 제외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유원지 주민들의 고통에도 귀를 기울이는 개발이고, 모두가 승자가 되는 사려 깊은 개발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자칫 3백 6십 가구, 1천 3백여 주민들의 민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소홀히 하여 집단민원으로 변질될 경우, 모처럼의 좋은 계획이 빛이 바래게 될 것이다.

유원지 주민들은 대개가 영세한 상인인 관계로 땅에 대하여 계약만 이루어지고, 실지로 개발이익이 돌아오지 않은 상황에서 1년에 약 천만 원 가까운 이자만 문다는 것은 힘에 벅찬 일이다. 그리고 연체이율이 15%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개발이익이 실행되기 전에는 이자를 유보하는 것이 보다 상식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건축물대장을 말소하면서 건물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대하여 주민들이 동의하였다 할지라도 건축물 보상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똑같이 건물을 소유한 주민들 중 한쪽은 도로에 편입되어 보상을 받고, 한쪽은 보상을 한푼도 받지 못한 경우 일견 공평한 것 같아 보이지만 두 집 모두 현재의 위치가 아닌 다른 위치의 땅을 불하 받아 옮겨가야 한다면 멸실되는 자기건물에 대하여 보상을 받지 못한 주민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매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의 규정도 형편이 어려운 영세한 주민들에게는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두세 번만 이자를 연체하면 그나마 조금 쥐어볼 수 있는 개발이익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를 일이므로 단서조항을 두어 1회에 한하여 전매를 허용해 준다면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숨통을 튀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등 선진국의 개발사례를 볼 경우 대개가 주민들의 참여 속에 개발이익과 책임을 함께 나누는 개발을 하고 있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어 수도권의 명소로서 옛 명성을 되찾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 인파가 넘쳐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하는 활기찬 안양유원지의 모습을 그리면서 이만 줄인다.(web:hana.sungkyul.ac.kr/~wsm/)

참고문헌
안양시, 「지방자치시대의 안양시 산업발전 계획」, 1996.
, 「안양시 그린플랜」, 2000.
, 「안양유원지 개발계획(안)」, 1999.
, 「비산도시자연공원 기본계획」, 2000.
김종옥, “안양유원지 개발계획 추진”, 「우리안양」, 2000. 5.
대담 : 한 홍기, 안양유원지 지부장.

2003-06-07 12:56:11